[책의 향기]내러티브로 전하는 ‘사진 인생 30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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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의 시간을 담다/구본창 지음/309쪽·1만4000원/컬처그라퍼

‘사라져 가는 일상의 순간순간을 기록하며 그 매 순간의 공명(共鳴)을 담아내는 것이 사진가의 일이다.’

국내 정상급 사진작가로 손꼽히는 저자가 자신의 30년 사진 인생을 담은 에세이다. 구본창의 사진에는 삶이 녹아 있다. 임종을 앞두고 고통스러워하는 아버지의 육신을 카메라에 담아 ‘생명의 안간힘’을 기록하거나 어머니의 죽음을 앞두고 유난히 자주 마주쳤던 숫자 ‘4’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일분간의 독백’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그의 사진은 “대상이 사람이건 아니건 대체로 아스라함이나 애잔함 같은 것이 느껴진다”(신수진 사진심리학자). 책의 첫 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저자는 ‘구본창의 사진 속에는 왜 삶의 애잔함이 묻어 있는가’에 대해 설명한다. 그 토대는 꼬여 버린 그의 유년 시절에서 출발한다. 3남 3녀 중 다섯째였던 그는 서울의 명문 중학교를 1등으로 입학한 여섯 살 터울의 큰형으로 인한 소외감과 열등감으로 내성적으로 변했다.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며 작고 조용한 존재들에게 말을 걸고, 귀를 기울이는 행위에 심취했다.

미대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부모의 강경한 반대에 연세대 경영학과에 진학한다. 번듯한 회사에 취직도 하지만 6개월 만에 백기를 들고 돌연 독일 유학행을 선택한다. 그리고 독일 함부르크 땅에서 운명의 도구, 카메라를 만난다.

구본창은 카메라를 통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깨닫게 된다. 있는 듯 없는 듯 사소한 일상의 모습에 수많은 이야기를 담은 자신만의 노하우, 사물의 ‘영혼’을 필름 속에 담는 비결을 내러티브 형식으로 담담하게 전한다. 그는 자신이 찍은 사진에서도 사물과 사진작가의 교감이 필름 속에 스며드는 공명을 꿈꾼다.

이 책에는 인간의 불안정한 모습을 표현한 ‘태초에’를 비롯한 그의 대표작이 다수 실렸다. 특히 소극적인 모습을 탈피하고자 1980년대부터 스스로를 피사체로 삼은 ‘셀프카메라’를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물론, 느낌은 다소 애잔하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공명의 시간을 담다#사진작가#구본창#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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