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우 박사 기증 타자기로 ‘조판 혁신’ 불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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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학회 월간지 ‘한글 새소식’ 42년만에 500호 발간

1972년 9월 5일 발간된 ‘한글 새소식’ 창간호(오른쪽 사진)와 그로부터 41년 7개월 만인 이달 5일 발간 예정인 통권 500호 표지. 그간의 표지 이미지를 모아 디자인했다. 창간호는 세 벌식 한글 타자기를 조판기 삼아 타블로이드판 신문 형태로 만들었다. 발간 초기 자금난에 시달릴 때는 기증 받은 타자기를 팔아 운영 자금을 마련하기도 했다. 한글학회 제공
1972년 9월 5일 발간된 ‘한글 새소식’ 창간호(오른쪽 사진)와 그로부터 41년 7개월 만인 이달 5일 발간 예정인 통권 500호 표지. 그간의 표지 이미지를 모아 디자인했다. 창간호는 세 벌식 한글 타자기를 조판기 삼아 타블로이드판 신문 형태로 만들었다. 발간 초기 자금난에 시달릴 때는 기증 받은 타자기를 팔아 운영 자금을 마련하기도 했다. 한글학회 제공
한글학회의 우리 말글 전문 월간잡지 ‘한글 새소식’이 5일 통권 500호를 펴낸다. 1972년 9월 제1호가 세상의 빛을 본 지 41년 7개월 동안 단 한 달도 발간을 거르지 않은 끝에 일궈낸 성과다.

초창기 ‘한글 새소식’ 조판에 쓰였던 세 벌식 한글 타자기. 동아일보DB
초창기 ‘한글 새소식’ 조판에 쓰였던 세 벌식 한글 타자기. 동아일보DB
원래 이 잡지는 매달 26면씩 발행되는 타블로이드판 신문이었다. 안과 의사 출신으로 자신의 이름을 딴 세 벌식 한글 타자기를 발명한 공병우 박사(1906∼1995)가 타자기를 기증한 것을 계기로 이 타자기를 활용해 소식지 형태의 신문을 만들었다. 인쇄물 대부분이 손으로 쓴 원본을 등사한 것이었던 당시만 해도 타자기를 활용한 이런 조판 방식은 ‘한글의 기계화’로 불리는 혁신적인 시도로 받아들여졌다. 1978년 4월호(제68호)부터 대판 형태로 모양을 바꾼 한글 새소식은 현재 B5용지 24쪽 두께의 소잡지 형태로 매월 5일 1만 부씩 발행하고 있다.

우리 말글 보급과 세계화, 국어정책 개발을 목표로 달려온 이 잡지가 그간 거둔 성과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한글날(10월 9일)의 국경일·공휴일 재지정이다. 1970년 공휴일로 지정됐던 한글날은 1991년부터 국군의 날과 더불어 공휴일에서 제외됐다. 한글 새소식은 특집(1999년 8월호)까지 내며 이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고, 마침내 국경일 재지정(2006년)과 공휴일 재지정(2013년)을 이끌어 냈다. 이 밖에도 우리말글 큰사전 완간, 새종대왕기념사업회의 타자기 자판 통일안 발표 같은 우리 말글 역사의 굵직한 현장을 중계해 국어학 사료로서 가치도 높다.

한글 새소식은 박근혜 대통령과도 인연이 있다. 1976년 5월호(제45호)에는 ‘박 대통령 맏 따님, 근혜 아기씨, 국어순화 운동 성금 일봉 본 학회에 보내 옴’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당시 20대였던 박근혜 대통령을 통해 국어순화운동 성금 1억 원을 전해온 소식을 전한 것.

연회비 1만 원을 내는 회원에게 배송하는 한글 새소식은 전체 발행부수의 30% 정도가 해외로 나간다. 해외 구독자가 그만큼 많아서다. 성기지 한글학회 학술부장은 “우리 말글 교재를 구하기 힘들었던 과거에는 해외 동포들이 자녀의 한글 교육에 한글 새소식을 교과서 대신 이용했다”며 “지금도 조선족 자치주에 사는 재중 동포들이나 재미·재일 교포 독자가 적지 않다”고 했다.

김종택 한글학회장(경북대 명예교수)은 “우리 말글 전문 월간지가 40년 넘게 지속됐다는 것은 세계에서도 유래를 찾기 힘든 성과”라며 “500호, 700호를 넘어 1000호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한글 새소식#500호#한글 타자기#공병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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