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의 홈쇼핑채널 허가땐… 유료방송 지나친 상업화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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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학회 세미나 “中企제품 판로확대 명분도 없어”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유료방송 생태계와 홈쇼핑 채널’이란 주제의 세미나가 열렸다. 황근 선문대 교수(왼쪽에서 두 번째)가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유료방송 생태계와 홈쇼핑 채널’이란 주제의 세미나가 열렸다. 황근 선문대 교수(왼쪽에서 두 번째)가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이미 홈쇼핑 채널이 많아 시청자들이 짜증을 내고 있는데 여기에 하나 더 생기면 훨씬 더 성가시게 여길 겁니다.” 현재 6개인 TV 홈쇼핑 사업자를 하나 더 늘리자는 ‘제7의 TV 홈쇼핑 채널’ 도입 논의에 대해 대부분의 방송학자, 관련 연구기관,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시청자들이 보는 피해가 이득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26일 한국방송학회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유료방송 생태계와 홈쇼핑 채널’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행사에는 유의선 한국방송학회장, 하주용 인하대 교수, 이명천 중앙대 교수 등 학계 관계자와 방송업계 관계자 등 약 50명이 참석했다.

주제 발표를 맡은 황근 선문대 교수(언론광고학)는 “홈쇼핑 채널 증가가 시청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황 교수는 “전문가 대상 설문 조사에서 ‘홈쇼핑 채널이 너무 많다’고 답한 비중이 59%에 이르고 있다”며 “이미 시청권을 침해하고 있는데 홈쇼핑 채널이 더 늘어나면 심각한 갈등의 소지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인 미디어시민모임은 이번 세미나에 앞서 올 1월 개최한 심포지엄을 통해 전문가 패널 조사를 근거로 “현행 홈쇼핑 채널 배치가 시청자의 시청권을 침해하고 있으며, 국내 방송환경에서 홈쇼핑 채널 수는 3, 4개가 적당하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방송 인프라의 지나친 상업화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주정민 전남대 교수는 “6개의 홈쇼핑과 10개의 독립형 T커머스 사업자를 포함해 24시간 방송하는 상품소개 채널이 16개나 승인이 됐고, 유사 TV 홈쇼핑 채널까지 등장했다”며 “홈쇼핑 채널 난립으로 유료방송의 지나친 상업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 휘둘려 제7 홈쇼핑 도입 논의가 일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인숙 가천대 교수(언론영상광고학)는 “학계, 시민단체에서 홈쇼핑 채널이 몇 개가 적정한지에 대한 의견을 내놓아도 정부가 정치적인 논리에 맞춰 사업자를 선정해 온 관례에 비춰 이런 논의가 필요한지조차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제7 홈쇼핑이 중소·벤처기업 판로 개척을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GS샵, CJ오쇼핑은 전체 방송 중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편성 비율이 이미 50%를 넘는다. 롯데홈쇼핑은 중기 제품에 대한 편성 비율이 65% 이상, 홈앤쇼핑은 80%, NS홈쇼핑은 농식품 관련 편성 비중이 60% 이상이 되어야 하는 것이 승인 조건이다. 이 기준을 지키지 않으면 3∼5년마다 한 번씩 받는 재허가에서 사업권을 빼앗기게 된다. 기존 홈쇼핑 사업자 가운데 홈앤쇼핑은 중소기업 단체인 중소기업중앙회가 최대주주로 돼 있다.

이종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방송제도그룹장은 “중소기업의 판로를 만들자는 논리도 일리는 있지만, 무리하게 채널을 추가할 경우 한국 유료방송 산업의 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홈쇼핑#시청권 침해#유료방송#상업화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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