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싹! 설원의 범죄… 짙은 사회의식… ‘스칸디나비아 누아르’ 바람 거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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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얼음의 나라, 북유럽의 서늘한 스릴러가 몰려온다. 노르웨이의 요 네스뵈(위쪽 왼쪽사진), 스웨덴의 헨닝 망켈(위쪽 오른쪽사진), 덴마크의 레네 코베르뵐(아래쪽사진 왼쪽), 아그네테 프리스(아래쪽사진 오른쪽). 김영사·문학수첩 제공
눈과 얼음의 나라, 북유럽의 서늘한 스릴러가 몰려온다. 노르웨이의 요 네스뵈(위쪽 왼쪽사진), 스웨덴의 헨닝 망켈(위쪽 오른쪽사진), 덴마크의 레네 코베르뵐(아래쪽사진 왼쪽), 아그네테 프리스(아래쪽사진 오른쪽). 김영사·문학수첩 제공
‘스노우맨’을 쓴 노르웨이 작가 요 네스뵈(54)가 ‘박쥐’와 ‘네메시스’(비채)의 한국어판 출간을 맞아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1일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열린 사인회에는 500∼600쪽이 넘는 네스뵈의 두툼한 책을 옆구리에 낀 독자 200여 명이 줄지어 사인을 받았다. 그는 3일 ‘저자와의 만남’ 행사에도 참석한다.

노르웨이와 스웨덴, 덴마크, 경우에 따라 핀란드와 아이슬란드까지 포함해 스칸디나비아 국가로 부른다. 이들 북유럽 국가 작가들이 쓴 ‘스칸디나비아 누아르’ 바람이 국내에 거세다. 최근 스웨덴 대표작가 헨닝 망켈(66)의 ‘빨간 리본’(곰)이 번역됐으며, 덴마크의 레네 코베르뵐(54), 아그네테 프리스(40)가 함께 쓴 ‘니나 보르’ 시리즈(문학수첩)도 올 들어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최근 출간된 북유럽 스릴러 소설. 대부분 500∼600쪽에 이르는 묵직한 작품들이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최근 출간된 북유럽 스릴러 소설. 대부분 500∼600쪽에 이르는 묵직한 작품들이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다른 언어권 소설에 배타적인 미국과 영국의 출판시장에도 2010년 이후 스칸디나비아 누아르 열풍이 불어닥쳤고, 한국도 이제 그 영향권에 본격적으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최근 미국 소설이 로맨스 판타지 쪽으로 쏠리면서 전통적인 소설 독자에게 외면 받는 가운데 북유럽 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스릴러 소설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스칸디나비아 누아르 선풍을 일으킨 스웨덴 작가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가 국내에 상륙한 것은 2008년. 하지만 그 바람이 감지되기 시작한 것은 밀레니엄 시리즈 영화가 국내에 개봉하고 요 네스뵈의 ‘스노우맨’과 ‘레오파드’가 번역된 2012년부터다.

네스뵈의 두 작품은 당시 오슬로 경찰 해리 홀레를 주인공으로 한 네스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총 10편)의 일부에 불과했다. 두 작품을 맛보기로 출간했던 김영사는 국내 독자의 호응에 지난해 이 시리즈의 나머지를 모두 계약했다. 지난해 말까지 ‘스노우맨’은 4만5000부, ‘레오파드’는 1만 부가량이 판매됐다.

문학수첩이 올해 밀고 있는 ‘니나 보르’ 시리즈도 기대작으로 꼽힌다. 간호사 니나 보르가 활약하는 이 시리즈의 1편 ‘슈트케이스 속의 소년’은 1월 중순 출간된 뒤 5000부가, 2월 중순에 나온 2편 ‘고요하고 보이지 않는 살인’은 4000부 넘게 팔렸다. 김은경 문학수첩 대표는 “낯선 북유럽 스릴러에 대해 독자들이 탐색 기간을 거친 뒤 올 들어서 이 장르가 확실하게 자리 잡은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스칸디나비아 누아르 소설은 눈 덮인 풍경과 혹독한 추위를 배경으로 복지국가의 평화로운 모습 뒤에 숨은 범죄의 그림자를 쫓는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특히 잔혹한 사건에 집요하게 매달리는 일본 미스터리 소설과 달리 짙은 사회의식이 깔려 있다는 특징을 지닌다.

어둡고 서늘한 분위기, 섬세한 심리 묘사가 어우러지면서도 은유나 어려운 단어가 없어 쉽게 읽힌다는 평을 받는다. 최연순 김영사 편집이사는 “하드보일드는 잘 안 팔린다는 것이 국내 출판계의 정설인데 네스뵈 같은 북유럽 작가들은 이런 장르적 특성을 응용하면서 스토리를 탄탄하게 구축하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는 여성 혐오증과 성폭행을 다뤘고, 망켈은 다문화주의의 실패와 인종차별에 초점을 맞춘다.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 희귀병 환자를 소설 속에서 자주 다루는 네스뵈도 “사회적 약자나 열패자(loser)에 특별한 관심이 있다. 북유럽 특유의 감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 슬픔과 외로움에 대한 매혹이다”라고 말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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