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자리 사이로 흐르는 바로크선율… 천문학자 갈릴레오에 바치는 찬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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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음악-천문학-그리스신화가 어우러진 ‘갈릴레오 프로젝트’ 24일 내한공연

아름답고 신비로운 우주 이미지와 17, 18세기 바로크 음악, 천문학과 문학이 어우러지는 타펠무지크 바로크 오케스트라의 ‘갈릴레오 프로젝트’. 고양아람누리 제공
아름답고 신비로운 우주 이미지와 17, 18세기 바로크 음악, 천문학과 문학이 어우러지는 타펠무지크 바로크 오케스트라의 ‘갈릴레오 프로젝트’. 고양아람누리 제공
‘1633년 교황청은 지동설을 주장했다는 죄목으로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를 재판에 회부했다. 종교재판 이후 가택연금을 당한 갈릴레오는 딸이 잘 만들었던 감귤 껍질 설탕절임과 애정이 담긴 편지를 가까이하고 운동의 법칙을 실험하고 류트(기타와 유사한 현악기의 한 종류)를 연주하는 것에서 위안을 얻었다. 그는 아마추어 연주자였지만, 그의 집안은 전문적인 류트 연주자 가문이었다.’

이런 내용의 내레이션 뒤에 갈릴레오의 동생 미켈란젤로 갈릴레이가 작곡한 ‘류트 독주를 위한 토카타’가 이어진다. 캐나다의 ‘타펠무지크 바로크 오케스트라’가 기획한 ‘갈릴레오 프로젝트’의 한 대목이다. 17명의 단원으로 구성된 타펠무지크는 시대악기 부문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바로크 음악 전문 연주단체다.

‘갈릴레오 프로젝트’에서 대본과 구성을 담당한 타펠무지크의 더블베이스 연주자 앨리슨 매케이 씨. 고양아람누리 제공
‘갈릴레오 프로젝트’에서 대본과 구성을 담당한 타펠무지크의 더블베이스 연주자 앨리슨 매케이 씨. 고양아람누리 제공
갈릴레오 프로젝트는 2009년 갈릴레오의 천체망원경 발명 400주년을 기념하는 ‘세계 천문의 해’에 캐나다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그가 살았던 17, 18세기의 바로크 음악과 천문학, 문학이 한데 어우러진다. 24일 오후 4시 경기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펼쳐지는 갈릴레오 프로젝트 내한공연을 앞두고 대본과 구성을 맡은 앨리슨 매케이 씨(타펠무지크의 더블베이스 연주자)를 e메일로 만나봤다.

“옛사람들은 음악이 수학의 일부이자 우주의 조화를 상징한다고 여겼습니다. 갈릴레오의 집안은 음악과 과학이 하나로 융합된 지점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의 아버지는 오페라라는 음악 형식을 만드는 데 일조했고,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1567∼1643·이탈리아 작곡가)가 그 영향을 받았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지적이고 예술적인 활력을 지녔던 천문학자에게 음악으로 바치는 찬사입니다.”

매케이 씨는 이 오케스트라의 예술감독 잔 라몽 씨와 함께 바로크 시대 작품 중 천체, 별에 관한 곡을 골라 그리스 신화, 셰익스피어 희곡, 갈릴레이의 편지 등 적절한 글귀를 더했다. 존 퍼시 토론토대 천문학과 교수가 천문학 자문역을 맡았다. 한국 무대에서는 배우 정동환이 내레이션을 맡는다.

유튜브에서 이 프로젝트의 동영상을 보면 단원들이 악보를 모두 외워서 연주를 하고, 때로 원형이나 방사형으로 각자 행성의 역할을 맡아 별자리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무대 뒤에 놓인 천체망원경 형태의 원형 스크린은 천문 사진가 앨런 다이어와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제공한 신비한 천체 이미지로 가득 찬다.

“천체 이미지와 음악의 조합은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예요. 내레이션과 상승 작용을 이루며 과학적인 정보를 주는 것과 동시에 음악을 통해 감성적인 고양이 이뤄지도록 하니까요. 새로우면서도 미묘한 경험이 될 거예요.”

이 공연은 갈릴레오와 동시대에 살았던 작곡가 몬테베르디, 메룰라, 마리니의 곡에 이어 1719년 독일 드레스덴에서 열린 ‘행성 축제’에 참여했던 헨델, 라모, 텔레만 등의 작품을 소개한다. 아버지인 아폴론 신의 마차를 몰겠다고 고집을 부렸다가 지상으로 추락했던 파에톤을 소재로 한 프랑스 작곡가 장바티스트 륄리(1632∼1687)의 오페라 ‘파에톤’처럼 당시 사람들도 천체에 관심을 가졌다는 것을 알려준다.

“북미 전역과 호주, 뉴질랜드에서 갈릴레오 프로젝트를 공연하면서 천문학과 음악이라는 각기 다른 두 가지 영역이 조화롭게 결합한다는 점에 관객들이 큰 환호를 보냈습니다. 국제천문연맹에서 이 프로젝트의 의미를 높이 사서 2010년 한 소행성에 ‘타펠무지크 197856’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기도 했답니다.”

한편 예술감독 라몽 씨는 “갈릴레오 프로젝트는 전 단원이 굉장히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하는 작품이다. 자유롭게 무대를 누비며 연주하는 단원들과 관객 간 상호작용이 직접적으로 일어나는 것을 꾸준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2만∼8만 원. 1577-7766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갈릴레오 프로젝트#앨리슨 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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