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두르슬 소장 “실크로드 종착지 경주, 21세기엔 문화전파 출발지 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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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 대가 이디리스 압두르슬 中 신장문물고고연구소 명예소장

28일 경북 경주시의 한 호텔에서 이디리스 압두르슬 중국 신장문물고고연구소 명예소장(오른쪽)이 민병훈 국립중앙박물관 아시아부장에게 최근 연구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민 부장은 압두르슬 소장과 20년 지기 친구이자 동료 학자로 인연을 맺어 왔다. 민 부장은 “압두르슬 소장은 새로운 성과를 찾으면 새벽에도 전화를 걸어 곧장 알려줄 정도로 한국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경주=정양환 기자 ray@donga.com
28일 경북 경주시의 한 호텔에서 이디리스 압두르슬 중국 신장문물고고연구소 명예소장(오른쪽)이 민병훈 국립중앙박물관 아시아부장에게 최근 연구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민 부장은 압두르슬 소장과 20년 지기 친구이자 동료 학자로 인연을 맺어 왔다. 민 부장은 “압두르슬 소장은 새로운 성과를 찾으면 새벽에도 전화를 걸어 곧장 알려줄 정도로 한국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경주=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고대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실크로드(비단길)’는 단순히 고고학을 넘어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는 동서 통상로입니다. 당대에는 한반도와 경주가 실크로드가 이어진 대륙의 종착점이었다면 21세기에는 반대로 문화를 파급시키는 구심점이 될 수 있어요.” 28일 경북 경주시의 한 호텔에서 만난 이디리스 압두르슬 중국 신장(新疆)문물고고연구소 명예소장(62)은 ‘실크로드에서 한반도의 역할’에 대해 한참이나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세계적 실크로드 고고학자가 한국에 초청받아 왔다고 해서 이럴 이유는 없을 텐데…. 하지만 그가 이야기하는 실크로드 고고학의 현재를 들어 보면 뻔한 ‘립 서비스’는 아니었다. 》

“실크로드는 단순히 한 국가의 유적으로 치부될 수 없는 깊이를 지녔습니다. 세계를 이어주는 문화의 흐름이죠. 신장과 아테네, 경주, 나아가 일본의 고대문화에서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는 것도 실크로드가 존재했기 때문이죠. 최근 신장위구르자치구의 로프노르 호수 지역에서 발굴을 진행 중인 소하묘지(小河墓地)의 유적도 이런 점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1970년부터 실크로드 발굴에 앞장서 온 압두르슬 소장은 투루판 아스타나 고분 발굴(1973∼74년)과 쿵췌허(孔雀河) 묘지 발굴(1979년), 자오허(交河) 고성 구석기 유물 조사(1995년)를 이끈 중국의 대표적 고고학자다. 특히 2002년부터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는 소하묘지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알려진 실크로드의 최고(最古) 주거지 발굴로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다.

압두르슬 소장에 따르면 최근 연구소는 소하묘지에서 3500∼4500년 전 소와 밀의 표본을 찾아 DNA를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분석 결과, 당시의 소는 모두 황우로 중국이나 한국 소의 유전자 구성과 매우 유사했다. 서유럽에서 전파된 가축소가 이곳을 거쳐 동쪽으로 전파됐음을 알 수 있다. 밀도 마찬가지였다. 함께 자리했던 민병훈 국립중앙박물관 아시아부장은 “함께 출토된 인골의 DNA 분석도 진행 중인데, 유럽과 아시아인의 유전자 특성이 고루 드러나는 양상을 띠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역사성을 지닌 실크로드에 압두르슬 소장이 유독 ‘현재진행형’을 강조한 이유는 뭘까. 그는 “실크로드의 발굴과 보존 역시 세계가 함께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실크로드 연구에는 수많은 정부기관과 학자들이 인력과 자금을 보태고 있다. 한국도 중앙박물관을 비롯한 많은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압두르슬 소장이 28∼30일 경주에서 열리는 국제학술대회 ‘실크로드 위의 인문학, 어제와 오늘’에 참석한 것도 이 때문이다.

“2011년 12월 동아일보와 MBC, 중앙박물관이 주최한 특별전 ‘실크로드와 둔황’의 성공을 보며 많은 감명을 받았어요. 한국인들의 실크로드에 대한 관심은 대단했습니다. 현재 한국은 보존처리기술 지원도 적극 지원하고 있어요. 신장위구르에서도 인기 높은 ‘한류의 중심’인 한국이 실크로드 연구에서도 중추가 될 수 있습니다.”

평생 사막유적 발굴에 매진해 왔던 압두르슬 소장은 최근의 기후변화와 도시화에 대해 큰 우려를 표했다. 사막유적은 건조한 기후 덕에 보존이 잘 되어 왔는데, 이상기후로 비가 자주 내리며 파괴될 위기에 놓인 곳이 많다. 도시화로 인한 사막화 속도가 빠른 것도 걱정거리다. 다만 그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비난보다는 대안 마련에 힘쓰고 싶다”며 “최근 중국 정부도 유물 보전에 관심이 커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경주=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실크로드#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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