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푸치니의 명곡은 늘 ‘새벽’에 울려퍼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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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노래하는 장면을 유독 사랑한 오페라 거장 푸치니. 동아일보DB
새벽에 노래하는 장면을 유독 사랑한 오페라 거장 푸치니. 동아일보DB
올해는 바그너와 베르디의 탄생 200주년이지만 푸치니(1858∼1924)에 대한 오페라 팬들의 사랑은 올해도 변함없습니다. 우선 10월은 체코 화가 알폰스 무하가 공연 포스터를 그리기도 한 ‘토스카’입니다. 12일 오페라단 청이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야외오페라 토스카’를 공연하고 10, 12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도 ‘토스카’가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참가작으로 무대에 오릅니다.

1970, 80년대에 성악을 사랑하는 젊은이들은 술자리에서 흥이 오르면 ‘토스카’의 테너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을 목청껏 뽑고는 했죠. 1986년 이탈리아 월드컵을 맞아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부르는 푸치니 ‘투란도트’의 아리아 ‘잠들지 말라’가 히트하면서 푸치니 최고 인기 아리아의 영예는 이후 ‘잠들지 말라’가 이어받은 듯합니다. 그런데 이 두 노래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새벽 장면에 테너 혼자 나와 부르는 아리아’라는 점입니다.

예전 이 코너에서 로시니가 유독 폭우 장면을 사랑했다는 얘기를 한 적 있죠. 푸치니는 새벽 장면을 사랑했습니다. 그것도 정해놓은 것처럼 대략 극의 3분의 2 정도가 진행된 시점에 배치했습니다. 첫 오페라인 ‘빌리’부터 그랬습니다. ‘라보엠’에선 두 쌍의 연인이 위기를 맞는 대목에, ‘나비부인’에선 허밍 코러스에서 새벽 장면이 등장하죠. ‘토스카’에선 남주인공이 새벽에 처형을 기다리면서 ‘별은 빛나건만’을 부릅니다. ‘투란도트’에선 남주인공이 구혼 도전의 승리를 예감하면서 역시 새벽에 이 노래를 부릅니다.

<음원 제공 낙소스>
<음원 제공 낙소스>
흥미로운 점이 또 있습니다. 푸치니는 ‘라보엠’ ‘토스카’ ‘나비부인’이 연속으로 대성공을 거둔 뒤 이어지는 ‘서부의 아가씨’ ‘제비’에는 새벽 장면을 넣지 않았습니다. 두 작품은 오늘날 푸치니의 오페라 중 성공하지 못한 작품으로 취급됩니다. 마지막 작품인 ‘투란도트’에서 새벽은 당당하게 부활하고 이 작품은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단지 우연일 뿐일까요. 오른쪽 QR코드와 링크 주소를 통해 푸치니의 인상 깊은 새벽 장면들을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blog.daum.net/classicgam/29

유윤종 gustav@donga.com
#푸치니#오페라#서부의 아가씨#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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