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대한민국 경찰, 이래도 괜찮습니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3년 10월 10일 07시 00분


운전경력이 1년 미만인 1·2종 보통면허 소지자들의 교통사고 건수가 2011년 운전면허시험제도 간소화 이후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교통사고 방지를 위해서는 운전면허 교육시간을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자료출처|도로교통공단 TAAS 교통사고분석시스템
운전경력이 1년 미만인 1·2종 보통면허 소지자들의 교통사고 건수가 2011년 운전면허시험제도 간소화 이후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교통사고 방지를 위해서는 운전면허 교육시간을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자료출처|도로교통공단 TAAS 교통사고분석시스템
8. 간소화 면허 이후 교통사고 늘었다

경찰청 교통사고율 축소 발표 의혹 제기
줄어들던 교통사고…간소화 이후 급등세

청소년 사망원인 1위 자살, 2위 교통사고
의무교육시간 50시간 환원 주장 힘 얻어


몇 개의 통계자료가 눈길을 끈다. 2007년 이후 우리나라 연도별 교통사고 변화를 나타낸 통계다.

흥미로운 것은 경찰청이 조사·발표한 통계와 보험사, 교통관련 공제조합에서 처리한 교통사고의 통계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후자가 내놓은 통계 쪽이 경찰청 통계보다 수치가 월등히 높다. 예를 들어 2012년 교통사고로 인한 부상자 수의 경우 경찰청이 34만4565명인데 비해 보험사 등의 자료는 177만7604명에 달한다. 무려 5배 이상이나 높다. 이들 자료는 도로교통공단 TAAS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른 것으로, 보험사 자료의 경우 교통사고로 인한 보험료 등이 실제 발생한 집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좀 더 체감에 가깝게 느껴진다.


● 초보자들의 교통사고율, 간소화 이후 급증

경찰과 보험사, 공제조합에서 처리한 교통사고를 통합한 전체 교통사고에 대한 통계도 흥미롭다. 사진 속 그래프는 운전경력 1년 미만의 1·2종 보통면허 소지자가 유발한 교통사고 발생건수를 연도별로 나타낸 통계다. ‘2009년 6월 10일∼2010년 6월 9일’ 집계 이후 점차 감소하는 듯했던 교통사고 발생건수가 2011년 6월 이후 급증하기 시작했다. ‘2011년 6월 10일∼2012년 6월 9일’까지의 통계에서 최고점을 찍고 있다. 이 추세라면 이후 통계도 여기서 더 늘면 늘었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 같다.

교통사고가 급증한 시점은 2011년 6월 운전면허시험제도 간소화 정책시행과 일치한다.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간소화 시행을 기점으로 1만1601명에서 1만4400건으로 2799건이 증가했다. 부상자 수는 1609명, 사망자는 17명이 늘었다.

운전면허증을 취득하기 전 도로주행시험을 위해 발급하는 연습면허 소지자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간소화 시행을 기점으로 167명에서 327명으로 160명이나 늘었다. 무려 96%나 증가한 것이다. 부상자 수도 96명이 늘어 83%가 올랐다.

감소추세이던 교통사고 지표가 MB정부의 운전면허시험제도 간소화 시행이후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청소년의 사망원인이 자살 다음으로 교통사고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 OECD 교통안전 꼴찌국, 대한민국의 교통위상

이러한 통계자료는 그 동안 “교통사고가 감소하고 있다”는 경찰청의 주장과 상반된다. 경찰청이 집계한 교통사고 연도별 현황( 위 그래프)을 봐도 2011년 전체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22만1711건에서 2012년 22만3656건으로 1년 사이에 2000건 가까이 늘었다. 경찰청 스스로 교통사고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보험사 등이 집계한 통계는 보다 심각한 상황을 말해준다. 2011년 82만7271건에서 113만3145건으로 무려 23만5874건이 늘었다. 이것이 OECD국가 중 ‘교통안전 꼴찌국’의 오명을 씻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 교통문화의 현실이다.

● 사고방지 위해 철저한 운전교육 실시해야

사진 속 그래프에서 나타나듯 운전자들의 교통사고율이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은 현행 운전면허시험제도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간소화 정책시행 이후 우리나라 운전면허는 어린아이도 딸 수 있을 정도로 시험이 쉬워졌다. 시험이 쉬워져 면허 취득자는 늘었지만 그만큼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면허를 취득해도 운전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도로에 차를 몰고 나가기가 어렵고, 도로에 나간다고 해도 당장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되고 만다. 연습면허 소지자들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이들이 불안감에 떨며 운전하는 차량들은 도로 곳곳에 깔린 ‘폭탄’과 다르지 않다.

교통 및 운전교육 전문가들은 철저한 운전기술 습득과 안전교육을 위해서는 교육시간을 당장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운전전문학원에서의 의무교육 13시간(학과5·기능교육2·도로주행6)을 OECD 평균 수준인 50시간 이상으로 환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간소화 이후 면허증을 딴 운전자들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도로로 쏟아져 나올 것이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면허제도와 운전교육. 경찰과 정부도 더 이상 손놓고 있을 수는 없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트위터 @ranbi36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