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마지막 남은 순수한 작가가 떠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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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소에 각계 인사 조문 줄이어

26일 오후 최인호 작가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객들이 고인의 명복을 빌고 있다. 발인은 28일 오전 7시, 장례미사는 28일 오전 9시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26일 오후 최인호 작가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객들이 고인의 명복을 빌고 있다. 발인은 28일 오전 7시, 장례미사는 28일 오전 9시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베드로(최인호 작가의 천주교 세례명)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성 베드로∼.”

고 최인호 작가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는 26일 가톨릭 교인들의 위령 기도 소리가 하루 종일 울려 퍼졌다. 빈소에서 나직이 반복되는 기도문과 찬송가를 배경으로 각계각층의 조문 발길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이날 오전에는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빈소를 찾아 유가족을 위로했다. 이 전 장관은 “문학가들이 문단 밖 활동을 많이 하는데 고인은 문단 외의 일은 하지 않았다. 이 시대 마지막 남은 순수한 작가가 떠났다”고 애도했다. 그는 “(고인은) 1세대 청년문화를 이끈 작가였다. 지금의 한류 문화의 물꼬를 튼 사람이다”라고 회고했다.

소설가 출신인 김한길 민주당 대표도 장례식장을 찾았다. 천막 농성 차림 그대로 빈소에 온 김 대표는 “저를 중앙 문단에 소개해 주셨던 분이 고인”이라며 “조금 더 우리와 함께했어야 할 분인데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제계에서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조의를 표했다. 연세대 총동창회장이기도 한 박 회장은 “작가는 대학(연세대) 1년 후배였다. 학교의 자랑이었고 좋은 책을 더 볼 수 있었는데 (세상을 떠나) 안타깝다”고 소회를 밝혔다.

고인이 35년간이나 소설 ‘가족’을 연재한 월간 샘터의 편집장을 지낸 ‘무진기행’의 작가 김승옥 씨는 “1975년부터 원고를 받으며 1년에 한 번씩은 모여 식사를 했다”며 “그는 진짜 좋은 사람이었다”고 떠올렸다.

이 밖에도 빈소가 차려진 25일 밤부터 26일까지 시인 김남조 김후란, 소설가 조정래 김홍신, 영화감독 배창호, 영화배우 안성기, 가수 조영남의 조문이 이어졌다. 김홍신 씨는 “어느 날 형(최인호)과 만나 ‘평소 형의 작품을 많이 비판해 괴롭다’고 했더니 형이 ‘그러니까 김홍신이지. 우리는 이제부터 형제다’라고 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고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적도의 꽃’(1983년) ‘고래사냥’(1984년) ‘깊고 푸른 밤’(1985년) ‘안녕하세요 하나님’(1987년)을 연출한 배창호 감독은 “고인이 우리가 보는 길 위에 또 다른 길이 있다는 깊이 있는 말씀을 자주 했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이 영화들의 주연을 도맡았던 안성기 씨는 “편안한 모습으로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마음이 놓인다. 좋은 곳에서 편히 쉬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빈소에는 정진석 추기경과 염수정 서울대교구장, 강창희 국회의장,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배우 윤정희 부부 등이 보낸 조화가 가득했다. 온라인 공간에서도 추모의 열기는 이어졌다. 소설가 이외수 박범신 공지영은 트위터를 통해 고인의 명복과 안식을 빌었다. 누리꾼들도 페이스북 등에 고인의 작품이 원작인 영화 포스터나 동영상 편집본을 올리며 우리 시대 영원한 청년작가의 죽음에 애도를 표했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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