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아이 러브 스테이지] 정상훈 “대본 보자마자 딱 이거다 싶었죠”

  • Array
  • 입력 2013년 9월 13일 07시 00분


‘구텐버그’가 적힌 모자를 들고 ‘구텐버그’를 연기하고 있는 정상훈. 뮤지컬 ‘구텐버그’는 가난한 작가와 작곡가가 자신들의 작품을 지원해 줄 투자자를 구하기 위해 벌이는 요절복통 리딩공연을 소재로 한 2인극이다. 사진제공|쇼노트
‘구텐버그’가 적힌 모자를 들고 ‘구텐버그’를 연기하고 있는 정상훈. 뮤지컬 ‘구텐버그’는 가난한 작가와 작곡가가 자신들의 작품을 지원해 줄 투자자를 구하기 위해 벌이는 요절복통 리딩공연을 소재로 한 2인극이다. 사진제공|쇼노트
■ 2인극 뮤지컬 ‘구텐버그’의 정상훈

투자자 유치에 목맨 공연인들 애환 담아
2명이서 모자 바꿔 쓰며 모든 배역 연기
“연습할 때도 캐릭터 체인징에 가장 신경”

‘구텐베르크(1397∼1468)’라는 이름이 더 귀에 친숙한 ‘구텐버그’. 독일의 근대 활판인쇄술 발명자로 1450년경에 ‘구텐베르크 성서’를 출판해 종교개혁과 과학혁명의 교두보를 만든, 바로 그 사람.

미국 오프브로드웨이 라이선스 뮤지컬 ‘구텐버그’는 베일에 가려진 구텐버그의 젊은 시절을 다룬다. 독일의 꾀죄죄한 시골마을에서 와인을 만들어 팔던 그가 어떻게 하여 인쇄기를 발명하게 되었는지를 그리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의 속살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자신들이 만든 뮤지컬(제목이 ‘구텐버그’다) 작품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리는 것이 꿈인 두 명의 남자가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공연 관계자들을 초청해 놓고 ‘구텐버그’를 소개하는 것이 이 작품의 진짜 뼈대다. 그러니까, 이 작품은 두 남자의 꿈에 대한 스토리다.

● 브로드웨이를 향한 두 남자의 꿈 “웃기지만 뭉클하다”

오늘 ‘아이러브스테이지’의 초대 손님은 ‘구텐버그’에서 ‘더그’ 역을 맡은 정상훈. 우리나라 뮤지컬계의 ‘코믹지존’으로 통하는 배우다.

“처음에 대본을 딱 보자마자 배우라면 무조건 하고 싶어 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은근히 부담이 크다. 잘못하면 연기 경력에 심각한 스크래치를 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가난한 공연인인 작가 ‘더그’와 작곡가 ‘버드’는 대충 흉내만 낸 무대를 만들어 놓고 직접 모든 배역을 연기한다(배우를 고용할 돈이 없다). 주인공 구텐버그는 물론 사악한 수도사, 구텐버그의 연인, 푸줏간 주인, 취객도 모두 두 사람의 몫이다. 분장은 캐릭터의 이름이 큼직하게 적힌 모자로 대신한다. 무대 위에 모자를 잔뜩 늘어놓고는 “이것은 앙상블 배우들입니다”라고 우기는 식이다.

두 남자가 얼마나 재빨리, 그리고 자연스럽게 캐릭터와 캐릭터 사이를 오가는지가 이 작품이 주는 재미의 관건이다.

“연습할 때 캐릭터 체인징에 가장 신경을 썼다. 처음에는 모자를 앞으로 그냥 썼는데 동선이 너무 지저분했다. 여러 실험 끝에 지금처럼 옆으로 돌면서 모자를 쓰는 걸로 최종결정했다. 두 사람이 딱딱 맞춰서 돌며 모자를 부지런히 바꿔 쓰는 게 쉽지 않다. 각이 제대로 나와야 한다.”

원래 대본에 없는 부분도 많다. 정상훈에 따르면 빨랫줄에 잔뜩 널어놓은 하이파이브 앙상블 인형이라든지, A자 사다리를 감옥 창살로 응용한다든지, 펼치면 쥐들이 나오는 소품은 모두 우리 스태프와 배우들의 아이디어다.

‘구텐버그’는 뮤지컬 마니아와 초심자의 입맛을 모두 맞추는데 성공한 작품이다. 한 편의 뮤지컬이 탄생하는 과정을 엿보는 재미도 여간 쏠쏠하지 않다. 11월 10일까지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한다.

양형모 기자 ranbi361@donga.com 트위터 @ranbi36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