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적군의 시각에서 본 6·25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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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왕수쩡 지음/나진희 황선영 옮김/1000쪽·4만 원/글항아리

1950년 10월 태평양 폴리네시아 군도의 웨이크 섬에서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과 더글러스 맥아더 유엔군 최고사령관이 회동했다. 트루먼이 질문을 던졌다. “소련과 중국이 개입할 가능성은 얼마나 됩니까?” 맥아더는 자신 있게 말했다. “가능성은 아주 적습니다.” 중국군 가운데 압록강을 넘을 수 있는 병력은 5만∼6만 명에 지나지 않으며, 중국이 평양으로 남하한다면 미국 공군의 폭격으로 엄청난 사상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웨이크 섬에서 그들이 압록강 변에 있는 미군 병사들의 승리를 전망하고 있을 때 중국군 병사 수십만 명은 두툼한 솜바지를 말아 올리고 차가운 강을 건너 북한으로 진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곧 중국은 ‘인민지원군’이라는 이름으로 6·25전쟁에 가담했다. 그로부터 6개월 뒤 트루먼은 맥아더를 해임하면서 “멍청한 놈”이라고 욕했다.

이 책은 ‘한국전쟁에 대해 중국이 말하지 않았던 것들’이라는 부제가 보여주듯 중국의 전쟁 논픽션 작가가 ‘적군의 시각’에서 6·25전쟁을 바라본 논픽션이다. 초판은 1999년 중국에서 출간됐다. 6·25전쟁 발발부터 시작해 3년간 벌어진 수많은 전투의 전개 상황과 각국의 전술 전략을 1000쪽에 걸쳐 상세히 묘사했다.

미국이 중국군 개입을 오판한 것은 “‘세상에 우리 적수는 없다’는 미국인의 생각 때문이었다”고 저자는 꼬집는다. 책 구석구석에는 미국을 적으로 보는 태도가 보인다. “(1950년 추수감사절에) 미군 병사들이 빛깔 좋은 칠면조를 뜯고 뜨거운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 북한 북부의 끝없이 펼쳐진 설원에서는 중국군 수십만 명이 마른 나뭇가지와 쌓인 눈으로 위장한 참호 안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맥아더가 인천상륙작전 계획을 꺼냈을 때 군사 수뇌부 모두가 이 70세 장군을 두고 ‘머리가 어떻게 된 것 아닌가’라고 생각했지만 끝내 맥아더가 이들을 설득한 일화, 맥아더 수하의 아시아 전문가가 이승만 전 대통령을 “트집 잡길 좋아하는 노인네”라고 평하는 등 이승만에 대한 미국의 인식이 부정적이었다는 이야기도 눈에 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한국전쟁#6·25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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