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자전거로 훌쩍 떠나는 친환경 바캉스 가이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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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달은 느긋하게… 낯선 곳 즐기며 힘들땐 쉬엄쉬엄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강공원 잠원지구에서 삼천리자전거의 대학생 블로그 모임 ‘블라블라’ 소속 대학생 김성재 씨가 산악용자전거(MTB)를 타보고 있다. 그 뒤로 전기자전거가 보인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촬영협조=삼천리자전거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강공원 잠원지구에서 삼천리자전거의 대학생 블로그 모임 ‘블라블라’ 소속 대학생 김성재 씨가 산악용자전거(MTB)를 타보고 있다. 그 뒤로 전기자전거가 보인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촬영협조=삼천리자전거
《 최근 몇 년 사이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의 취향이 많이 바뀌었다. 요즘 트렌드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유명 관광지에 가는 것보다는 산과 들에서 체험을 통해 의미를 만들어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조용히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있으니 바로 산을 넘고 해안선을 따라 페달을 밟으며 낯선 길에 도전하는 자전거 여행이다.

최근에는 자전거 도로 등 인프라가 크게 늘어나면서 갈 수 있는 곳도 많아졌다. 자전거 동호인들은 “걷는 것보다 속도가 있으면서 자동차보다는 현장에 가까운 것이 자전거 여행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

자전거로 떠나는 친환경 바캉스

자전거 여행의 또 다른 장점은 꽉 짜인 여행 일정으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이다. 언제든 자신의 몸과 체력을 기반으로 어디로든 움직일 수 있다. 가끔 자전거에서 내려 긴장을 풀고 주변 경관과 하나가 되는 것도 여정의 일부다. 들이쉬는 숨결에 나뭇잎과 흙, 물 냄새가 섞여 들어오고, 내쉬는 호흡에는 몸 안에 쌓인 도시의 먼지가 빠져나간다.

그렇지만 자전거 여행은 스스로 방향을 정해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자전거 여행을 떠나기 전 여로와 그 주변 여건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는지, 길 주변에 식당이나 작은 가게는 있는지, 어디에서 휴식을 취하는 게 좋은지 등을 미리 점검하라는 얘기다. 여행이란 원래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지만, 알고 가는 것과 모르고 가는 것은 하늘과 땅 만큼이나 차이가 크다.

여행을 라이딩(주행)과 혼동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속도에만 신경 쓰다 보면 체력이 빨리 고갈돼 힘들어질 수도 있고 주변의 풍경을 즐기지 못할 가능성도 커진다. 여행길에 올랐으면 최대한 느긋하게 달리면서 낯선 삶을 관조하고, 피곤할 때는 무조건 쉬는 게 좋다.

이영호 대리(35)는 우리은행에서 일하는 7년차 직장인이다. 그는 최근 3년간 주말을 이용해 전국을 돌아다닌 경험과 기록을 엮어 ‘몸과 마음이 맑아지는 사계절 감성여행’이라는 책을 펴냈다. 그는 갑자기 나빠진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자전거에 올랐다가 자연스레 여행을 즐기게 됐다.

이 대리는 자전거 여행에 대해 “준비물의 무게를 줄이는 것이 관건이지만 그렇다고 중요한 것을 빠뜨리면 일정 전체가 흐트러지고 안전에도 위협이 된다”고 말했다.

“준비는 최대한 꼼꼼히 하세요. 수리용품 같은 것은 반드시 챙기시고요. 그리고 멋진 겉모습보다는 자전거 운전에 방해가 안 되는 복장을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다음은 그가 말하는 자전거 여행에서 꼭 챙겨야 할 준비물이다.

자전거 여행에 필요한 준비물

①지도책: 이제는 스마트폰만 들고 있어도 자신이 현재 서 있는 지점과 가야할 길, 심지어 도착 시간까지도 친절하게 안내받을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지도책을 보면서 가야할 곳과 가고 싶은 곳을 정하면 여행이 더 멋스럽고 재미있어진다. 종이 지도를 펼쳐놓고 길 주변으로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를 상상해보면 정말 신이 난다.

②자전거 수리키트: 휴대용 펌프와 펑크 패치, 육각 렌치, 예비 타이어와 튜브 등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수리 장비는 장거리 여정에 필수적이다. 응급수리를 하지 못해 자전거를 끌고 가야 하는 상황을 떠올려보라. 정말로 힘들지 않겠는가.

③물과 비상식량: 물은 언제나 넉넉하게 준비해야 한다. 자전거 프레임에 물통을 두 개 이상 달아 놓는 게 좋다. 주행 도중 오지에서 식수가 부족하면 매우 곤란해진다. 비상식량으로는 휴대가 편하고 열량이 높은 양갱, 육포, 초콜릿바, 시리얼바 등을 추천한다.

   
④의류와 복장: 하의로는 자전거 전용 바지가 좋다. 엉덩이 부분에 쿠션이 덧대어져 있어 자전거를 오래 타도 엉덩이가 아프지 않게 해 준다. 상의는 통풍만 잘된다면 무엇이라도 좋다. 갑작스럽게 비를 만날 수도 있으니 가벼운 비옷 하나 정도는 준비하길 권한다.

⑤읽고 싶은 책: 자전거 여행 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바로 책이다. 자전거를 타고 낯선 풍경 속을 가다 보면, 문득 책을 펼치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때를 위해 문고판 크기의 책을 가방에 넣어두는 게 좋다.

⑥기타: 자전거 헬멧과 머리 두건, 안면 두건은 필수품에 속한다. 여름에 야외에서 자전거를 탈 때는 자외선 차단제를 항상 휴대하는 게 좋다. 자외선 차단제는 자전거를 타기 전에 뜸뿍 발라야 한다. 또 무게가 가벼워 휴대하기 편한 스프레이 파스를 가져가는 게 좋다.

장거리 자전거 여행을 위해서는 준비물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 전문가들은 자전거 수리용품과 비상용 식음료, 의약품 등을 꼭 가져갈 것을 권한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장거리 자전거 여행을 위해서는 준비물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 전문가들은 자전거 수리용품과 비상용 식음료, 의약품 등을 꼭 가져갈 것을 권한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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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종류에 따라 여행 느낌도 달라져


자전거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 바로 자전거의 종류와 성능이다. 어떤 종류의 자전거를 타느냐에 따라 여정의 방법과 행로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자전거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는 여행의 느낌을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도전이 된다.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는 삼천리자전거의 대학생 블로그 모임 ‘블라블라’ 회원 10명이 모였다. 이들은 자신이 선택한 자전거를 타고 여의도에서 서초구 잠원지구를 오가며 비교 시승하는 행사를 가졌다.

이날 시승용으로 쓰인 제품은 산악자전거(MTB)와 로드바이크(사이클), 하이브리드 자전거, 전기자전거 등 4종류였다. 이날 4시간가량의 라이딩을 마친 학생들은 강변에 텐트를 치고 휴식을 취하면서 자신이 몰았던 자전거를 평가하는 시간을 가졌다.

동국대 박상예 씨(22·여)는 도심은 물론이고 비포장도로에서도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MTB를 택했다. MTB는 충격을 흡수하는 서스펜션이 튼튼하고 상대적으로 넓은 바퀴를 갖고 있어 어떤 도로에서든 안정적인 라이딩이 가능하게 해 준다.

로드바이크를 탄 홍익대 신정우 씨(25)는 “속도감 있는 여행을 즐기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 로드바이크에서는 빠른 속도에서도 부드럽게 조절되는 변속기가 중요하다. 짐이 가볍고 길이 평탄할 경우에 추천할 만하다.

하이브리드는 최근 20대 젊은이들 사이에 가장 인기 있는 기종으로 MTB와 로드바이크의 장점을 결합한 것이다. MTB보다 가볍고 날렵한 차체를 가졌으면서도 로드바이크보다 높은 안정성을 갖췄다.

인천가톨릭대 이영권 씨(25)는 “나만의 개성 있는 여행을 위해서는 멋진 하이브리드 자전거가 이상적”이라면서 “험한 도로보다는 자전거 전용도로나 도심 여행에 적합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전기자전거는 이날 평가단 사이에서 상당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요즘 나오는 전기자전거는 외관이 일반 자전거와 큰 차이가 없고 충전도 그리 어렵지 않다. 서울과기대에 다니는 김성재 씨(26)는 “건장한 남자라도 뙤약볕에 몇 시간씩 달려야 하는 장거리 라이딩은 부담스럽다”면서 “몸이 힘들 때는 전기자전거를 모터 주행 모드로 전환할 수가 있어 라이딩이 훨씬 수월해진다”고 설명했다.

요즘에는 캠핑용품을 가지고 다니면서 라이딩과 캠핑을 함께 즐기는 자전거족도 많다. 오른쪽 내용은 자전거 캠핑을 떠날 때 필요한 장비소개다.
   
▼ 코레일관광개발 녹색자전거열차는… 자전거 전용객차 마련, 관광지 라이딩 연결해줘 인기 ▼

코레일관광개발 제공
코레일관광개발 제공
자전거만 타고 장거리 여행을 하기는 쉽지 않다. 승용차나 버스에 자전거를 싣는 것 역시 만만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기차를 타고 자전거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코레일 자회사인 코레일관광개발은 2010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손잡고 ‘녹색자전거열차’라는 테마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여객용 열차 뒤에 따로 자전거 전용 객차를 마련한 것이 특징이다. 올해는 국내 대표관광지와 연계했으며, 7월 이후 총 12회가 운행된다. 자전거를 빌리는 것도 가능하며 열차 안에서 안전교육을 받을 수 있다. 또 현장에서는 전문 인솔자가 대열을 이끌어 편안하게 자전거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02-2084-7786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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