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춤-영상의 신선한 만남과 불편한 동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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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테크놀로지 공연 ‘레플리카’ ★★★☆

‘레플리카’ 1부엔 연출가 남궁연이 직접 연주하는 드럼 비트에 맞춰 발레리나 김주원의 원본 사진을 편집하고 복제한 사진들이 스크린에 투영된다. 떼아뜨로 제공
‘레플리카’ 1부엔 연출가 남궁연이 직접 연주하는 드럼 비트에 맞춰 발레리나 김주원의 원본 사진을 편집하고 복제한 사진들이 스크린에 투영된다. 떼아뜨로 제공
시도는 좋았으나 끝은 미약했다.

저마다 전공이 다른 예술가가 참여한 합동공연 ‘레플리카’는 복제(複製)를 주제로 미디어, 음악, 발레를 통해 현재가 어떻게 잘리고 복제돼 새롭게 만들어지는지 표현했다.

17, 18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 이 공연의 1부에는 크리에이터 남궁연 연출, 발레리나 김주원, 현대무용가 이용우의 공연이, 2부에는 오페라와 디지털 영상이 융합된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1부는 청각적 시각적 요소가 풍성했지만 복제와의 연관성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가수 물렁곈의 몽환적인 목소리와 함께 사진작가 강영호가 촬영을 하는 장면이 스크린에 등장한다. 국악 타악기 연주가 민영치는 북소리와 꽹과리 소리를 즉석에서 믹싱하고 장구를 친다. 발레리나 김주원을 찍은 사진 7000여 장은 남궁연의 드럼 비트와 함께 스크린에 나온다. 김주원과 무용수 이용우는 1부 마지막에 호흡을 맞추며 절제됐지만 힘찬 춤사위를 선보인다.

2부는 한층 진지했다. 오페라 ‘에코와 나르시스’를 미디어아트와 접목해 복제의 관점에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물속에 비친 나르시스가 복제된 나르시스로 태어나 진짜 나르시스와 투쟁을 벌이는 내용이다. 23인조 오케스트라 연주, 에코와 나르시스를 노래하는 소프라노와 테너, 합창단 12명의 목소리에 현대무용가 2명이 춤을 입힌다. 무대 벽에 거대한 나르시스의 부조 조형물이 등장해 관객을 압도한다.

1, 2부 모두 다양한 장르를 합쳐 복제를 표현한 점은 신선했다. 하지만 1부와 2부가 너무 상이해 통일감을 찾기 어려웠다. 다양한 예술가의 퍼포먼스와, 우리의 현재가 잘려 나가고 다시 복제된다는 전체 주제의식이 따로 논다는 느낌이 강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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