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CAR]수입차와 장기전 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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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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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차 공세, 창조적 개성으로 맞서야 승산 있소이다

21세기 국내 수입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일본 차의 인기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수입차의 이미지는 ‘가진 자의 것’이었지만 렉서스로 시작해 혼다로 이어진 일본 차의 인기는 ‘중산층 성공’과도 같았다. 국산 차와 유럽 차 중간쯤 하는 가격, 일본 차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 덕분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혼다가 국내에 처음 진출했을 때는 물어보지도 않고 사는 사람들도 있었다. 유학 시절 혼다 어코드나 시빅을 탔던 사람들은 마트에서 과일을 고르듯 “이거 흰색으로 하나 주세요”라고 할 정도였다. 성능이나 신뢰도는 충분히 알고 있으니 더 물어볼 게 없다는 뜻이었다. 1988년 수입차 시장 개방 직후 볼보와 사브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그 당시 수입차 매장에 온 사람들은 돈도 많을뿐더러 다른 사람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될 정도의 사회적 지위도 갖고 있었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었다. ‘7대를 탑처럼 쌓아도 맨 아래 차가 찌그러지지 않을 만큼 튼튼하다’는 광고를 하던 볼보나 비행기 만드는 스웨덴 회사였던 사브의 차가 인기가 높았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계속 안전만 내세우다 유행에서 멀어져갔다. 보수적인 차, ‘노티’ 나는 차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일본도 비슷했다. 자신들의 기술력과 원가 절감 비법에 스스로 심취했다.

무난한 디자인에 고장 나지 않는 차, 중고 값을 보장받을 수 있는 차 등의 장점은 시간이 흐르면서 ‘싸구려 차’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엔화 약세까지 이어지면서 사람들은 일본 차에 흥미를 잃은 듯했다. 북유럽 자동차회사들의 몰락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다.

반면에 독일 차는 기존에 갖고 있던 권위적인 이미지를 버리기 시작했다. 가격을 낮추고 중산층에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그 결과 지금 우리나라 수입차 시장은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폴크스바겐 등 독일 수입차 브랜드들이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기 시작했다. 일본 차의 장점이었던 ‘가격 대비 좋은 성능’이 유명무실해졌다.

최근 현대자동차를 시작으로 국산 자동차업체들이 수입차 점유율 상승에 경계심을 보이고 있다. 주요 타깃은 독일 차다.

그 대책이 가격 혹은 편의장치라면 일본 차가 그랬던 것처럼 저격에 실패할 공산이 크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갈고닦아 대결하기에는 상대가 너무 강하다.

독일 차는 ‘외계인의 기술로 만들었다’는 농담이 돌 정도로 성능이 탁월하다는 평을 듣는다. 그것에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은 어쩌면 개성인지도 모른다.

영국 차의 우아한 분위기, 이탈리아 차의 매콤한 감성, 그리고 북유럽 차의 가족적인 이미지 등 숫자로 설명할 수 없는 가치가 핵심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자세가 필요한 때다.

신동헌 남성지 ‘레옹’ 부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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