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동아일보 컬처]이지현의 아주 쉬운 예술이야기 위태로운 사랑을 나누는 남녀의 아찔한 모습… 로댕 ‘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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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12일 13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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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댕 ‘키스’ (1889년 경, 대리석, 182cm×122cm×153cm, 로댕미술관)
▲ 로댕 ‘키스’ (1889년 경, 대리석, 182cm×122cm×153cm, 로댕미술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만큼 너무 유명해서 뭐가 감동적인지 스스로 생각해볼 틈도 없었던 작품. 로댕의 ‘키스’입니다. 2,3월이면 초콜릿가게와 사탕가게 앞에 몰려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문득, 짜르르 떨리는 사랑의 감정을 꺼내보고 싶네요.
대리석으로 조각된 로댕의 ‘키스’는 청동으로 만든 버전만 수백 개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많은 작품입니다. 아마도 들여다볼수록 발견되는 신비한 매력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이야 ‘남녀의 에로틱한 입맞춤이구나’ 정도로 지나칠지 몰라도, 로댕이 활동하던 당시만 해도 신이나 요정이 아닌, 인간을 대상으로 이렇게 과감한 관능미를 표출하는 것은 파격 그 자체였습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차가운 대리석으로 이렇게 뜨거운 열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단테의 ‘신곡’에 등장하는 시동생과 형수의 애욕
절벽 위에 앉아 위태로운 사랑을 나누는 남녀의 아찔한 모습. 대체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까요? 이 남녀는 오랫동안 사랑하는 마음을 감추고 있던 시동생과 형수 사이로, 어느 순간 자석처럼 이끌려 뜨거운 키스를 나누고 있습니다. 단테의 ‘신곡’ 중 지옥편에 등장하는 이들은 애욕의 죄를 범해 비참하게 살해되고, 결국 지옥에서 서로를 끌어안은 채 떠도는 영혼이 되고 말죠. 로댕은 호주머니에 ‘신곡’을 넣고 다닐 정도로 단테의 열렬한 팬이었다고 하는데, 신곡 중에서도 서정적인 이 장면이 그에게 깊은 감동을 준 것 같습니다.
몸 안에 갇힌 영혼, 영혼과 분리될 수 없는 몸, 그 사이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갈등을 겪나요? 고통으로 신음하는 뒤틀린 육신을 적나라하게 빚어낸 로댕은 이 작품에서도 육체와 영혼의 아찔한 조화를 담아냈습니다.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리는 사랑의 기억들. 완벽한 조형미로 표현된 뜨거운 숨결을 통해 훔쳐보듯 감정의 극치를 경험해봅니다.
글·이지현(‘예술에 주술을 걸다’ 저자)
글쓴이 이지현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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