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달인 김병만 슬랩스틱에 ‘오콘’에 온 듯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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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 오페레타 ‘박쥐’

국립오페라단 오페레타 ‘박쥐’에 술 취한 간수로 출연하는 개그맨 김병만. 국립오페라단 제공
국립오페라단 오페레타 ‘박쥐’에 술 취한 간수로 출연하는 개그맨 김병만. 국립오페라단 제공
국립오페라단이 28일 개막해 12월 1일까지 무대에 올리는 ‘박쥐’에서 웃음의 정점은 3막 초반에 찍힌다. 개그맨 김병만이 맡은 술주정뱅이 간수 프로쉬가 등장하는 부분이다.

김병만의 프로쉬는 무대 위의 소품 하나 놓치지 않고 개그 본능을 뽐낸다. 탁자 위를 비틀거리며 걷다가 굴러떨어지는 건 기본, 대걸레와 미끄러지듯 춤을 추고 극이 끝난 뒤에는 ‘깜짝 지휘’도 한다.

27일 프레스 오픈 리허설이 끝난 뒤 김병만은 “리허설마다 매번 새로운 것을 선보일 정도로 열심히 하고 있다. 자꾸 출연 분량이 늘어나고 있다”며 웃었다. ‘달인’답게 술병을 들고 구르는 그의 슬랩스틱은 자연스럽게 극에 녹아들었다. 그는 주로 우리말로 대사를 하지만 상대방의 말에 독일어로 대꾸도 한다.

이번 프로덕션은 배경을 원작의 19세기에서 1920년대로 옮겼다. 아이젠슈타인(리처드 버클리스틸)은 변호사에게 골프채를 휘두르고, 무도회장은 카바레 ‘박쥐’로 바뀌어 무용수들이 수영복 차림으로 춤을 춘다. 삼겹살과 소주, 싸이의 말춤, ‘개그콘서트’ 유행어도 나온다.

전반적으로 우리말 대사와 독일어 대사가 어우러지지 않는 것은 아쉬운 느낌을 줬다. 스티븐 로리스 연출은 우리말 대사를 극 중에서 ‘지독한 오스트리아 사투리’로 설정했다. 1막에서 하녀 아델레(이현)는 주인마님인 로잘린데(파멜라 암스트롱)에게 부분적으로 한국어 대사를 건네고, 로잘린데는 이를 독일어로 맞받았다. 2막에서 아델레와 그의 언니는 느닷없이 우리말 대사를 주고받았다.

관객은 독일어 대사의 경우 자막을 보고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웃음의 포인트가 한 박자 늦고 김이 샜다. 음악칼럼니스트 유형종 씨는 “‘노래 외에 대사를 모두 우리말로 했으면 재미가 더 살아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픈 리허설 뒤 국립오페라단은 자막을 구어체로 더 부드럽게 바꾸었다고 했다.

국립오페라단은 이 프로덕션의 ‘박쥐’를 매년 연말 고정 레퍼토리로 올릴 계획이다. 국립오페라단은 “원작을 변형한 버전이지만 국립오페라단만의 특색을 살린 박쥐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9, 30일 오후 7시 반, 12월 1일 오후 3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1만∼15만 원. 02-586-5363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김병만#박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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