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창극단의 ‘장화홍련’ 파격… 객석이 호수가 되고 현대 배경 ‘샤워 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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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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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어두운 내면에 주목하는 국립창극단의 창극 ‘장화홍련’. 국립창극단 제공
인간의 어두운 내면에 주목하는 국립창극단의 창극 ‘장화홍련’. 국립창극단 제공
‘샤워 신’ 있고 창자(唱者)의 발림(몸짓과 손짓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없다. 27∼30일 국립창극단이 선보이는 창극 ‘장화홍련’이다.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은 “관객이 외면하는 창극을 만들어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논란의 대상이 되더라도 관객이 보고 싶어 하는 창극을 무대에 올리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연출가 한태숙과 극작가 정복근 콤비가 만드는 이 첫 번째 창극에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객석은 장화와 홍련이 수장된 호수가 된다. 객석은 무대 위에 ‘ㄷ’자로 627석을 만든다. 관객은 이웃집을 비밀스럽게 훔쳐보듯 극과 마주하게 된다.

고전소설을 토대로 배경도 현대로 옮겼다. 아름다운 전원주택에 사는 단란해 보이는 장화홍련 가족. 장화는 결혼과 함께 유학을 떠나고 동생 홍련도 언니를 따라갈 계획이다. 아버지는 현실감각이라곤 없고 계모 허 씨는 의붓딸들을 향한 사악한 마음을 품는다. 동생 장수는 두 누나에 대한 질투와 허영심에 사로잡힌다.

등장인물의 말투도 창극 스타일 대신에 현대적이고 세부적으로 표현한다. 작창을 맡은 왕기석 씨는 “기존 창극의 요소 중 90%를 버렸다. 관객 절반은 창극의 길을 찾아나가는 새로운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나머지 절반은 ‘이게 뭐야?’ 하고 욕할 거라는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창극이라고 하면 으레 떠오르는 몸짓을 배제하고 대사로 극의 진행을 끌어나가기에 배우들이 단단히 고생을 하고 있다. 계모 역을 맡은 김금미 씨는 “현대극으로 표현하다보니 몸가짐 자체가 완전히 달라서 허리를 굽히지 않게 신경을 쓰느라 온몸이 아프다”고 말했다. 장화 역의 김미진 씨는 “샤워 부스에 들어가는 노출 신이 있어서 부담스럽다”면서 웃었다.

한태숙 연출은 “미치광이처럼 덤비는 등 창극 배우들이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연극적 표현들을 도입했다. 또 나로서는 연극에서 못 해본 창극의 화법에 매력을 느낀다. 뮤지컬과는 또 다른 신선한 면에 놀라고 배우는 중”이라고 말했다. 27∼30일 오후 8시. 2만∼7만 원. 02-2280-4155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국립창극단#장화홍련#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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