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동행한 두 수학천재, ‘유리알 유희’ 수학 콘서트 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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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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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ISSUE]

김민형 교수
김민형 교수
김민형, 박형주 교수는 서울대 82학번 동기생이다. 김 교수는 수학과, 박 교수는 물리학과였다. 고등학교 졸업장이 없다는 공통점 때문이었을까. 둘은 1학년 때부터 줄곧 어울려 다녔다.

김 교수는 미국에 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한국에 들어왔다. 중학교 1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고 집에서 공부했다. 남들이 보기엔 ‘홈 스쿨링’이지만, 자신은 그냥 “놀았다”고 한다. 박 교수는 충남 공주대 사범대부설고 1학년 2학기 때 자퇴했다. 월반 제도가 없어서였다. 이듬해 검정고시를 보고 대학 입학시험까지 치렀다. 보통 이런 사람들을 ‘천재’라 부른다. 대학 입학은 박 교수가 한 살 빨랐던 셈인데, 김 교수는 졸업이 한 학기 빨랐다. 1982년 말 도입된 서울대 조기졸업 제도의 첫 주인공이었으니까.

누구보다 비슷해 보이는 두 친구는 사실 많이 달랐다. 김 교수는 오로지 도서관밖에 몰랐고, 술은 입에도 대지 않았다. “도서관에만 있으면 재미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사실 그 안에도 재밋거리가 꽤 있다”는 게 그의 설명. 반면 사회운동에 관심이 많았던 박 교수는 술도 곧잘 했다. 술에 취해 자취방으로 돌아가기 힘들면 김 교수 집에서 잘 때도 많았다.

박형주 교수
박형주 교수
김 교수는 1학년 때부터 물리학과를 기웃거렸는데, 정작 진로를 바꾼 건 박 교수였다. 3학년 때 ‘현대 대수’ 과목을 듣다가 “너무 충격적일 정도로 아름다워서” 수학자의 길을 걷기로 마음먹었다. 김 교수는 미국 예일대에서, 박 교수는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서 공부했다. 미국 동부와 서부라 자주 보진 못했다. 다만 1989년 캘리포니아에서 대지진이 났을 때 박 교수가 김 교수네로 피난 가 머물기도 했다.

두 친구는 어느덧 한국 수학계를 이끌어 가고 있다. 박 교수는 ‘2014년 세계수학자대회(ICM)’ 유치를 주도했다. 2009년 포스텍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ICM 조직위원장으로서 눈코 뜰 사이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미 세계적 수학자 반열에 오른 김 교수는 올 초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옥스퍼드대 수학과 정교수 자리에 올랐다.

두 거물이 ‘수학콘서트’를 위해 의기투합한 것은 대중화를 꿈꿔온 수학계로선 크게 반길 만한 일이다. 30년 지기 친구가 만들어낼 유쾌한 후폭풍이 꽤나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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