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첼로 선율이 빚어낼 수 있는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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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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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요마 리사이틀 ★★★★☆

1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첼리스트 요요마의 따스한 음색과 미소 덕분에 온기로 가득 찼다. 크레디아 제공
1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첼리스트 요요마의 따스한 음색과 미소 덕분에 온기로 가득 찼다. 크레디아 제공
13일 요요마가 선사한 무대는 ‘여행’이었다. 첼로의 음률을 타고 유럽과 남미를 오갔고, 익숙함과 새로움, 편안함과 놀라움이 내내 함께했다. 요요마는 그 여행을 최고의 즐거움과 풍성한 감흥으로 이끌어준 베테랑 가이드였다.

1부 첫 곡은 스트라빈스키의 ‘이탈리아 모음곡’. 피아니스트 캐스린 스톳과 함께 만면에 미소를 띠며 등장한 요요마는 박수가 채 잦아들기도 전에 연주를 시작했다. 처음엔 조금은 무심한 듯 사뿐한 보잉으로 경쾌한 스텝을 이어가더니 어느새 우리를 다사롭고 상쾌한 남국의 풍광 속으로 순간이동시켰다. 그의 첼로가 지어 보이는 표정은 다채로우면서도 편안했고, 말솜씨는 능란하면서도 자연스럽기 그지없었다.

남미 작곡가들의 소품 세 곡을 묶어서 연주한 두 번째 곡. 이번에는 아마존의 밀림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카페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요요마는 빌라로부스와 과르니에리의 곡에 담긴 브라질 민속음악의 색채를 선명하고도 부드럽게 부각시켰고, 피아소야(피아졸라)의 ‘망각’에서는 탱고 음악의 회한 속으로 깊숙이 침잠해 들어갔다. 단순한 모방을 넘어서 세련된 체화(體化)를 느끼게 한 그 바탕에는 그간 월드뮤직 장르에서 쌓아온 풍부한 경험이 깔려 있었다.

파야의 ‘7개의 스페인 가곡’에서는 스톳과의 파트너십이 특히 돋보였다. 두 사람의 호흡은 누가 누구에게 맞춰주는 차원의 것이 아니라, 각자 하고 싶은 대로 하는데 당연히 맞아 들어가는 종류의 것이었다. 둘 사이에는 그야말로 한 치의 간극도 없었다.

백미는 2부 첫 곡, 메시앙의 ‘예수의 영원성에의 송가’였다. 첼로는 유장한 호흡 속에서 절묘한 크레셴도와 데크레셴도 예술의 극치, 그리고 표현을 위해 봉사하는 세밀한 비브라토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특히 기다란 선율 선에 꾸준히 힘을 더해 정점에 도달한 순간 ‘수비토 피아노(갑자기 여리게)’로 전환하는 클라이맥스에서는 단 한 대의 첼로로 오르간을 방불케 하는 극한의 음향효과를 연출했다. 실로 경이로운 순간이었다.

반면 가장 기대를 모았던 브람스의 소나타(바이올린 소나타 3번을 편곡해서 연주)는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첼로는 태생적인 고음부의 한계를 노출했고, 피아노는 브람스를 연주하기엔 덜 여문 소리를 냈다. 하지만 ‘첼로로 연주하는 바이올린 음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완성도 높은 연주였고, 특히 4악장에서 요요마가 펼쳐 보인 탁월한 연주 기술과 구성력은 현존 최고의 첼리스트다웠다.

황장원 음악칼럼니스트
#요요마#첼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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