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혜초, 디지털 기술로 1300년된 내 시대를 되살렸다니 놀랍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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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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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문헌-연구성과 바탕, 3차원 고화질로 재구성… 문화재 복원 전시 잇달아

18일까지 대전 유성구 국립중앙과학관 내 전시관에서 열리는 ‘혜초 디지털 인터랙티브 미디어’ 전시는 신라 승려 혜초가 ‘왕오천축국전’에서 소개한 문화유산의 모습을 디지털로 재현한다. 김혜지 이슬아 씨 제공
18일까지 대전 유성구 국립중앙과학관 내 전시관에서 열리는 ‘혜초 디지털 인터랙티브 미디어’ 전시는 신라 승려 혜초가 ‘왕오천축국전’에서 소개한 문화유산의 모습을 디지털로 재현한다. 김혜지 이슬아 씨 제공
나는 신라 승려 혜초(704∼787). 신라에만 있는 게 답답해 인도와 중앙아시아 등지를 2만 km 이상 떠돌아다녔어. 요샛말로 ‘글로벌 노마드(Global nomad)’랄까. ‘강남스타일’의 싸이보다도 1200년 이상 앞서 세상을 ‘찍고’ 다녔지.

그런데 18일까지 대전 유성구 국립중앙과학관 내 전시관에서 열리는 ‘혜초 디지털 인터랙티브 미디어’ 전시가 내가 남긴 여행기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의 주요 문화유산을 옛 모습 그대로 재현했다더군. ‘범인국(犯引國·현재 아프가니스탄)’에서 나를 흥분의 도가니에 빠뜨렸던 130m 거대 대불인 바미안 석불마저 되살렸다는 거야. 2001년 탈레반이 석불을 폭파했을 때 내가 하늘에서도 울면서 안타까워했거든. 어떻게 가능하냐고?

이걸 ‘문화재 디지털 복원’이라고 해. 디지털 미디어를 이용해 가상의 공간에 문화재를 원래 모습대로 다시 만드는 거지. 말은 쉽지만 만만한 작업이 아니야. 차근차근 설명해 줄게.

751년, 즉 내가 살아있을 때 세워진 불국사를 예로 들어보지. 옛 문헌을 보면 알겠지만, 지금 후손들이 보고 있는 불국사는 원래 모습과 많이 달라. 원래 불국사는 현재 규모의 약 8배에 달하는 웅장한 모습이었어. 청운교와 백운교 아래에는 연못이 있었고 다리 밑으로 배들이 오갔지. 또 그때는 용마루 양끝에 하늘로 치켜 올라가듯 붙어 있는 대형 장식기와인 ‘치미’가 유행했어. 다보탑도 기단(基壇)에 난간이 붙어 있었고. 이 같은 원래 모습을 어떻게 디지털로 되살릴 수 있을까.

첫 단계는 시나리오 제작이야. 불국사에 대한 옛 문헌과 관련 학자들의 연구 성과 등을 조사해 전체적인 밑그림을 그리는 거지. 다음 단계는 촬영. 고화질(HD) 동영상 카메라, 3차원 스캐너 등으로 불국사의 구석구석을 훑는 거야. 마지막은 디지털 합성으로, 이렇게 수집한 각종 데이터를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재구성하는 거지. 내년 2월 23일까지 서울 성동구 한양대박물관에서 열리는 ‘한국건축문화재, 복원과 창조의 경계’ 특별전에서 3차원(3D) 입체영상으로 되살아난 원래 모습의 불국사를 만날 수 있어.

이 같은 디지털 복원을 왜 하는 거냐고? 디지털 복원 전문가인 박진호 KAIST 문화기술대학원 선임연구원은 이렇게 말했어. “디지털 복원은 가상공간에 과거의 삶을 고스란히 구현할 수 있어요. 한 번 만들어 놓으면 수정하기 힘든 아날로그 복원과 달리 디지털 복원은 후세 이론이 바뀌면 이를 반영해 바꿀 수 있고, 문화재가 훼손됐을 때 복구를 위한 자료로도 사용할 수 있고요. 또 디지털로 복원된 문화재는 영화나 애니메이션, 책, 게임, 사이버박물관 등에 다양하게 활용되면서 우리의 찬란한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도구가 될 수 있죠.”

실제로 2010년 상하이 엑스포 때 중국관의 메인 전시가 디지털로 복원한 120m 길이의 청명상하도(淸明上河圖)였는데, 무려 3000만 명 이상이 관람했다고 해. 중국 문화의 매력을 첨단 기술로 표현해 전 세계에 널리 알린 거지. 하지만 우리 문화유산도 중국 못지않고 정보통신기술은 세계 최강이잖아? 다행히 문화재청에서는 2017년 세종시에 ‘디지털문화유산영상관(가칭)’을 세울 예정이래. 이곳에선 석굴암과 팔만대장경, 승무, 조선왕릉 등을 3차원, 4차원(4D), 5차원(5D)으로도 느낄 수 있다더군.

선조의 옛 모습을 찾아내고 재현하고자 하는 후손들의 이런 노력을 보면 나는 참 기쁘다네. 나중엔 내 얼굴도 되살려보길 바라네. 그럼 나는 이만.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혜초#문화재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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