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스테이, 힐링 속으로]사찰 태교여행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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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품속, 태아가 엄마 품속처럼 좋아해

경기 화성시 용주사는 조선의 22대 임금인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넋을 기리기 위해 능사(陵寺)로 지은 사찰. 그래서 불심과 효심이 어우러진 ‘효찰대본산’으로 불린다. 13일 임신 8개월째인 동아일보 사진부 김미옥 기자가 용주사 대현(大玄) 스님과 ‘불가의 태교’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경기 화성시 용주사는 조선의 22대 임금인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넋을 기리기 위해 능사(陵寺)로 지은 사찰. 그래서 불심과 효심이 어우러진 ‘효찰대본산’으로 불린다. 13일 임신 8개월째인 동아일보 사진부 김미옥 기자가 용주사 대현(大玄) 스님과 ‘불가의 태교’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10월 10일은 ‘임산부의 날’이었다. 어머니가 아이를 배 속에서 품는 10개월과 풍요의 달인 10월의 의미를 기념일에 담아낸 것이다.

저출산과 고령임신의 세태 속에 ‘맑고 건강한 아이’를 얻을 수 있다는 각종 태교(胎敎)법은 아이를 원하는 부부들에게는 뜨거운 화두 가운데 하나다.

그중 하나가 ‘숲 태교’. 울창한 숲 내음과 바람, 그리고 새소리를 태아에게 직접 노출시켜주는 ‘숲 태교’가 가장 최신의 트렌드로 떠올랐다.

실제 국제적 연구를 통해서도 숲 태교는 그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 인간의 지능이 발달하는 데는 유전적인 요인보다는 자궁을 둘러싼 환경이 중요한데, 이를 결정하는 요소가 바로 ‘충분한 산소와 영양, 그리고 스트레스가 없는 환경’이라는 것이다. 태교에 가장 이상적인 환경은 콘크리트 숲 속의 클래식 음악이나 화려한 미술관이 아니라 오히려 푸른 나무가 울창한 숲이라는 얘기다.

박문일 한양대 의대 산부인과 교수는 “태교에 가장 이상적인 환경이 바로 숲이며 특히 자연 음악은 태아 심장의 성숙도를 증가시킨다”고 말한다.

불교계가 운영하는 ‘템플스테이’는 바로 그런 숲 태교에 가장 효과적이고 실용적인 방법 중 하나다. 전국 명산의 굽이굽이에 들어선 전통사찰을 활용해 가장 편안하고 안락하게 숲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템플스테이를 활용한 태교, 특히 부부의 태교여행은 유산의 위험이 높은 임신 초기나 출산예정일을 앞둔 시기를 제외하면 자연과 호흡하기에는 최적의 환경으로 평가받는다.

어느새 도입 10주년을 맞은 템플스테이가 초기의 엄숙한 프로그램에서 탈피해 도시인들의 휴식을 위한 자율형 템플스테이가 늘면서 신선한 공기와 완벽한 자유를 찾아 태교여행을 떠나길 원하는 부부들로부터도 호평을 받기 시작했다.

“아이는 엄마의 마음을 세포로 직접 받아들입니다. 임신부들이 사찰에서 편안하게 자연을 즐기고 명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태교법이 될 겁니다.”(경기 화성 용주사 연수국장 대현 스님)

최근 상당수 사찰들이 임신부 및 태아의 건강과 감성에 도움이 되는 숲길과 휴식 공간을 마련하고 태교여행자들에게 손짓하고 있다. 임신부라면 엄격한 템플스테이의 규칙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누워서 명상을 하거나 자연을 만끽할 수도 있다.

특히 부부의 사찰 태교여행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조건은 임신부를 위한 편안한 숙소다. 최근 템플스테이의 대중화에 맞춰 시설 현대화 작업이 확산되면서 단체숙식에서 벗어나 가족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2인실 방사(房舍)가 대폭 늘어난 점도 고무적이다.

2009년 문을 연 충남 공주의 전통불교문화원은 2인실에서 8인실까지 현대적이고 정갈한 숙박시설을 마련해 호평을 받고 있다. 이 밖에 상당수 사찰에서도 템플스테이 체험객이 집중되는 주말만 피한다면 가족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조용한 방사를 누릴 수 있게 됐다.

숙박형 템플스테이가 부담스럽다면 하루 일정으로 가족이 함께 숲과 사찰 체험을 할 수 있는 ‘템플 라이프’ 프로그램도 고려할 만하다.

전통식 사찰 건물이 주는 편안함은 물론이고 고기와 자극적인 음식인 오신채(마늘, 파, 부추, 달래, 흥거)가 빠진 사찰음식 또한 임신부들에겐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용주사 대현(大玄) 스님은 “불가에서는 참선을 통해 자신을 정화해야 태내에 좋은 인연이 들어설 수 있다고 한다”며 “태아가 잠들지 않고 깨어있는 오후 8시경 사찰 경내를 조용히 걸어보거나 자연의 기운이 가장 충만한 시간인 새벽녘을 활용해 숲길의 고요함을 경험해 보라”고 권했다.

주말형 템플스테이의 인기를 바탕으로 이제는 1년 365일 언제든 산사에서 쉬어갈 수 있는 ‘휴식형 템플스테이’가 대폭 늘어난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화성=글·사진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힐링#사찰#템플스테이#태교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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