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활동 풍자만화가 정인경 씨 서울서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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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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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할머니 이야기’로 일본사회 꼬집어
“동일본대지진 피난생활 아직도 27만명… 많은 이들 편리함보다 소중한 삶 고민”

정인경 작가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서 이번 원전 사고의 메시지를 어떻게든 표현해야겠다는 사명감을 느꼈다”며 “인류가 소중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방법에 대해 한 번쯤 돌아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정인경 작가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서 이번 원전 사고의 메시지를 어떻게든 표현해야겠다는 사명감을 느꼈다”며 “인류가 소중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방법에 대해 한 번쯤 돌아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일본에서 활동하는 만화가 정인경(39)의 풍자만화전 ‘어떤 할머니의 이야기-내가 느낀 후쿠시마, 그리고 일본’은 천재지변을 남의 일로만 여기는 이들의 안일함에 대한 경고다. 14일까지 서울 은평구 동명여고 운연당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지난해 3·11 동일본 대지진 당시 큰 피해를 본 후쿠시마를 배경으로 그린 풍자만화 10점이 주를 이룬다. 방사능 위험지역으로 분류돼 대피 명령이 내려졌지만 집에서 수십 년을 숨어 살아온 할머니가 그 주인공이다.

“생활을 편리하게 해 주던, 안전하다고 굳게 믿었던 원전이 하루아침에 나를 집에서 쫓아낼 수도 있구나 하고 깨닫게 됐어요. 많은 일본인이 편리한 생활보다는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법을 고민하기 시작한 듯해요.”

숙명여대 사학과 졸업 후 1996년 일본 유학을 떠난 정 작가는 2006년 3월 일본 교토 세이카대에서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만화 예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본에서 16년째 살고 있는 그는 달라진 일본 사회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독도 문제로 한일 관계가 경색됐고, 일본이 화난 것처럼 보이지만 일부 정치인만의 일인 것 같아요. 평범한 일본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현안은 원전 사고 대책입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지진 발생 550여 일이 지난 현재 현 밖에서 피난 중인 주민은 6만2000명을 훌쩍 넘었고, 임시 주택에서 생활을 하는 주민은 27만 명에 이른다.

7월 답사차 후쿠시마 현립 미술관에 다녀왔다는 그는 미국 화가 벤 샨이 그린 ‘러키 드래건’(1961년)을 보고 많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러키 드래건’은 1954년 미국이 비키니 섬에서 벌인 수소폭탄 실험으로 낙진 피해를 본 일본 어선 러키 드래건(福龍)호의 어부가 후유증으로 고통 받는 데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개관 때부터 소장해 온 작품이라는데 우연치곤 기막히죠. 이곳에서 30년쯤 뒤에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으니까요.”

정 작가는 아사히신문 오사카지사가 발행하는 회보 ‘아사히21관서스퀘어’에 연재했던 작품들도 소개했다. 고독사, 자녀 학대, 무연고사 등 병든 일본 사회를 보여주는 한 컷 만화들이 예사롭지 않다. 그가 일본에 가서 느낀 첫인상이 ‘지독히도 개인주의적인 사회구나’였다. “묻지 마 살인이나 성폭행 같은 사건들이 일본에선 이미 10년 전부터 일어났지요. 커뮤니케이션이 단절된 상태에서 혼자 화를 키우다 발산을 할 데가 없으니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겁니다.”

그는 일본의 현재가 한국의 미래가 될까 걱정된다고 했다. “스마트폰처럼 편리한 기구가 생겨 얼굴을 마주보지 않고 소통하면서 우리 세계가 넓어졌다고 착각하는 것 같아요. 알고 보면 고립된 사회로 가고 있는 데도 말이죠.”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풍자만화가#정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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