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그는 까마득한 절벽에 피어난 한송이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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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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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을 말하다’ 출간 모임

‘백남준을 말하다’ 출간을 기념해 참여 필자들과 지인들이 조영남 씨의 집에서 조촐한 모임을 가졌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백남준을 말하다’ 출간을 기념해 참여 필자들과 지인들이 조영남 씨의 집에서 조촐한 모임을 가졌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18일 오후 7시 한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아파트에서 백남준을 아끼는 사람들의 조촐한 모임이 열렸다. 집주인은 가수이자 화가 조영남 씨. 그를 비롯해 지인 11명이 고인의 80세 생일(20일)을 맞아 소중한 추억을 공개한 ‘백남준을 말하다-아직도, 우리는 그를 모른다’(해피스토리)의 출간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는 경기 과천시 국립현대미술관에 설치된 ‘다다익선’의 구조 설계를 맡은 건축가 김원, 1980년대 뉴욕문화원 초대 문정관을 지내며 인연을 맺었던 천호선, ‘백남준의 손’으로 불렸던 전자기술자 이정성, 섬유예술가 정경연 씨 등 필자와 지인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처음 만난 사람도 많았으나 천재 예술가에 대한 공통된 애정을 주제로 금세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먼저 백남준기념사업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악인 황병기 씨가 말문을 열었다.

“그의 원래 전공은 음악이었고 지금도 난 그를 음악가로 생각한다. 국악을 하면서도 서양현대예술에 심취했던 나는 1960년대 일본 음악전문지에서 첨단 흐름을 소개하는 글의 단골 필자로 백남준의 이름을 처음 접했다. 68년 그의 누님 소개로 뉴욕에서 처음 만난 후 친해졌다. 그가 죽은 뒤 추모식에서 가야금을 연주할 때는 그가 내 안에 들어와 같이 연주해주는 듯했다.”

이어 백남준 작품의 주요 컬렉터인 시인 김수경 씨가 나와 “그는 시인이다”라고 말했다. 서구문화 전통을 경배한 시인에게 카라얀과 칼라스를 지루하다고 평한 백남준의 시 ‘로봇 오페라’는 문학적 멘토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김원 씨는 ‘다다익선’을 통해 만난 백남준을 “번득이는 상상력을 가진 무지막지한 천재”라고 표현했다. 이정성 씨는 구겐하임 전시를 위해 몰래 전시장을 촬영하다 들켰던 사연을, 천호선 씨는 뒤에서 백남준의 활동을 도와준 인물 등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쉴 새 없이 이어갔다.

어느덧 10시, 자리를 파할 때쯤 조영남 씨가 황병기 씨에게 질문을 던졌다. “역사는 중국이 길고 돈은 일본이 많은데 두 나라에서 볼 수 없는 백남준 같은 인물이 어떻게 한국에서 나타났을까?” “까마득한 절벽에 피어나는 꽃이 있는데 그게 바로 백남준이다. 평평한 땅이 있는데도 절벽에 피는 꽃. 백남준이 나온 것은 기적이다.”

용인=고미석 문화전문기자·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백남준#백남준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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