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엄청난 성량, 압도적 스케일… 세계 흔든 한국의 ‘목청 킹’ 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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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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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 박종민-서선영 초청 콘서트 ★★★★☆

15일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 초청 콘서트’ 무대에 선 지난해 성악부문 우승자 베이스
박종민(왼쪽)과 소프라노 서선영. 프라임필 제공
15일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 초청 콘서트’ 무대에 선 지난해 성악부문 우승자 베이스 박종민(왼쪽)과 소프라노 서선영. 프라임필 제공
“쐬주를 마실 때… 카아!” 15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베이스 박종민이 변훈의 가곡 ‘명태’의 클라이맥스를 기막힌 연기를 곁들여 노래할 때 객석은 도수 높은 음악의 기운에 속절없이 취했다. 이뿐이랴. 앞서 소프라노 서선영이 드보르자크의 ‘루살카’ 중 ‘달에 부치는 노래’를 부를 때 2000여 청중은 숨소리마저 죽였다.

지난해 6월 29일 제14회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 성악부문 결선이 치러졌다. 시상식 맨 윗자리는 한국인 차지였다. 그것도 남녀 동반 우승이었으니 러시아뿐 아니라 세계가 놀랐다. 그 주인공 서선영, 박종민이 콩쿠르 이후 처음으로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 초청 콘서트’를 통해 한 무대에 선 것이다.

여자경이 지휘하는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들려준 베르디 오페라 ‘운명의 힘’ 서곡의 교향악적 움직임은 극적이었다. 파란색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서선영이 하프의 꿈결 같은 분산화음을 타고 운명의 힘의 아리아 ‘나의 주여 평화를’을 시작했을 때 객석에는 탄성이 흘렀다. 서양인에게나 있을 법한 엄청난 성량과 힘이 요구되는 리릭-드라마틱 소프라노의 전형. 고음에서 금실을 뽑듯 작게 소리 내는 ‘메차보체’ 기교 또한 나무랄 데 없었다.

이에 질세라 박종민은 베르디의 ‘맥베스’에서 아들 앞에서 죽음을 목전에 둔 아버지의 절박한 심정을 묵직한 저음으로 노래했다. 서선영과 마찬가지로 3관 편성 오케스트라를 뚫고 나오는 어마어마한 스케일이 압도적이었다. 플라시도 도밍고가 그를 두고 새로운 바그너 가수의 출현을 예고했던 이유가 뚜렷이 입증됐다.

이날 청중은 동양인에게 극히 드문, 드라마틱한 목소리를 가진 초대형 성악가의 탄생을 지켜보았다. 국내 무대에서는 좀처럼 듣기 힘든 곡들이 내내 펼쳐졌다. 베이스 연광철에 이어 독일 바이로이트 축제에 주역으로 서는 한국 가수를 보게 되리라는 확신이 스쳤다. 세계 오페라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고 있는 서선영, 박종민에게 아낌없는 갈채를 보내야 할 이유다.

유혁준 음악칼럼니스트 poetandlove@daum.net
#박종민-서선영#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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