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클라리넷 수석 29일 정기연주회 협연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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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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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재일의 클라리넷 연주 때마다 배 속 아기가 발레하는것 같아요”
-어느 팬의 찬사의 글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오케스트라 단원이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키기란 쉽지 않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의 클라리넷 수석 채재일 씨(34·사진)는 뛰어난 기량, 감각적인 연주로 자신의 존재를 뚜렷이 부각해왔다. 연주가 끝난 뒤 지휘자가 파트별로 연주자를 일으켜 세울 때 어느 누구보다 그에게 큰 환호가 쏟아지는 일이 많다. 인터넷에서 그의 이름을 검색하면 ‘두근두근 (그의 연주를) 어서 보고 싶다’ ‘그의 연주 때마다 배 속의 아기가 발레를 하는 것 같았다’는 팬들의 글이 이어진다.

그가 29일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서울시향 정기연주회의 협연자로 데뷔한다. 팬들에게는 단원의 실력을 알리고 내부적으로는 자극을 주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25일 만난 채 씨는 “동료들 앞에서 솔로로 연주할 생각을 하니 어느 때보다 긴장되고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주회를 위해 클래식과 재즈를 넘나드는 코플랜드의 클라리넷 협주곡을 선택했다. 재즈 클라리넷 연주자 베니 굿맨을 위해 작곡해 굿맨이 초연했다. 원곡이 고도의 기량을 요구하는 터라 대개는 굿맨의 요청으로 쉽게 수정한 버전이 연주된다. 하지만 채 씨는 ‘오리지널 버전’으로 연주한다. 한국 초연이다.

그가 오리지널 버전을 처음 접한 것은 2000년대 초반. 그의 스승인 찰스 나이딕 미국 줄리아드음악원 교수가 원본을 발굴해 음반으로 녹음한 것을 듣고 귀가 쫑긋했다. 악보를 구하지 못해 음반을 들으면서 직접 채보한 뒤 나이딕 교수에게 들고 가 ‘검사’ 겸 연주 지도를 받았다. “이 작품은 다른 클라리넷 레퍼토리에서 찾아볼 수 없는, 4옥타브의 C샤프에 이르는 고음까지 소화해내야 하는 어려운 곡입니다. 처음에는 악보를 보고 ‘이게 연주가 가능한 건가’ 했는데 나이딕 선생님이 가르쳐주신 대로 하니까 되더라고요.(웃음) 아무리 어려운 곡이라도 열심히 하면 된다는 깨달음을 얻었죠.”

그는 청소년기와 대학 시절을 미국에서 보냈다. 학교를 졸업한 뒤 밀워키 심포니 단원으로 활동하던 중 2005년 서울시향 오디션 공고를 접했다. “클라리넷 수석 자리가 눈에 쏙 들어왔어요.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게 싫었어요. 서울시향이 어떻게 변화할지 분명하지 않을 때여서 주저하기도 했지만 서울시향 클라리넷 수석을 지낸 아버지(고 채일희)의 영향과 한국 생활에 대한 로망, 수석으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들에 이끌렸죠.”

2007∼2008년 로스앤젤레스 오페라 클라리넷 수석연주자로 종신계약을 하기도 했지만 도약하는 서울시향에 충실하기 위해 한 시즌이 끝난 뒤 그 자리도 그만뒀다. 서울시향의 연주와 시간이 날 때마다 참여하는 실내악 활동이 생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날마다 클라리넷에서 새로움을 느낍니다. 예전에는 주로 오케스트라에 속한 하나의 악기로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솔로 악기로도 역할이 크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이런 마음을 객석에 온전히 전달하는 것이 제 몫이겠지요.” 1만∼6만 원. 1588-1210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음악#클래식#서울시향#채재일#클라리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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