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커버스토리]초고대문명 연구하는 국내 과학자와 그들의 집념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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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학계 외면하지만, 유물-유적 있는데 과학으로 풀어내야죠

1996년 가을 이집트 카이로박물관을 찾은 맹성렬 교수(48·우석대 전기전자공학과·사진)는 한 전시물 앞에서 발을 멈췄다. 돌항아리였다. 편암, 섬록암 같은 단단한 돌을 정교하게 다듬고 속을 깎아내서 만든 것들이었다. 기원전 3000년경에 경도가 높은 암석을 어떻게 이렇듯 균일한 두께로 파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에 사로잡혔다. 맹 교수가 초고대문명에 빠져들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 돌항아리가 준 충격

맹 교수는 사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UFO 연구가로 더 알려져 있었다. 1995년 문화일보가 1면에 UFO 사진을 실을 때 맹 교수에게서 사진 속 물체가 진짜 UFO라는 확인을 사전에 받았다. 그 즈음 펴낸 ‘UFO 신드롬’이라는 책은 한국 사회에 작지 않은 UFO 신드롬을 부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이집트에 사로잡힌 것이다.

“돌항아리는 엔지니어의 관점에서 봐도 보통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했어요. 이집트를 다녀오고 나서 고대 이집트에 관심을 갖고 자료를 모으고 공부를 시작했지요.”

그가 박사과정을 밟던 영국 케임브리지대는 이집트학과 고대문명에 대한 연구 자료가 풍부했다. 그에게는 천혜의 조건이었다. 그가 현재 사실상 한국에서 유일하다고 볼 수 있는 초고대문명 전문 연구자로 자리매김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다.

그의 전력(前歷)으로 미뤄 짐작하자면 초고대문명 연구를 할 때 고대 우주인 가설의 영향을 받을 만도 했다. 그러나 그는 그렇지 않았다. 외계문명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결정적인 단서를 찾지 못하겠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였다.

둘째는 과학자로서의 자존심과도 관련돼 있다. 외계문명, 또는 UFO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시간이 갈수록 점점 신비주의자화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걸 봤다. 과학이라는 눈으로 접근하기가 점점 어려워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주류 과학자들과 대결하기 힘들거든요.” 비록 초고대문명이라는 주제 자체가 주류 과학계 쪽에서는 아예 상대도 하지 않는 분야이지만, 그는 과학으로 한번 풀어보고 싶은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초고대문명 연구는 유적과 유물이라는 물질적 증거가 항상 거기 있어요. 해석의 문제일 수는 있겠지만 충분히 과학적 논쟁을 할 수 있을 만한 것들이 존재한다고 믿는 거죠.”

사실 외국에서 초고대문명에 관한 책은 과학자보다는 언론인이나 작가 같은 비전문가들이 내고 있다. 세계적으로 이름이 높은 그레이엄 핸콕도 마찬가지다. 맹 교수는 내년에 초고대문명에 관한 서적을 내려고 준비하고 있다. 그는 “최소한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고대문명에 관한 상식 중에는 확실히 틀린 게 있다는 걸 알려서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고 싶다”고 말했다.

■ 상상력과 회의(懷疑)

김재수 한국정신과학학회 명예회장(63·공학박사)은 초고대문명의 외계 우주인 가설을 지지하는 연구자다. 맹 교수와는 1990년대부터 함께 UFO 연구를 하면서 알고 지내는 사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일하면서 틈틈이 공부를 해 왔다.

“문명은 리니어하게(선형적으로) 변화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어느 순간 갑자기 사라지거나 아니면 다른 차원으로 도약해 버리지요. 초고대문명도 여러 이유로 사라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사와 기억에 남지 않았다고 아예 없었던 걸까요?”

그는 21세기 문명은 이제 물질에서 정신으로, 이성에서 직관으로, 남성에서 여성으로, 물질에서 인간으로 변화해 가고 있다고 바라봤다.

지난해 말 ‘외계문명과 인류의 비밀’이라는 책을 낸 원종우 씨도 우리나라의 초고대문명 연구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인물이다. 2010년부터 인터넷매체 ‘딴지일보’에 연재한 내용을 묶은 이 책은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10%의 사실과 90%의 추론 및 비약의 결과다. 그러나 사라진 ‘행성 Z’와 화성 문명, 그리고 달의 비밀 등을 엮어서 풀어낸 이야기는 판타지 소설에 버금가는 재미를 준다.

멈출 줄 모르는 상상력과 끊임없는 회의(懷疑)로 초고대문명이라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그들이 앞으로 어떤 결과를 낼지는 아무도 모른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초고대문명#민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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