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Life]발 모아 표정 모아 가족사진을… 찍고 소통하고 상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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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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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행복을 찾고 싶다면 사진부터 찍어보시죠!

우는 모습이어도, 얼굴이 나오지 않아도, 예쁜 척하지 않아도 좋다. 좋은 가족사진은 단순히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닌 우리 가족만의 특별한 모습을 담은 것이다. 홍진환 문권모·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우는 모습이어도, 얼굴이 나오지 않아도, 예쁜 척하지 않아도 좋다. 좋은 가족사진은 단순히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닌 우리 가족만의 특별한 모습을 담은 것이다. 홍진환 문권모·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이것은 그냥 가족사진 얘기가 아니다. ‘행복한 가족사진’ 얘기다. ‘가족사진=행복’이란 공식은 누구에게나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그냥 가족의 모습을 찍기만 하면 모든 게 해결되는 걸까. 사진을 통해 가족이 더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을 적극적으로 알아볼 필요가 있진 않을까. 가정의 달 5월, 그중에서도 어린이날을 맞아 ‘O₂’가 사진을 통해 가족의 행복을 극대화할 방법을 알아봤다. 그를 위해 국내 유일의 사진심리학자인 신수진 연세대 교수(인지과학연구소)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사진과 심리학의 교차로에는 우리가 몰랐던 놀라운 사실들이 숨어 있었다. 》
○ 나라서, 우리라서 특별한 것을 찍어라

“우리는 왜 가족사진을 찍을까요?” 신 교수가 먼저 질문을 던졌다. 기자가 우물거리자 그녀가 말했다. “가족사진의 중요성은 ‘행복은 관계에서 나온다’는 데 있어요. 사진은 가족 구성원 사이의 관계를 기록하고, 그것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며, 가족끼리 소통하게 해 결과적으로 사랑을 강화해 주는 도구랍니다. 가족사진과 관련해 제가 가장 먼저 강조하고 싶은 게 있는데요. 바로 ‘행복한 가족사진’을 만들기 위한 첫걸음은 남과 다른, 우리 가족만의 사진을 찍는 데 있다는 것입니다.”

신 교수는 전통적인 가족사진에 대해 생각해 보자고 했다.

“사진관에서 찍었던 전통적 가족사진에는 두 가지 특징이 있어요. 가족들이 ‘대형’을 맞춰 한곳을 바라본다는 점이에요. 이것은 전통적 가족사진의 원형이 유럽 귀족들의 초상화이기 때문이에요. 가족의 품위와 영광을 강조하려고 그런 구도를 쓴 겁니다. 그런데 특히 요즘 같은 시대엔, 그러한 정형성이 유효하지 않아요. 남과 달라야 완전한 내 것이 되는 시대가 되었으니까요. 아까 말씀드린 관계는 소유란 말로 바꿀 수도 있는데요. 남과 똑같은 것을 소유하고 있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공기를 생각해 보세요. 그것을 소유한다는 느낌이 드시나요?”

기자 가족의 발만 모아 찍은 사진.왼쪽 발 1쌍(작은딸, 엄마)의 엄지발가락은 끝이 동그랗고, 오른쪽 발 1쌍(아빠, 큰딸)의 엄지발가락 끝은 길쭉하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기자 가족의 발만 모아 찍은 사진.왼쪽 발 1쌍(작은딸, 엄마)의 엄지발가락은 끝이 동그랗고, 오른쪽 발 1쌍(아빠, 큰딸)의 엄지발가락 끝은 길쭉하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신 교수는 ‘나만의 가족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모두에게 있는 가족이 나에게 특별한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체적으로는 정답을 벗어나려는 시도와 자기 가족의 특징과 악센트, 스토리를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제 지인 중에 아들이 둘인 분이 계세요. 3부자 모두가 약간 넉넉한 체형인데, 세 분이 함께 찍은 사진을 크게 인화해 벽에 걸어놓았더군요. 화가 보테로(뚱뚱한 인물만 그리는 것으로 유명)의 작품 같은 느낌이 드는데, 누가 봐도 그들이 가족이란 걸 바로 알 수 있어요. 본인들이 아주 좋아하시더군요.”

가족만의 특징을 나타내는 사진에는 꼭 전신을 집어넣을 필요가 없다. 엄지발가락이 뭉툭한 가족이라면 발만 모아 찍고, 눈이 닮은 가족은 눈언저리만 찍어도 된다. 나라서, 우리라서 특별한 것이 의외로 가족의 유대감을 강화해 주고 즐거운 느낌을 선사한다.

“페이스북 같은 것을 보면 사람들이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올리더군요. 남들의 미적 기준을 받아들이기보다 나만의, 우리 가족만의 시각 언어를 만들어 보세요. 예뻐 보이는 것이 기준이 되지 않게 하고, 자신이 예쁘게 나온 사진만 남기려는 가족의 ‘검열’을 극복하는 게 중요합니다. 사진은 단순히 아름다운 것만 담는 게 아닙니다. 인생사의 모든 것을 담는 것이지요. 슬프거나 지친 표정도 사랑하는 시선으로 담아 보세요. 세월이 지나면 그런 것 속에서도 새로운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또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어떻게 새로운 ‘애정’을 찾아낼 것인가도 고민해 보세요. 새로움은 삶을 지속하는 힘이 되어 줍니다.”

○ 찍는 것보다 고르는 게 더 중요할 수도


사진집 ‘윤미네 집’에 실려 있는 사진들. 고 전몽각 성균관대 교수는 1964년 태어난 큰딸 윤미의 출생부터 결혼까지를 필름에 담았다. 딸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따뜻한 시선이 순간순간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포토넷 제공
사진집 ‘윤미네 집’에 실려 있는 사진들. 고 전몽각 성균관대 교수는 1964년 태어난 큰딸 윤미의 출생부터 결혼까지를 필름에 담았다. 딸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따뜻한 시선이 순간순간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포토넷 제공
대화를 나누다 보니 사진을 보관하는 것으로 화제가 옮아갔다. “교수님, 요즘엔 클라우드 서비스 같은 게 나와서 사진 저장하기가 참 좋더군요.”

“사진 저장 환경이 좋아진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만큼 덜 고르게 되더군요. 사진은 찍는 것보다 고르는 게 더 중요할 수도 있어요. 사진을 고르는 과정에서 의미들이 생겨나거든요. 사람들은 사진을 정리하고 고르면서 자신의 경험에 대한 ‘의미 처리’를 하게 됩니다. 촬영 때 보지 못했던 것을 찾아낼 수도 있고요.”

“바둑의 복기와 비슷한 것이군요.”

“단순한 복기가 아니라 발견이 수반되는 것이지요. 자신과 가족의 모습, 그리고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거든요. 자신과 가족이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무엇을 공유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디로 나아가는지를 알 수 있게 됩니다.”

기자는 신 교수에게 고(故) 전몽각 성균관대 교수의 ‘윤미네 집’ 같은 사진 작품을 찍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전 교수는 1964년 큰딸 윤미가 태어난 뒤 생후 3일 된 모습부터 1989년 그 딸을 결혼식장에 데리고 들어갈 때까지의 일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꼼꼼하게 기록사진으로 남겼다. 전 전 교수의 온라인 갤러리(jmong.zenfolio.com)에서 사진의 일부를 볼 수 있다.

“윤미네 집처럼 꾸준히 사진을 찍어 정리해 보세요. 멋진 개인의 역사가 됩니다. 사진은 애정을 나누는 방식이라 지속적으로 찍는 게 좋지요.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면 사진 찍는 게 뜸해집니다. 그럴 땐 아이들에게 ‘바통’을 넘겨보세요. 사진은 가족 사이의 소통을 촉진하고 아이들의 인지 발달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 아이들에게 사진을 찍게 하라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사진을 찍게 해 보면 어떨까. 신 교수에 따르면 사진 찍기는 만 7∼14세 아이들, 즉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아이들은 도구를 조작해 자신의 생각을 담고, 그것을 타인과 나누면서 감성 처리 능력과 인지 능력을 발달시킬 수 있다. 게다가 사진 찍기는 누구나 할 수 있을 정도로 쉽지 않은가.

“저는 다문화, 저소득층 아이들에게도 사진 찍기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사진을 통해 시각적 소통을 하는 게 중심이지요. 사진은 말로 잘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과 불안을 표출하게 해 주거든요. 아이들은 자연스레 내적 상태를 드러내고, 감정의 표현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그 과정에서 불안도 해소되지요. 이것은 일반 가정의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종합하자면 카메라는 빛을 담는 도구인 동시에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담는 그릇이에요. 아이가 찍은 사진을 놓고 함께 이야기를 해 보세요. 사진은 대화의 좋은 재료가 되고 부모가 아이의 생각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처음엔 그냥 찍게 하세요. 그러고 나서 세 가지 질문을 해 보세요. ‘①무엇을 봤니? ②무엇을 느꼈니? ③어떤 생각이 들었니?’ 중요한 것은 절대로 3번부터 묻지 않는 거예요. 1번부터 물어야 이야기가 술술 풀려 나온답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정답’을 주려 하면 안 됩니다.”

아이가 본인 마음에 드는 사진을 택하게 한 후 그것을 프린트해 설명을 써보도록 하는 것도 좋다. 사진 일기를 쓰게 하는 것도 괜찮다. 신 교수는 2장 이상의 사진을 연결해 ‘우리 가족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보는 방법도 추천했다. 사진을 여러 방식으로 조합하다 보면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그녀는 “가장 이상적인 것은 5∼8장의 사진을 한 세트로 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가족사진#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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