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동아일보 컬처] 이지현의 아주 쉬운 예술이야기 아이의 마음으로 느껴보기… 파울 클레 ‘고양이와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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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2일 16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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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레 ‘고양이와 새’ (1928년, 캔버스에 유채와 잉크 38.1x53.2cm, 뉴욕현대미술관)
▲ 클레 ‘고양이와 새’ (1928년, 캔버스에 유채와 잉크 38.1x53.2cm, 뉴욕현대미술관)

“저게 뭐야? 저런 그림은 나도 그리겠다.”
속으론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유명한 작품이라고 하니 내색도 못하겠고, 그래서 당혹스러웠던 적 있죠? 그렇다면, 아이가 그린 것 같은 그림과 아이가 그린 그림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아이들은 순수하게 느낀 걸 그대로 그리죠. 이에 반해 아이 같은 그림은 대가의 상상력이 정화에 정화를 거듭한 결과입니다. 그만큼 고뇌의 과정을 거친 것이지요.
스위스 추상화가 파울 클레의 ‘고양이와 새’를 한 번 볼까요? 이 작품 역시 알록달록한 색채와 단순한 선, 재미난 표정에서 아이 같은 상상력이 전해집니다. 멍하게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에 매우 집중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한 고양이 표정이 압권이죠?
특이한 것은 고양이 이마에 떡 하니 박혀있는 작은 새입니다. 새를 뇌리에 박아놓고 눈을 부릅뜨고 있는 고양이. 알 듯 모를 듯한 표정이지만, 아마도 ‘저걸 어떻게 잡아먹을까?’ 궁리중인 것 같습니다. 무심한 표정을 하곤 있지만, 눈앞에서 앉았다 날았다 하는 새를 보며 바싹 약이 올랐을 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가만히 지켜보고 있지만 몇 초 후면 잽싸게 어떤 동작을 할 것 같기도 하고요. 새를 쫓는 고양이가 아니라, 고양이 머리에 새를 그려놓으니 무슨 상황인지 더더욱 호기심이 발동하는 그림입니다.
어릴 때부터 대가 못지않은 그림을 그렸던 피카소는 “아이처럼 그리는 법을 알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고 할 정도로 아이들의 무한 상상력을 동경했습니다. 피카소 뿐 아니라 조각가 브랑쿠시도 “사람이 동심을 잃어버리면 죽은 것과 다름없다”고 했지요. 호기심으로 가득한 동심은 예술가인 이들에게 신세계와 같았을 거예요.
여러분도 단순하고 재미있는 대가의 작품 앞에서 정답을 찾지 말고, 상상에 맡겨보세요. 갑자기 호기심이 생기며 그날이 그날 같은 지루한 일상이 다르게 보일 지도 모르니까요.
글·이지현(‘예술에 주술을 걸다’ 저자)

글쓴이 이지현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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