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이슈]벨 한번 울리고 뚝! 원링 스팸의 함정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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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부재중 전화’ 무심코 걸었다간 자칫 낭패

모르는 번호로 부재중 전화가 왔다면 인터넷으로 스팸전화인지 확인해보자.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모르는 번호로 부재중 전화가 왔다면 인터넷으로 스팸전화인지 확인해보자.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오전 1시. 막 잠이 들락 말락 하는 찰나. 머리맡에 놓아둔 휴대전화가 윙∼ 하며 울린다. 무슨 일인가 싶어 손을 뻗는데 받을 새도 없이 금방 끊어진다. ‘부재중 전화’란 문구와 함께 찍혀 있는 낮선 번호는 ‘010-XXXX-XXXX’. 이 시간에 누군가 싶어 전화를 건다. 순간 흘러나오는 소리는 “고객님, 대출이 필요하실 땐…”. ‘이런, XXX!!!’ 잠이 확 깬다.

기자는 지난 며칠 동안 이렇게 벨이 한 번 울리고 끊어지는 전화를 두 번이나 받았다. 또 다른 발신번호로 전화를 걸자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란 메시지가 계속 흘러나왔다. 그 번호를 인터넷에서 검색하자마자 실체가 드러났다. 바로 ‘원링(one ring) 스팸’ 번호였다.

○ 벨 한 번만 울려 누군지 궁금하게 만들어

원링 스팸은 벨을 한 번만 울리고 끊는 방식으로 휴대전화 이용자가 전화를 걸어오도록 유도하는 스팸 전화다. 수신자가 부재중 통화 기록을 보고 전화를 걸면 대부분 대출이나 성인정보 등의 광고가 흘러나온다.

원링 스팸은 사실 그 ‘역사’가 짧지 않다. 국내에선 2007년경 생겨나 2008년에 피해가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후 지속적인 단속과 차단으로 줄어들었지만 그 피해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스팸 건수가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원링 스팸 전화 신고건수는 지난해 하반기 매달 3000건 정도에서 올해 들어 5000건으로 늘었다. 권현오 KISA 인터넷침해대응센터 스팸대응팀장은 “문자 스팸에 대한 규제가 심해지자 관련 업자들이 원링 등 음성 스팸 쪽으로 이동하는 것 같다”고 추정했다.

원링 스팸은 당연히 불법이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50조에 따르면 △수신자의 전화에 영리목적의 광고성 정보를 전송하려는 자는 그 수신자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하며(제2항) △오후 9시부터 그 다음날 오전 8시까지의 시간에 수신자의 전화에 영리목적의 광고성 정보를 전송하려는 자는 제2항의 사전 동의에 더해 추가로 동의를 받아야 한다(제3항).

기자가 겪은 두 번째 사례는 원링 스팸 번호에 전화를 건 사람들에게 불법적으로 비싼 통화료를 물게 하는 악질적 수법이다. 이런 원링 스팸은 전화가 연결됐을 때 통화대기음이나 “없는 번호입니다” 등의 녹음된 음성을 들려준다. 그 사이 통화료가 부과된다. 이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 제61조(통신과금 서비스 이용자에 대한 기망 또는 부당한 유인을 한 자에 대한 서비스의 제공을 거부, 정지 또는 제한)에 저촉된다.

○ 부재중 전화 검색부터 하자


현재 정부와 이동통신사들이 계속 원링 스팸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완전한 소탕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스팸 업자들이 계속해서 발신 번호를 바꾸고 있으며 법망을 빠져나갈 다양한 편법을 동원하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사가 한 번에 100건 이상의 전화를 거는 번호를 모니터링한다면 80∼90건만 거는 식이다.

그렇다면 개인 차원에선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모르는 번호로 부재중 전화가 왔을 때 인터넷으로 먼저 검색해볼 것을 권한다. 스팸 전화번호 검색 사이트(www.missed-call.com)는 누리꾼들이 하나둘씩 모은 스팸 전화번호를 데이터베이스(DB)로 만들어놓았다. 여러 사용자들의 판단을 기준으로 스팸 여부를 판단해 준다(예: 95.4%의 사용자가 원링 스팸으로 분류했습니다). 단, 아직 DB에 업데이트되지 않은 새로운 전화번호의 경우 스팸 여부 판단이 불가능할 수 있다.

신고를 통해 다른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는 것도 좋은 방법. KISA가 운영하는 스팸캅(www.spamcop.or.kr) 사이트에 원링 스팸을 신고하면 해당 업자가 법적인 처벌을 받게 할 수 있다. 권현오 팀장은 “원링 스팸 전송엔 최고 30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말했다.

한편 성열범 방송통신위원회 네트워크윤리팀 사무관은 “휴대전화의 정보이용료나 소액결제 항목을 자세히 살펴보면 자신도 모르게 발생한 스팸 피해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원링 스팸#부재중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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