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정명훈의 지휘-강요셉의 절창 ‘찰떡궁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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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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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 창단 50돌 기념공연 ‘라보엠’ ★★★★

무대 왼쪽에 솟아오른 허름한 방에서 가난한 시인 로돌포는 행복했고 또 절망했다. 로
돌포 역 강요셉의 기량과 표현력이 돋보인 국립오페라단의 ‘라보엠’. 국립오페라단 제공
무대 왼쪽에 솟아오른 허름한 방에서 가난한 시인 로돌포는 행복했고 또 절망했다. 로 돌포 역 강요셉의 기량과 표현력이 돋보인 국립오페라단의 ‘라보엠’. 국립오페라단 제공
국립오페라 창단 50주년을 맞아 펼쳐진 푸치니의 ‘라보엠’(3∼6일·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은 정명훈의 지휘와 지난해 ‘시몬 보카네그라’에서 상징성과 깊이를 보여준 마르코 간디니가 중심이 된 유럽 연출팀, 신구 세대가 어울린 세계 수준의 한국 성악가들로 구성된, ‘국립 오페라’에 걸맞은 프로덕션이었다.

무대 콘셉트는 좁게 솟아오른 건물이 왼편에 위치한 도시의 한구석이다. 이 건물의 꼭대기 지붕이 열려있으면 로돌포와 예술가 친구들이 사는 다락방이요, 지붕이 닫히고 건물 전체가 무대 위로 솟아오르면 카페 모뮈스가 있는 번잡한 거리(2막), 또는 싸구려 술집이 있고 거리엔 노숙인들이 보이는 빈민가(3막)가 된다. 거의 시간차 없이 연결되는, 1막에서 2막으로 바뀌는 장면은 무척 효과적이었다.

문제는 1막과 4막의 공간이 작은 건물의 한 개 층이라는 너무나 좁은 공간, 그것도 무대 뒤쪽에 위치하는 바람에 관객 입장에서는 멀고 답답하게 느껴졌다는 점이다. 세련된 조명으로 시간의 흐름을 잘 그려냈지만 시선을 잡아끌기에는 부족했다. 4막에는 미미가 죽어갈 침대조차 놓을 곳이 없었으니, 한편으론 비참한 죽음을 상징했지만 한편으론 그 죽음의 엄숙함을 약화시켰다.

첫날 공연에서 관객의 환영 박수가 끝나기도 전에 지휘봉을 내지르기 시작한 정명훈은 1막 초반부에서 가난한 예술가들의 산만함을 즐기는 듯했다. 그러다가 로돌포와 미미가 만나 사랑이 고조되면서 점점 더 정교하게 푸치니 관현악의 미묘한 뉘앙스를 이끌어냈다. 미미가 죽어가는, 어쩌면 상투적인 4막에서 그 숨 막히는 아름다움은 황홀했다. 지난해 ‘시몬 보카네그라’에서는 극적 연속성이 끊어지지 않도록 박수칠 틈도 주지 않은 채 질주한 정명훈이었지만 ‘라보엠’에서는 유명한 노래마다 중간박수가 터져 나오자 과하지 않은 범위에서 틈을 허용했다.

로시니와 도니체티의 명테너로 통했던 강요셉의 로돌포는 대단한 절창이었다. 그 미성은 젊음의 표상이었고 지휘자와의 호흡도 가장 잘 맞았다. 미미 역의 김영미는 뒤로 갈수록 집중력과 섬세함을 더했으나 강요셉의 젊음과 어울린다고 할 수는 없었다. 무제타 역의 박은주는 미미와 대척점에 있는 가벼운 캐릭터를 감칠맛 나게 소화했다.

독일과 러시아 정도를 제외하면 세계 유수의 오페라단은 주역 성악가를 단원으로 두지 않는다. 공연에 따라 필요한 가수들과 계약한다. 연출가도 마찬가지요, 무대장치가도 대체로 그렇다. 음악감독으로 지휘자가 있지만 모든 공연을 혼자 책임지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뛰어난 오페라단의 요건은 좋은 공연장이라는 하드웨어, 그리고 다방면의 뛰어난 예술가들을 조합하여 최적의 프로덕션을 창조하는 실력에 있다. 반세기를 맞은 한국의 국립오페라는 아직도 전속극장이 없다. 격에 맞는 음악감독 직도 없다. 그렇다보니 레퍼토리는 제한적이고 공연 빈도는 가물에 콩 나듯 한다. 좋은 공연을 펼쳤다고 박수만 치지 못하는 이유다.

:: i :: 6일까지 공연(1만∼15만 원)은 전석 매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오후 7시 반 개막. 02-580-1300

유형종 음악칼럼니스트
#뮤지컬#뮤지컬리뷰#라보엠#국립오페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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