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인은 왜, 말 오리 문양 토기들을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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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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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림박물관, 기원전~통일신라시대 토기 200점 전시

호림박물관 신사분관 ‘토기’ 특별전의 제3전시실 모습. 바닥이 둥근 항아리들을 올리기 위한 받침들을 모래 위에 놓고 진열 유리창을 없앴다. 토기의 원천인 대지의 느낌을 살린 것이다. 호림박물관 제공
호림박물관 신사분관 ‘토기’ 특별전의 제3전시실 모습. 바닥이 둥근 항아리들을 올리기 위한 받침들을 모래 위에 놓고 진열 유리창을 없앴다. 토기의 원천인 대지의 느낌을 살린 것이다. 호림박물관 제공
나팔처럼 넓게 퍼지는 굽다리 위에 새끼를 엮은 모양의 짚신이 올려져 있고 그 한가운데에는 잔이 놓여 있다. 부산 동래구 복천동 고분군에서 출토된 가야시대의 ‘짚신모양토기’(5세기)에는 망자가 짚신을 신고 편안하게 저승으로 가길 바라는 고대인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

호림박물관은 개관 30주년을 맞아 9월 28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호림박물관 신사분관에서 ‘토기’ 특별전을 연다. 이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3000여 점의 토기 가운데 기원전부터 통일신라시대에 이르는 다양한 모양과 색깔의 토기 200여 점이 전시된다. 토기는 점토를 빚어 섭씨 600∼1200도에서 구워낸 질그릇(도기)으로, 깨지기 쉬워 자주 만들어졌기 때문에 시대 변화상을 잘 반영한다.

‘토기, 바람을 담다’를 주제로 한 제1전시실에는 고대인들의 생활상과 바람이 담긴 상형·장식 토기가 전시된다. 고대인들은 사람이 죽으면 천상의 세계에서 편히 쉬길 바라는 마음으로 여러 가지 모양을 본뜬 상형 토기를 만들었다.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는 배, 말, 수레바퀴 등 운송수단 모양이나 오리, 닭 등 새 모양으로 만든 토기는 죽은 이의 영혼을 하늘나라로 안내한다는 뜻을 지녔다. 토기 위에 장식된 새끼손가락만 한 토우(흙 인형)들의 익살맞은 표정도 볼거리다.

제2전시실은 ‘토기, 시간을 담다’라는 주제로 토기를 제작 시기 순으로 전시해 시대별 변화 양상을 살필 수 있다. 기원전 1세기부터 삼국이 본격적인 고대국가 체제를 완성하기 전인 3세기 사이에는 연약한 와질(瓦質)토기였다가 3세기 중반부터 강인함과 무게감이 느껴지는 경질(硬質)토기로 발전했다. 가마 기술이 발전하면서 토기를 섭씨 1000도 이상에서 구울 수 있게 되자 두드리면 쇳소리가 날 정도로 단단해진 것이다. 쇠뿔 모양 손잡이가 달린 항아리, 목이 긴 항아리, 굽이 달린 항아리, 화로 모양 토기 등 다양한 형태의 토기를 만날 수 있다.

제3전시실에는 ‘토기, 대지를 놓다’라는 주제로 바닥이 둥근 항아리들과 이 항아리를 받쳤던 받침들이 전시된다. 호림아트센터를 설계한 테제건축사사무소와 공동작업으로 대지를 형상화한 바닥에 토기를 놓아 전시한다. 진열 유리창을 과감히 없애 한 편의 설치미술을 보는 듯한 효과를 냈다.

이원광 학예팀장은 “국내에서 토기는 자기(瓷器)에 대한 관심에 밀려 소홀히 취급되거나 진정한 예술성을 평가받지 못했지만 오래전부터 지속적으로 만들어져 온 만큼 한국미의 원형, 고대인의 삶과 사상을 잘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라고 말했다. 매주 일요일 휴관, 성인 8000원, 학생 5000원, 매달 마지막 목요일 무료. 02-541-3525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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