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무대에서 맛본 현대무용의 짜릿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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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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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무용 ‘반란’ ‘당신들의 방에서’ ★★★★☆

왼쪽부터 ‘당신들의 방에서’. ‘반란’. LG아트센터 제공
왼쪽부터 ‘당신들의 방에서’. ‘반란’. LG아트센터 제공
이스라엘 출신 영국 안무가 호페시 셱터의 대표작인 ‘반란’(26분)과 ‘당신들의 방에서’(40분)는 추상적인 현대무용이 대중과 교감하는 공연예술로서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 그 궁극을 보여준다. 포그(무대 연출용으로 사용하는 수증기)만 자욱한 텅 빈 무대에서 단색의 조명과 음악, 무용수들의 움직임이라는 최소한의 요소만 가지고도 올 컬러 3D 입체 영화보다 풍부한 자극과 깊은 재미를 준다. 22, 23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 이 작품은 가히 대중적인 현대무용의 ‘종결자’라 할 만했다.

남자 무용수 7명이 펼치는 ‘반란’(2006년 작)과 남녀 무용수 11명과 연주가 5명이 함께 펼치는 ‘당신들의 방에서’(2007년 작)는 세계 무용계에 호페시 셱터의 이름을 각인시킨 작품이다.

‘반란’은 무대 뒤쪽 한 줄의 조명이 객석을 향해 빛을 비추는 가운데 안개 속에서 남자 무용수 7명이 전의(戰意)가 뚝뚝 묻어나는 전사들처럼 성큼성큼 무대 앞쪽으로 걸어 나오며 시작한다. 그 몇 초의 첫 장면이 만들어내는 에너지가 어찌나 강렬한지 순간적으로 숨을 멈추게 되는 정도였다.

첫 장면부터 관객의 시선을 꽉 붙잡는 이 두 작품은 시각과 청각 정보를 정교하게 제어하면서 관객이 몰입의 끈을 놓지 않게 만들었다. 안무가 자신이 직접 작곡한 록 음악풍의 비트가 강한 음악은 무용수들과 조명이 만들어내는 이미지와 교차하면서 시청각이 결합된 효과를 극대화했다. 잦은 암전은 관객이 보는 시각 이미지들을 TV 채널을 빠르게 돌리며 보는 것처럼 흩뜨리지만 오히려 전체 맥락을 풍부하고 역동적으로 구축했다.

‘반란’이 군대처럼 규율이 엄격한 전체주의적 세계에서 개개인이 힘을 합쳐 집단 저항에 나서는 모습을 주요 줄기로 형상화했다면 ‘당신들의 방에서’는 기쁨, 절망, 소외감과 외로움 등 개인적 차원의 감정부터 사회와 우주의 혼돈과 무질서로까지 맥락을 무한 확장시킨다.

표정 없는 무용수들이 몸의 움직임만으로 감정과 이야기를 이토록 풍부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공연 곳곳에 위트와 유머까지 심어 놓았다. 무용수들이 정교한 패턴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 무질서의 상황을 표현하는 ‘당신들의 방에서’의 군무도 압권이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공연리뷰#현대무용#반란#당신들의#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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