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판 ‘황사경보’… 한국 최강자들, 中 10대 검객들에게 추풍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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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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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배 농심배 패배이어 비씨카드배도 중국판

제56기 국수전 개막 국내 최고(最古)의 권위를 자랑하는 제56기 국수전이 개막됐다. 16일 한국기원 2층 대회장에서 전문기사 234명이 출전한 가운데 
예선 1회전이 치러졌다. 예선을 거쳐 11명이 본선행 티켓을 차지한다. 예선 통과자 11명에 전기 시드 4명(최철한 원성진 강동윤
 박정환), 주최사 추천 시드 1명(이세돌)이 합류해 16강 토너먼트를 벌인다. 최후의 승자가 국수 조한승 9단에게 도전한다. 
기아자동차 후원. 한국기원 제공
제56기 국수전 개막 국내 최고(最古)의 권위를 자랑하는 제56기 국수전이 개막됐다. 16일 한국기원 2층 대회장에서 전문기사 234명이 출전한 가운데 예선 1회전이 치러졌다. 예선을 거쳐 11명이 본선행 티켓을 차지한다. 예선 통과자 11명에 전기 시드 4명(최철한 원성진 강동윤 박정환), 주최사 추천 시드 1명(이세돌)이 합류해 16강 토너먼트를 벌인다. 최후의 승자가 국수 조한승 9단에게 도전한다. 기아자동차 후원. 한국기원 제공
검은 토요일이었다. 그날은 불쑥 찾아왔고, 한국의 바둑 팬들에게는 잔인한 날이었다.

17일 오후 한국기원 2층. 제4회 비씨카드배 32강전에서 세계랭킹 1위 이세돌 9단(29)과 중국의 10대 신예 탕이페이 3단(18)이 마주했다. 비씨카드배 3연패를 노리는 이 9단과 작년 비씨카드배에서 32강 진출이 고작인 탕 3단의 승부에선 누구나 이 9단의 승리를 점쳤다. 하지만 결과는 중국 랭킹 52위에게 이 9단이 무너졌다.

몇 시간 전 이창호 9단(37)이 역시 10대인 미위팅 3단(16)에게 패배한 뒤 연이은 충격이었다. 미 3단은 64강전에서는 박정환 9단을 누른 바 있다.

한국 바둑계의 거목 2명이 중국의 10대에게 잇달아 패한 것은 그 서막이었다. 다음 날 김지석 7단이 중국의 조선족 기사 박문요 9단에게, 허영호 9단이 천야오예 9단에게, 온소진 6단이 뉴위톈 7단에게, 19일에는 나현 초단이 장웨이제 9단에게, 이원도 4단이 중국 랭킹 1위 탄샤오 5단에게, 20일에는 김승준 9단이 셰허 7단에게, 김기용 6단이 후야오위 8단에게 패했다.

32강전에서 맞붙은 한중전 11국 가운데 1승 10패. 한국 랭킹 24위인 이원영 3단만이 중국 랭킹 16위 멍타이링 6단을 잡았을 뿐이다. 16강에 오른 한국 기사는 이 3단과 랭킹 8위 박영훈 9단, 12위 백홍석 9단 등 3명뿐이다. 반면 중국은 13명이 16강에 올랐다. 마치 중국 국내 대회인 것처럼. 특히 중국 랭킹 10위 내 기사 중 5위 스웨 6단만 빼고 9명이 올라갔다.

특히 16강에 오른 기사들 중 중국의 1990년 이후 출생자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한국은 이원영(92년생)뿐인 데 비해 중국은 장웨이제, 저우루이양(이상 91년생), 탄샤오(93년생), 탕이페이(94년생), 미위팅(96년생) 등 5명이나 된다.

한국은 불과 일주일 전 열린 세계대회인 제1회 바이링배에서도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한국은 87명이 출전해 16명만이 본선에 올라갔다. 반면 중국은 37명. 이들 중 1990년 이후 출생자가 22명이나 됐다. 한국은 5명뿐이었다.

한국 바둑의 부진 조짐은 올 초부터 나타났다. 세계 기전인 LG배 기왕전과 단체전인 농심신라면배에서 모두 중국에 패했다. 지난해만 해도 한국은 5개 주요 세계대회에서 4승을 챙겼고, 2개 단체전에서 우승했다. 이러다 중국에 아예 밀려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한국의 부진은 통계에서도 잘 나타난다. 배태일 박사(물리학 전공·미국 스탠퍼드대 수석과학자)의 세계랭킹 분석에 따르면 세계랭킹 50위 내 한국과 중국 기사는 2007년 7월에 각각 22명과 24명으로 비슷했으나 2010년 10월에는 15 대 33으로 한국팀의 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처럼 한국 바둑이 위기를 맞게 된 데는 전반적인 바둑의 침체와 맞물려 있지만 중국처럼 나이 어린 입단자를 늘릴 수 있도록 입단제도 개혁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최명훈 9단은 “중국의 경우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어린 나이에 입단시켜 집단교육으로 실력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현재 120명이 넘는 연구생을 절반으로 줄여 일단 연구생이 되면 프로가 되기 쉽도록 바꾸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배태일 박사도 “어린 나이에 입단하는 것이 쉽도록 15세 이하에게는 가산점을 주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윤양섭 전문기자 lailai@donga.com
#바둑,#이세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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