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계산능력보다 논리적 사고력 키우는 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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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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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도입되는 ‘수학교육 선진화방안’
주부 허수연씨, 초등생 아들 가르쳐보니…

《 수학에서 문제를 잘 푼다고 좋은 점수를 받기는 어렵게 됐다. 계산을 빨리 한다고 유리하지도 않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수학 교육 선진화 방안’의 뼈대는 생각하는 수학, 쉽고 재미있는 수학이다. 단순한 계산 능력보다 사고력을 중시하는 수학. 복잡하지 않지만 체계적으로 준비하지 않으면 문제를 이해하기조차 쉽지 않다. 새 수학교육 과정에 따라 주부 허수연 씨(39)가 최승우 군(8)을 가르치기로 했다. 입시업체인 ‘하늘교육’의 전문가가 지켜보면서 조언을 들려줬다. 》      
○ 문제를 직접 읽으며 의미를 파악해야


서울 성북구 정릉동의 집에서 최승우 군(가운데)과 어머니 허수연 씨(왼쪽), 이선경 하늘교육 성북방문지점장이 나무 블록과 숫자 퍼즐로수학을 공부하고 있다. 사고력 수학은 다양한 교구를 활용하면서 논리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춘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서울 성북구 정릉동의 집에서 최승우 군(가운데)과 어머니 허수연 씨(왼쪽), 이선경 하늘교육 성북방문지점장이 나무 블록과 숫자 퍼즐로수학을 공부하고 있다. 사고력 수학은 다양한 교구를 활용하면서 논리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춘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승우야, 문제를 읽어줄게 잘 봐.” 허 씨가 초등학교 1학년인 최 군을 앉히고 시작하려 했다. 하늘교육의 이선경 성북방문지점장(46)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문제를 승우가 읽도록 하는 게 기본이에요. 사고력 수학 문제는 옛날 기준으로 보면 응용 문제니까 뜻을 직접 파악해야 하거든요.”

승우가 소리 내서 문제를 읽기 시작했다.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의 색연필을 모두 이용해 3개의 영역으로 나눈 원 안에 색칠을 하려고 합니다. 몇 가지 방법이 있을까요?”

공부의 주제는 ‘경우의 수’. 원래 이 지점장이 가르칠 예정이었지만 이날은 허 씨가 맡았다. 집에서 어떻게 가르쳐야 자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울 수 있을지 어머니도 느껴보기 위해서다.

문제 읽기의 중요성은 이내 나타났다. “점이 일, 육 개가 찍힌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주사위를 3개 가지고 주사위 놀이를 하려고 합니다.”

허 씨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점이 1∼6개’라고 나와 있는데 승우는 ‘점이 일, 육 개’라고 잘못 읽었다. 허 씨가 설명했다. “승우야, 주사위 알지? 주사위니까 점이 하나에서 여섯 개까지 찍혀 있다는 게 맞겠지? 육 개가 아니라 여섯 개란다.”

○ 아는 문제 직접 풀어야 효과적

사고력 수학 문제집에는 연습지가 포함돼 있다. 문제에 맞춰 그림이 나온 연습지에 풀이 과정을 적어보면서 답에 접근해야 한다.

처음 시작한 문제는 색이 다른 주사위 3개를 던져 나온 수의 합이 6이 되는 경우의 수를 물었다. 승우가 연습지의 주사위에 점을 그리기 시작했다. ‘1, 4, 1’ ‘1, 3, 2’ ‘1, 2, 3’ ‘1, 1, 4’ 순으로 4개를 채웠다. 이어서 승우가 ‘4, 1, 1’을 적자 이 센터장이 나섰다.

“문제는 체계적으로 풀어야 해요. 앞자리에 1이 나온 숫자 4개를 쓴 다음에는 2를 맨 앞에 놓는 숫자를 생각하는 게 좋아요. 승우야, ‘4, 1, 1’보다는 ‘2, 1, 3’을 먼저 적는 게 순서에 맞지 않을까? 차례대로 적어야 나중에 헷갈리지 않겠지.”

설명을 들은 승우가 지우개로 숫자를 지우고 ‘2, 1, 3’ ‘2, 2, 2’ ‘2, 3, 1’을 썼다. 허 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서 ‘1, 2, 3’ 세 장의 숫자 카드로 세 자리 수를 만드는 문제에선 승우가 대뜸 답을 말했다. “음, 6개일 것 같은데?”

정답이다. 승우의 말을 듣고 잠시 고민하던 허 씨가 이 지점장을 쳐다봤다. 이 지점장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직접 풀어보면서 답을 확인하라는 주문.

“승우야, 정말 6개가 맞을까? 직접 한 번 풀어보자.” 승우가 ‘1, 2, 3’부터 ‘3, 2, 1’까지 6가지 경우를 다 적어내자 허 씨가 맞았다는 뜻으로 동그라미를 크게 그렸다.

○ 혼자 고민하는 시간이 중요

수업 후반부에는 앞에서부터 읽든, 뒤에서부터 읽든 똑같은 ‘팰린드롬 수’ 문제가 나왔다. 허 씨에게도 생소했다. 이 지점장은 승우가 문제를 읽을 때 허 씨도 함께 읽어보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고 귀띔했다.

허 씨는 ‘12321’과 같은 수라는 예시를 보며 개념을 깨쳤다. 아이들도 문제를 보면서 새로운 개념을 알아간다. 이번 문제는 ‘2, 4, 6’을 주고 팰린드롬 수를 만들라고 했다.

문제를 읽은 승우가 곧바로 답을 적기 시작한다. ‘1.24642 2.26462 3.42624 4.46264 5.64246.’ 승우가 연필을 내려놓자 허 씨가 크게 동그라미를 쳤다.

이 지점장은 문제집을 다시 집어 들었다. 숫자를 사용하는 횟수를 제한하지 않고, 또 모든 숫자를 반드시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는 답이 무한히 나올 수 있어요. 승우가 쓴 답 말고 ‘224422’도 가능해요. 예시 답이 있지만 답을 제한하지 말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는 게 중요해요.”

40분가량의 수업이 끝나자 이 지점장이 마지막 조언을 했다. “선생님이나 부모님과 함께하는 공부가 중요하긴 하지만 사고력을 키우려면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중요해요. 과제로 나온 문제를 승우가 혼자 풀어보게 하세요.”    
▼ 도형문제는 머릿속에 입체그림 떠올려야 ▼

■ ‘사고력 수학’ Q&A

새로운 수학교육 과정은 수학적 논리력과 창의적인 사고능력을 중시한다. 교육전문가들이 ‘사고력 수학’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특히 시험에서 출제비중이 커지는 서술형 평가 문항은 개념과 원리를 정확히 이해하지 않으면 풀기 힘들다. 어떻게 하면 기본개념을 잘 이해하고 응용할 수 있을지 문답으로 알아본다.

Q. 사고력 학습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A. 수학적 논리력을 배우는 일이다. 또 문제를 해결할 때 정형화되지 않은, 다양한 형태의 풀이법을 갖추어야 한다. 훈련 결과가 금방 드러나지 않으니까 중간에 지쳐서 포기하지 않도록 이끌어야 한다.

Q. 어느 부분에서 사고력이 특히 중요한가.

A. 도형과 관련된 문제가 대표적이다. 입체도형을 머릿속에서 상상하며 문제를 풀어야 한다. 수나 연산 문제보다 어렵게 느껴지지만 사고력 수학의 교재를 활용하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입체도형이 어떻게 완성되는지를 직접 보여주면 학생이 흥미를 느낄 수 있다. 유아기나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생각하는 훈련을 자주 했던 학생들은 경시대회나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강점을 보였다.

Q. 사고력 수학을 시작할 적당한 연령은….

A. 초등학교 저학년 교과서에도 사고력을 측정하거나 응용하는 문제가 나오니까 유아기에 시작하면 좋다. 보통 4세 이전에 숫자를 많이 익히므로 5세 정도면 괜찮다. 움직임이나 도형을 통해서 익힐 수 있는 부분이 많다.

Q. 어떤 교재가 좋은가.

A. 유아라면 교구를 많이 사용하는 교재가 좋다. 고학년으로 올라가면 교구뿐만 아니라 경시대회와 관련된 문제를 푸는 식으로 심화학습을 해야 한다. 단계별로 연계된 커리큘럼을 선택해야 꾸준히 학습할 수 있다.

Q. 부모가 직접 가르치겠다면…,

A. 학부모 지도법을 알려주는 내용이 포함된 교재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영재교육 전문 업체나 전문가가 집필한 교재, 실생활과 연관된 문제가 많은 책도 좋다. 무엇보다 흥미를 느끼게 하는 내용이나 방법이 중요하다. 교구를 이용한 활동이나 게임을 하는 식으로 사고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도움말: 하늘교육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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