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우리 몸과 운동 이야기]체온 다이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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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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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잘 태우려면, 몸은 차갑게 운동은 천천히 약하게

약간 차가운 환경에서 운동을 하면 지방이 주로 사용된다는 것을 알았던 것일까. 맨살이 그대로 드러난 반팔 티셔츠와 반바지가 지나가는 행인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서울 남산공원에서 한 외국인이 조깅을 하고 있는 모습. 동아일보DB
약간 차가운 환경에서 운동을 하면 지방이 주로 사용된다는 것을 알았던 것일까. 맨살이 그대로 드러난 반팔 티셔츠와 반바지가 지나가는 행인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서울 남산공원에서 한 외국인이 조깅을 하고 있는 모습. 동아일보DB
팔뚝과 허리에서 한 줌씩 잡히는, 흐늘거리는 살은 남녀 모두에게 ‘살(殺)’의 대상이다. 사람들은 저마나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살과의 한판 전투를 치른다. 날씬했던 옛 모습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건강을 위해, 아니면 다가올 여름의 바캉스를 위해. 방법도 다양하다. 어떤 이들은 음식으로, 어떤 이들은 운동을 통해 살 빼기를 시도한다. 살을 빼는 운동이 마치 따로 있는 것처럼 소개되기도 한다. 얼마 전부터는 체온 다이어트란 것도 등장했다. 체온을 살짝 올리면 대사량이 증가해 몸에 있는 에너지가 더 많이 소비되고, 이로 인해 몸무게가 줄어든다는 논리다. 과연 그럴까.

찬 몸이 더 유리하다!

이 문제의 답을 얻기 위해서는 인간의 생리적 기능 몇 가지를 알아야 한다.

먼저 체온의 역할. 인간에게 체온이 존재하는 이유는 몸 구석구석 자리 잡고 있는 세포들이 살아갈 수 있는 따스한 환경을 마련해주기 위해서다. 우리 몸의 세포들은 지나치게 차가워지거나 뜨거워지는 걸 싫어한다. 심한 경우 세포의 기능이 떨어지거나 멈춰버린다. 그래서 우리는 더우면 땀을 흘려 몸을 식히고 추우면 체온을 올리기 위해 몸을 떨게 된다. 체온이 변화하면 우리 몸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는 것이다. 그리고 그 대가를 통해 체온은 결국 원래의 일정한 수준으로 조절된다.

두 번째는 체온 변화에 따른 대사반응이다. 체온이 오르면 세포의 에너지 ‘먹성’이 좋아진다. 세포가 더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에너지를 더 많이 소비하기 때문이다. 흔히들 ‘대사량이 증가한다’고 표현하는데, 체온 다이어트에서 이야기하는 에너지 소비량의 증가가 바로 이 현상을 말한다. 하지만 체온이 올랐을 때만 세포의 에너지 먹성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체온이 떨어져도 에너지 먹성은 증가한다. 왜냐하면 떨어진 체온을 다시 원위치로 돌려놓기 위해 대사량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결국 체온이 오르든 떨어지든 우리 몸은 에너지 대사량을 늘려 대응한다.

세 번째는 에너지 대사량이 증가하면서 어떤 종류의 에너지가 이용되는가 하는 문제다. 체온이 오르거나 떨어져 대사량이 늘면 분명 ‘연료’로 무엇인가가 더 많이 쓰여야 한다. 최소한 현재까지의 연구들에 근거하면 체온이 올랐을 때는 주로 탄수화물이 사용된다. 반대로 체온이 떨어지는 경우에는 주로 지방이 쓰인다. 그러니 굳이 체온을 변화시켜 다이어트를 한다고 치면 따스한 곳보다는 약간 찬 기운이 도는 환경에서 운동을 하는 것이 우리가 미워하는 지방을 소비하는 데는 더 유리하다.

찬 몸이 살을 빼는데, 또는 지방을 없애는 데 유리한 이유는 또 있다. 우리가 급격하게 탄수화물을 에너지로 사용하면 근육과 간의 글리코겐과 혈중의 글루코스가 빠르게 소비된다. 글리코겐과 글루코스는 ‘설탕’의 일종이다. 우리 몸에선 설탕을 소비한 후에 그만큼 빨리 보충하려는 욕구가 작동하게 된다. 따라서 식욕이 빠르게 상승한다. 반대로 지방을 사용한 경우에는 탄수화물을 소비했을 때만큼 식욕이 빠르게 올라가지 않는다. 최소한 먹는 것에 대한 욕구의 발동도 몸이 찰 때 상대적으로 덜 강력한 것이다.

강한 운동보다는 약한 운동으로

자, 그렇다면 이런 체온의 변화는 큰맘 먹고 나선 다이어트를 성공의 길로 이끌 수 있을까. 아쉽게도 간단치만은 않다. 체중 조절에 결정적인 요인이 또 있기 때문이다. 먹는 문제다. 체온을 올리든 내리든 대사량은 늘어난다. 그렇게 되면 우리 몸은 더 많은 에너지를 갈구하게 된다. 앞서 더운 몸과 찬 몸의 식욕 차이를 설명하기는 했지만 이는 단지 상대적인 식욕의 발현일 뿐이다. 사람은 두 경우 모두 무의식중에 에너지를 사용한 만큼 음식을 찾을 수밖에 없게 된다. 결국 에너지 대사량을 늘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했다 하더라도, 어떻게 먹는 것을 줄일 것인가 하는 다이어트의 가장 고통스러운 부분은 피해 갈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체온과 운동 효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알아두면 좋은 사항이 하나 더 있다. 강한 운동만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점이다. 강한 운동은 체온을 올리고 탄수화물을 주요한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지방은 약하게 천천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에너지를 소비할 때 가장 안정적으로 이용되는 에너지원이다. (강한 운동이나 약한 운동이나 모두 탄수화물과 지방을 같이 쓴다. 그러나 비율 측면에선 약한 운동의 지방 소비가 더 크다.)

몸이 벌벌 떨릴 정도의 추위가 마냥 더 좋은 것도 아니다. 몸이 추위에 떤다는 것은 근육이 자발적으로 수축과 이완의 진동 반응을 보인다는 것으로, 이는 강한 운동에서 나타나는 현상과 다를 바가 없다. 따라서 약한 운동을 하더라도 벌벌 떨 정도의 추위에서 한다면 소비되는 주요 에너지원은 탄수화물이 된다.

정리해보자. 혹시 체온을 변화시켜서라도 다이어트를 하겠다면 데워진 몸은 생각만큼 효과적인 조건은 아니다. 되레 몸을 약간 차갑게 하는 것이 더 낫다. 급작스러운 식욕 증가도 없고, 빨리 지치지도 않으며, 지방을 연소시키는 데도 유리하다. 여기에 가벼운 운동이 추가된다면 더 많은 에너지 소비를 유도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도 명심할 것은 존재한다. 너무 추워서 떨지 말아야 하며, 충분히 먹되 음식량은 알맞게 하고, 운동을 하되 너무 강하지 않게 해야 한다.

운동이 싫다면 실내 온도를 약간 낮게 유지하는 것도 좋다. 에너지도 절약할 수 있고, 감기에 대한 면역을 올려 건강에도 유리하며, 체중 조절도 유도할 수 있다. 일석삼조 아닌가. 이 겨울에 실내 온도를 약간 낮추는 것만으로도 건강을 탄탄하게 다질 수 있다.

이대택 국민대 교수(체육학) dtlee@kookmin.ac.kr

■이대택 교수는…
연세대 체육교육과를 나와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에서 운동생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 육군 환경의학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한국에 돌아와서는 체육과학연구원에서 책임연구원으로 활동했다. 현재 국민대 체육대학장이자 스포츠산업대학원장으로 재직하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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