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341>有大人之事하고 有小人之事하며 且一人之身而百工之所爲가 備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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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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如必自爲而後에 用之면 是는 率天下而路也니라

農家類(농가류)의 사상가 許行(허행)은, 어진 군주라면 백성들과 함께 밭을 갈고 손수 밥을 지어 먹으면서 정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허행은 머리에 쓰는 冠(관), 밥 짓는 데 사용하는 가마와 시루, 농사에 필요한 농기구는 交易을 통해 구해야 했다. 陳相(진상)이 허행의 주장을 전하자, 맹자는 직접 노동을 주장하는 허행이 굳이 械器(계기)들을 교역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물었다. 진상은 機械(기계)나 容器(용기)를 만드는 일은 밭 갈면서 동시에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맹자는 천하 다스리는 일도 밭 갈면서 동시에 할 수가 없다고 지적하고, 大人의 일과 小人의 일은 分別(분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大人은 남의 위에 있으면서 정치를 하는 사람, 小人은 아래에 있으면서 농업이나 기술에 종사하는 사람을 말한다.

且∼는 ‘더구나 ∼하다’라는 뜻으로, 새로운 의미를 더 추가하는 구문이다. 一人之身而百工之所爲備란, 한 사람의 몸만 보더라도 백공이 만든 여러 물건이 갖추어져 있다는 말이다. 如∼는 ‘만일 ∼한다면’이다. 必自爲란 자신의 몸에 구비되는 여러 물건을 반드시 스스로 만든다는 말이다. 率天下란 천하의 사람들을 강요한다는 뜻이다. 주자(주희)에 따르면 路는 道路에 奔走(분주)하여 휴식의 겨를이 없음을 말한다. 단, 趙岐(조기)는 路가 露(로)와 통하며, 羸(리·여위다)나 憊(비·고달프다)의 뜻이라고 보았다.

한문에서 大人은 문맥에 따라 그 뜻이 달라진다. 여기서의 대인은 지위를 두고 말한 것이다. 그런데 ‘告子·上’에서 ‘心志를 잘 기르는 자는 대인이 된다’고 한 것은 덕을 두고 말했다. 또 ‘주역’에서 ‘利見大人(이견대인·대인을 만나 보는 것이 이롭다)’이라고 한 것은 덕과 지위를 겸해서 말했다. 조선 후기에는 아버지를 大人이라 부르기도 했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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