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소재 ‘19세기 남성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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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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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파리에서 선보인 올 가을·겨울 남성 패션 트렌드

고급스러운 벨벳 소재에 스리버튼 재킷. 클래식한 남성성의 회귀는 최근 열린 2012년 가을·겨울 밀라노, 파리 남성 컬렉션의 주요 테마였다. 기후변화와 영국을 상징하는 우산까지 등장한 ‘버버리프로섬’의 쇼는 그냥 ‘쇼’라 보기엔 거대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버버리코리아 제공
고급스러운 벨벳 소재에 스리버튼 재킷. 클래식한 남성성의 회귀는 최근 열린 2012년 가을·겨울 밀라노, 파리 남성 컬렉션의 주요 테마였다. 기후변화와 영국을 상징하는 우산까지 등장한 ‘버버리프로섬’의 쇼는 그냥 ‘쇼’라 보기엔 거대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버버리코리아 제공
1월 14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버버리프로섬의 2012년 가을·겨울 남성 컬렉션. 벨벳 소재의 스리버튼 슈트 위에 아웃도어풍의 패딩 점퍼를 겹쳐 입은 말쑥한 신사들이 줄지어 뚜벅뚜벅 패션쇼 피날레에 등장했다. 무대가 시작되는 지점에 설치된 디지털 스크린에서 비 오는 모습이 연출되자 모델들은 일제히 대형 우산을 펴들었다.

클래식한 남성성의 회귀,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소재 표현, 이상 기후…. 여러 화두가 복합적으로 표현된 이 패션쇼는 그냥 그런 ‘쇼’는 아닌 듯했다. 이 시대와, 이 시대 남성들의 생각을 압축적으로 담아낸 ‘작은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19세기 남성성
지난달 14∼18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또 18∼22일 프랑스 파리에서 차례로 열린 2012년 가을·겨울 남성복 패션쇼는 1년 후 거리를 수놓을 새 트렌드를 미리 엿볼 수 있는 무대다. 1년 뒤 트렌드를 봐야 하는 이유는 단지 트렌드에 앞서가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은 아니다. 이 패션쇼에는 패션뿐 아니라 세계를 지배할 사회적 흐름과 철학이 담긴다. 오피니언 리더라면 그래서 1년도 더 앞서 열리는 이 패션쇼에 주목해야 하는 것이다.

주요 패션정보회사와 패션 전문가들이 꼽는 이 시즌의 주요 테마는 ‘긍정주의’와 ‘남성다운 남성’으로 집약된다. 지구촌 곳곳에서 우연히 맞물린 정치적 대변혁과 살아날 줄 모르는 경기침체 등 시대적 혼란 속에서 위대한 디자이너들은 안정과 ‘중심 찾기’를 희구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 시즌에 비해 ‘무난한’ 스타일이 많아졌다는 점에서 가장 먼저 감지할 수 있다. PFIN 스타일피쉬는 “밀라노는 전반적으로 슈트에 집중하고, 파리는 브랜드 고유의 스타일을 살리는 데 주력했다”며 “종합적으로 보면 실용성을 살려 과하지 않게 디자인한 옷이 많아졌다”고 해석했다.

왼쪽부터 루이뷔통, 돌체앤가바나, 구치 트렌드포스트 제공
왼쪽부터 루이뷔통, 돌체앤가바나, 구치 트렌드포스트 제공
박은진 트렌드포스트 수석연구원은 2012년 가을·겨울 시즌의 가장 큰 이슈로 ‘19세기 남성의 회귀’를 꼽았다. 디자이너들은 일제히 스리피스 슈트, 화려한 자카드 장식을 선보였고 벨벳 퍼 등 화려한 소재를 활용했다. 또 깃이 넓은 보나파르트 칼라까지 이 시즌 트렌드는 19세기 패션에서 대거 영감을 받았다. 박 연구원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는 예술문화는 물론이고 패션에서 창의적이고 열정적인 기운이 팽배했던 시절”이라며 “영국에선 ‘에드워디안 시대’로, 미국에선 ‘더 굿 이어스(the good years)로 불린다”고 전했다. 디자이너들은 글로벌 경기침체로 우울해진 때에 낙관주의가 넘쳤던 이 시대를 재현하며 남성들에게 위안을 주고자 했다.

스리버튼과 아웃도어의 강세
이런 움직임은 스리버튼 재킷에 옮아왔다. 한동안 뜸했던 이 스타일은 남성복 트렌드의 첨병 역할을 하는 프라다가 2011년 봄 시즌부터 선보이면서 지난 시즌까지 지속적으로 런웨이에 등장했다. 하지만 2012년 가을·겨울 컬렉션에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졌다. 프라다, 보테가베네타, 닐바렛, 비비안웨스트우드가 모두 앞다퉈 이 스타일의 슈트를 선보였다. 19세기 ‘알파맨’ 모티브는 화려한 자카드 장식과 벨벳 소재를 마음껏 녹여낸 돌체앤가바나와 에드워디안 칼라를 선보인 프라다 컬렉션에서 모두 엿볼 수 있었다.

최근 성장세가 눈부신 아웃도어의 영향은 런웨이로도 고스란히 옮아왔다. 등산복이나 하이커들을 위한 패션이 많아진 것이 특징. 버버리프로섬 컬렉션에서처럼 긴 재킷 위에 짧은 패딩 점퍼를 덧입는 새로운 스타일링법도 참고해볼 만한 듯.

옷 디자인이 클래식하고 무난해진 대신 구두나 소품은 독특한 아이템이 많아졌다. 왼쪽부터 ‘버버리프로섬’의 스터드장식 브리프케이스와 ‘드리스반노튼’의 악어가죽 구두. PFIN 제공
옷 디자인이 클래식하고 무난해진 대신 구두나 소품은 독특한 아이템이 많아졌다. 왼쪽부터 ‘버버리프로섬’의 스터드장식 브리프케이스와 ‘드리스반노튼’의 악어가죽 구두. PFIN 제공
남성용 케이프에 우산까지
새롭게 떠오른 이슈로 트렌드포스트는 돌체앤가바나가 선보인 남성용 케이프와 프라다가 제시한 ‘넥 앤드 넥’ 스타일을 꼽았다. 셔츠 안에 넥워머를 겹쳐 입는 실용적인 ‘모범생 패션’이 세련된 프라다를 만나 클래식하게 진화된 스타일이다. PFIN의 스타일피쉬는 △장갑과 가방에 스터드 장식을 단 것 △제냐와 버버리프로섬 등이 신사용 우산을 다양하게 선보인 것을 눈여겨볼 아이템으로 꼽았다.

슈트처럼 잘 재단한 스타일의 테일러드 니트가 다양하게 선보인 가운데 재킷처럼 겉옷으로 입는 카디건인 ‘카디 코트’도 급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패턴 중에서는 북미의 인디언 모티프가 눈에 띈다. 그러나 이 역시 과하지 않게, ‘무난한 스타일’이다. 명심하시라. 내년까지 남성 패션의 키워드는 ‘안정’과 ‘고급스러움’인 것을.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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