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설/음식&술]약주엔 불고기 잡채,막걸리엔 제철 해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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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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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와 안주 술상궁합

우리나라 전통주는 약주, 막걸리, 청주 등 종류도 다양하고 각각의 술마다 독특한 향과 맛을 지니고 있다. 각 술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에 어울리는 안주를 곁들인다면 설 연휴 술자리는 한층 더 풍성해질 수 있다. 국순당·배상면주가 제공
우리나라 전통주는 약주, 막걸리, 청주 등 종류도 다양하고 각각의 술마다 독특한 향과 맛을 지니고 있다. 각 술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에 어울리는 안주를 곁들인다면 설 연휴 술자리는 한층 더 풍성해질 수 있다. 국순당·배상면주가 제공
기름진 고기에는 레드 와인, 담백한 생선에는 화이트 와인을 곁들이듯

술과 요리의 궁합을 뜻하는 ‘마리아주(Marriage)’는 와인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풍성한 명절과 잘 어울리는 우리나라 전통주에도 각각의 술에 어울리는

안주가 있다. 술의 성격을 이해하고 궁합이 맞는 안주를 함께 즐긴다면

술의 맛과 향도 배가되고 음주 다음 날 숙취나

속쓰림으로 괴로워하는 일도 줄일 수 있다.

약주, 차례상 음식과 어울려
전통 약주는 원료로 쓰이는 약재를 알면 어울리는 안주를 찾는 데 도움이 된다. 다양한 한약재가 들어간 웰빙 약주라면 불고기, 갈비찜, 잡채, 전, 생선회 등 차례상에 오르는 대부분의 음식이 무난하게 어울린다. 유황 오리구이나 삼계탕 같은 담백한 보양식도 좋은 안주가 될 수 있다.

독특한 향과 맛을 지닌 건강주라면 조금 다른 안주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오미자주라면 수삼 닭냉채, 편육냉채 등의 상큼한 냉채류나 구절판처럼 신선하고 깔끔한 맛의 가벼운 음식이 어울린다. 반면 상황버섯주는 복 맑은탕 조개탕 연포탕 등 담백하고 깨끗한 음식, 장어구이 닭백숙 등의 보양식이나 깊은 국물 맛을 느낄 수 있는 안주를 곁들여야 한다. 단맛이 적은 담백한 맛의 약주에는 안주도 생선회나 조개구이, 쇠고기구이 같은 담백한 음식이 제격이다.

약주는 마시는 온도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진다는 점도 기억해두면 좋다. 조선시대 생활의 지혜가 담긴 ‘규합총서(閨閤叢書)’에는 ‘밥 먹기는 봄같이 하고, 국 먹기는 여름같이 하며, 장 먹기는 가을같이 하며, 술 먹기는 겨울같이 하라’고 적고 있다. 술은 차갑게 마시는 것이 기본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중후한 향과 맛을 좋아한다면 덜 차갑게 마시거나 살짝 데워서 마시는 것이 약주 본연의 맛과 향을 살리는 데 좋다. 약주 중에서도 단맛이 적고 신맛이 다소 있는 약주는 식사 전의 반주로 적합하다.

약주를 마실 때에는 술의 온도가 변하지 않도록 가급적 작은 도자기 잔을 쓰도록 하자. 잔은 입구가 넓어야 술을 들이켤 때 혀에 닿는 면이 넓어져 약주의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또 약주는 이산화황 등의 보존료를 넣지 않아 쉽게 풍미가 변할 수 있으므로 일반적으로 서늘하고 그늘진 곳에 보관해야 한다.

막걸리, 굴 꼬막 홍어와 잘맞아
막걸리는 옛 사람들이 ‘밥’ 대신 마셨다고 할 정도로 칼로리가 높고 영양성분이 많은 술이다. 따라서 안주는 간단하고 소박하게 준비하는 것이 좋다. 기름진 명절 음식에 막걸리를 마시는 것은 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꼬막이나 굴 같은 제철 해산물은 그런 측면에서 막걸리와 가장 좋은 조합이 될 수 있다. 막걸리는 해산물 특유의 짠맛과 비린내를 잠재워 해산물을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막걸리 안주를 논하면서 산란기를 지난 제철 홍어를 톡 쏘는 맛이 나도록 삭혀서 막걸리와 곁들이는 ‘홍탁’을 빼놓을 수는 없다. 홍어를 삭힐 때 생기는 암모니아 성분과 막걸리가 어우러지면 막걸리의 부드러운 맛이 홍어의 자극적인 향을 다스려주고, 탄산 성분은 소화를 돕는 효과가 있다.

막걸리를 마실 때는 기왕이면 술잔도 두꺼운 도기나 유리잔을 쓰는 것이 좋다. 잔이 너무 얇으면 막걸리가 쉽게 데워지기 때문이다. 막걸리는 발효과정에서 생겨난 탄산이 날아가지 않도록 일단 잔에 따랐다면 가급적 빨리 마시는 것이 좋다는 점도 명심하자.

알코올 도수와 칼로리가 높은 전통 소주도 기름진 명절 음식보다는 가벼운 안주가 어울리는 술이다. 우리 선조들은 증류식 소주를 마실 때 육류 안주 대신 견과류나 나물을 곁들여 과음을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도라지 고사리 시금치 등 차례상에 오르는 삼색 나물을 곁들인다면 멋진 술상을 차릴 수 있다. 청포묵에 미나리 등 채소와 볶은 고기를 넣고 식초 간장 깨소금 참기름으로 무친 뒤 달걀지단과 실고추 등을 얹어 균형 잡힌 맛을 내는 탕평채도 막걸리와 궁합이 훌륭하다.

청주, 육류-생선 모두 OK
막걸리는 쌀과 누룩으로 발효시켜 만드는 과정에서 다양한 향과 맛이 생겨난다. 막걸리는 해산물이 들어간 안주와 잘 어울린다. 국순당 제공
막걸리는 쌀과 누룩으로 발효시켜 만드는 과정에서 다양한 향과 맛이 생겨난다. 막걸리는 해산물이 들어간 안주와 잘 어울린다. 국순당 제공
설을 앞두고 전통주를 이야기하면서 차례주를 빼놓을 수는 없다. 차례에서 쓰이는 제주(祭酒)로는 보통 ‘쌀로 빚은 투명하고 맑은 술’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 시중에서 판매되는 차례주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주정(에탄올)을 섞어 만든 일본식 청주와 주정을 섞지 않은 약주 타입의 전통 청주가 그것이다.

차례주에 일본식 청주가 쓰이게 된 것은 일제강점기에 주세법이 시행되면서 전통 청주의 제조가 금지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청주는 원래 일본 술이라고 오해하거나, 거꾸로 일본식 청주를 우리 전통주로 착각하는 것도 모두 그 같은 이유에서다. 일본식 청주는 주정을 섞어 만들기 때문에 쓴맛이 나지만 전통 방식으로 제조한 우리나라 청주는 상대적으로 맛이 부드럽다.

청주 특유의 부드럽고 깔끔한 맛을 즐기려면 술을 데우지 말고 8도 정도로 차게 마시는 것이 좋다. 청주는 육류나 생선을 주 재료로 한 음식과 잘 어울린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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