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첫 커피다방은 ‘남대문역 끽다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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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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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박물관 박종만 관장 확인

1915년 당시 남대문역 다방의 내부. 커피박물관 제공
1915년 당시 남대문역 다방의 내부. 커피박물관 제공
우리나라 최초의 커피 다방은 1910∼1913년경 운영을 시작했던 서울 남대문역 다방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경기 남양주시에서 ‘커피박물관’을 운영하는 박종만 관장(52)은 최근 근대사 및 철도 관련 사료와 사진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다방에 대해선 그동안 1923년 서울 종로구 관수동에 생긴 후타미(二見)다방 또는 1920년 지금의 서울 명동에 있었던 ‘다리야’ 다방이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한국커피역사탐험대를 이끌며 근대기 한국 커피의 정착 과정을 추적해온 박 관장은 평소 한국 최초의 다방에 관한 기존의 견해에 의문을 품어왔다. ‘1860년대에 이미 서양 선교사들이 커피를 들여왔을 가능성이 높고, 고종은 물론이고 당시 세력가들이 커피를 즐겨 마시던 분위기였다. 그런데 1923년 혹은 1920년 이전에 커피다방이 없었다는 것은 정황상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의문이었다.

박 관장은 올해 초 커피박물관 연구진과 함께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집에서 ‘경성의 무라타(村田) 상점을 인수해 운영하던 마쓰이 가이치로(松井嘉一郞)는 1913년 4월부터 조선총독부 철도국 남대문역 끽다점(喫茶店·기사텐)과 식당차에 물품을 납입했다’는 기록을 확인했다.

남대문역은 서울역의 전신으로 1900년 운영을 시작했다. 끽다점은 다방을 뜻한다. 박 관장은 경기 의왕시 철도박물관을 찾아 남대문역 관련 자료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1915년 조선총독부 철도국이 발행한 ‘조선철도여행 안내’ 책자에서 남대문역 다방의 사진을 찾아냈다. 남대문역 끽다점이란 간판이 붙어 있는 다방 외부 입구 사진, 유니폼을 잘 차려입은 직원이 깨끗이 정리된 테이블 옆에 서서 포즈를 취한 다방 내부 사진이었다.

박 관장은 “남대문역은 1900년 신축됐다. 그리고 1913년 남대문역 다방에 물품을 납품했다는 기록이 있으니 남대문역 다방은 1900년부터 1913년 사이에 생긴 것이다. 그렇다면 남대문역 다방이 우리나라 최초의 다방인 셈이다. 이곳에서 조선 사람과 일본 사람들이 커피를 마셨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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