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춤-가야금 연주로 국악인생 풀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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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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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공연 ‘정금씨&호박씨’ 서정금 씨

주연은 아니지만 그가 없는 창극단 공연은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든든한 조연 역할을 맡아 온 서정금 씨. 이젠 그가 주연이 돼 조연만 맡아온 삶을 얘기한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주연은 아니지만 그가 없는 창극단 공연은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든든한 조연 역할을 맡아 온 서정금 씨. 이젠 그가 주연이 돼 조연만 맡아온 삶을 얘기한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오네요. 이게 진짜 현실일까, 이런 기회 또 있을까 싶지요.”

국립창극단의 중견 단원 서정금 씨(35). 자신의 얼굴 사진으로만 표지를 꾸민 ‘정금씨&호박씨’ 공연 전단지를 쳐다보는 그의 표정은 복잡했다. 기쁨과 걱정, 흐뭇함과 아쉬움이 번갈아 떠올랐다. 1999년 창극단에 입단해 12년 넘게 무대에 서는 동안 그는 자기 이름보다 극 중 캐릭터로 기억되는 배우였다. 14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 올리는 ‘정금씨…’는 자신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 첫 무대다.

전북 남원 출신인 그는 창극단 입단 당시 촉망받는 소리꾼이었다. 고(故) 강도근 선생에게서 동편제, 안숙선 명창에게서 서편제 판소리를 익혀 씩씩하고 남성적인 동편제와 여성적이고 섬세한 서편제 소리를 아우른 데다 타고난 ‘끼’도 넘쳤다.

“전 ‘어떻게 하면 예쁘게 보일까’보다는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보일까’가 더 중요했어요. 다른 배우들은 맡기 싫어하는 배역도 관객을 웃길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생각했죠. 관객이 저 때문에 자지러지면 그렇게 신 날 수가 없었어요.”

신참 배우 시절부터 그렇게 공연에 활력을 주는 감초 배우로 각인됐다. 그 이미지가 너무 강해 그 후 주연 발탁에 걸림돌로 작용했던 것이다.

“저라고 심청이, 춘향이 같은 주연에 욕심이 없었겠어요. 매번 최종 후보까지 올라갔는데 마지막에 번번이 탈락했죠. 좌절도 많이 느꼈어요.”

그에게 올해는 성인 무대에서 주연 못한 한을 푼 한 해였다. 세계적 오페라 연출가인 독일의 아힘 프라이어 씨가 제작한 ‘수궁가’에서 주연인 토끼를 맡았고, 작은 무대이긴 했지만 ‘정오의 판소리’에서 심청이로 출연했다. 국립극장 기획시리즈의 올해 마지막 공연인 ‘정금씨&호박씨’ 무대가 피날레다.

“그동안 제가 했거나 하고 싶었지만 못했던 판소리 몇 대목도 하고, 남도 민요인 ‘꿈이로다’도 부르고, 춤도 추고, 어릴 때부터 배운 가야금 연주도 하고요. 국악인으로 살아온 그동안의 삶을 정리하고 털어내는 무대예요. 공연을 마치면 또다시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지요.” 2만 원. 14일 오전 11시, 오후 3시, 7시 반 3차례 공연한다. 02-2280-4114∼6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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