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훈 목사 “한국 교회들 권력화 경계해야… 설교 어려워, 60점이나 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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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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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하용조 목사 후임으로 온누리교회 이끄는 이재훈 목사

“저를 포함한 교회 구성원 모두 하나님이 어떻게 생각할까를 먼저 생각했습니다. 그 다음, 하용조 목사님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두 ‘하 심(心)’이 작용한 거죠.”(웃음) 8월 소천(召天)한 하용조 목사의 뒤를 이은 온누리교회 이재훈 담임목사(43·사진)는 후임 목사 청빙이 축제 분위기 속에 끝난 비결을 이렇게 설명했다. 40대 초반의 그가 신자 7만5000여 명의 대형교회를 맡게 되자 교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됐다. 최근 서울 온누리교회 서빙고 본당에서 그를 만났다.

―부목사가 곧바로 담임목사가 되는 것을 금지한 예장 통합의 교단법 등 우려가 많았다.

“청빙 절차가 시작된 뒤 46일 만에 29인 후보 중에서 제가 선출됐다. 분열과 갈등을 용납하지 않는 교회 문화의 뒷받침이 있었고, 교단도 원만하게 타협책을 제시했다.”

―지난해 말 부산 호산나교회의 청빙을 고사했다. 온누리교회를 염두에 뒀나.

“큰 영광이지만 판단이 서지 않아 하 목사님과 상의했다. 그리고 정중하게 거절했다.”

―이때 후임 담임목사로 ‘낙점’받은 것 아닌가.(웃음)

“하하, 물론 아니다. 저도 소천 때까지 곁에서 지켜봤지만 후임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아마, 목사님이 계신 상태에서 청빙했어도 관여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 목사의 유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그것은 외형적인 것이 아니다. 바로 성숙한 장로다. 신자들 위에 있는 장로가 아니라 화장실 청소부터 시작하는, 청지기의 리더십을 갖춘 장로들이다.”

―앞으로 교회 내 역할은 어떻게 되나.

“최종 2인 후보의 한 사람인 미국 어바인 온누리교회 박종길 목사가 올해 말 돌아와 양재 캠퍼스(교회)를 맡는 것을 빼면 큰 변화가 없다.”

―오늘날 한국 교회가 갈등을 치유하기보다는 조장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기본적으로 사회는 민주적 가치를 지향하는 반면 신앙공동체는 ‘신주적(神主的)’ 가치를 지향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최근 교회들의 문제는 이 차이 때문이 아니라 잘못된 권위가 권력화하면서 생긴 것이다.”

―보수적 성향의 개신교단 연합체인 한기총을 해체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표를 하고 싶어 하는 분보다는 싫다고 마다하는 분을 모셔야 진정한 대표성과 권위가 사는 것 아닌가. 국회의원도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하려는 사람보다는 하기 싫다는 이를 시켜야 하는 것처럼….”

40대의 젊은 목회자는 겸손했지만 화법은 명쾌하고 분명했다. 때로 껄끄러운 대목에서도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밝혔다.

―자신의 설교에 몇 점이나 줄 수 있나.

“설교? 아직 어렵다. 때로 설교는 요리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성경과 역사, 사회에서 좋은 재료를 찾아 정성스럽게 다듬고, 제때에 알맞은 양념을 넣고, 적당한 온도에서 끓여, 먹기 좋게 차려내야 한다.”

―그래서 몇 점인가.

“한 60점 될까?”(옆에 있던 부목사는 ‘80점은 줄 수 있다’고 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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