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 山水를 넘어 화폭을 넓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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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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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화의 재발견’전 - 성남아트센터 큐브미술관
■ ‘겹의 미학’ 전 - 서울 공아트스페이스

경기 성남아트센터 큐브미술관에서 열리는 ‘한국화의 재발견’전은 원로부터 1980년대생 신진까지 작가 24명의 작품을 통해 현대 한국화의 지형도를 짚고 있다. 전시장에 걸린 송수남 씨의 ‘여름 나무’ 연작은 짙고 연한  수묵의 획으로 무성한 숲을 느끼게 한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경기 성남아트센터 큐브미술관에서 열리는 ‘한국화의 재발견’전은 원로부터 1980년대생 신진까지 작가 24명의 작품을 통해 현대 한국화의 지형도를 짚고 있다. 전시장에 걸린 송수남 씨의 ‘여름 나무’ 연작은 짙고 연한 수묵의 획으로 무성한 숲을 느끼게 한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추상 수묵화부터 화려한 채색화와 침실이 어우러진 설치작품, 기이한 풍경을 담은 오브제, 사람의 머리에 산수를 새긴 조각까지. 이들 작품이 ‘한국화’란 주제 아래 모였다면 고개를 갸우뚱할 관객도 있을 것 같다. 한데 전시의 초점이 한국화를 기본 틀로 삼되 ‘현대’라는 시대의 변화를 담아냈다는 설명을 들으면 의구심이 풀린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성남아트센터 큐브미술관에서 12월 18일까지 열리는 ‘한국화의 재발견’전은 화선지에 먹으로 그리는 전형적 그림을 넘어 파격적으로 확장되는 현대 한국화의 흐름을 되짚는다. 현대미술의 거센 물살에 휩쓸려 미술시장에서나 전시에서나 찬밥 신세인 한국화의 침체를 딛고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자리다. 민경갑 송영방 송수남 씨 등 원로부터 이진주 김윤재 김봄 씨 등 1980년대생까지 작가 24명이 다채롭게 변주된 한국화의 세계를 펼쳐냈다. 031-783-8143

서울 종로구 관훈동 공아트스페이스에서 22일까지 열리는 ‘겹의 미학’전의 경우 한국화의 뿌리를 전통 재료인 두껍고 질긴 장지에서 찾고 있다. 한국화가 김선두 씨를 중심으로 제자인 강석문 백진숙 이구용 이길우 이동환 임만혁 장현주 하용주 씨 등 9명이 참여했다. 장지 작업이란 공통점 외에도 우리 고유의 정신과 세계에 대한 질문과 성찰을 담고 있다. 02-730-1144

○ 한국화의 정체성을 찾아서


‘한국화의 재발견’전 민경갑 씨의 ‘진여 11-18’(2011년). 성남아트센터 제공
‘한국화의 재발견’전 민경갑 씨의 ‘진여 11-18’(2011년). 성남아트센터 제공
큐브미술관의 전시는 동양적 자연관과 가치관을 고유 기법으로 표현해온 한국화가 현대 들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엿보게 한다. 3부로 구성된 전시는 1950년대부터 태동한 현대 한국화를 중심으로 추상실험을 도입한 민경갑 송영방 씨, 1970, 80년대 한국화의 현대적 변용을 시도한 송수남 이철량 강경구 씨, 1990년대 이후 현대미술과 접목을 실험한 장재록 이선진 홍지윤 이정배 씨 등의 작품이 시대별로 이어진다.

전시에선 원로 중진의 내공이 돋보인다. 민경갑 씨는 서구 추상의 영향을 수렴한 1963년 작 ‘시공’과 산을 평면화한 신작 ‘진여’를 나란히 선보여 변화의 궤적을 보여준다. 1980년대 수묵화 운동을 이끈 송수남 씨는 근년의 꽃그림에 이어 먹그림으로 돌아왔다. 간략한 선으로 표현한 여름나무 시리즈엔 강건한 기와 사유의 힘이 스며 있다. 글을 쓰고 수묵으로 덮은 뒤 이를 오려붙인 이철주 씨의 개념적 작업, 파도가 물결치는 듯한 선이 마음을 진정시켜 주는 오숙환 씨의 수묵도 인상적이다.

낡은 경대를 오브제로 삼아 여인을 민화풍으로 그린 이선진, 외제차를 사진 찍고 이를 컴퓨터로 출력해 먹으로 그리는 현대적 작업 방식을 택한 장재록, 한국식 요정이 출연하는 생기발랄한 그림으로 알려진 신선미, 투명 재질에 그림을 붙여 겹겹이 배열한 진현미 씨 등. 젊은 작가들의 전통 수용에 대한 해석이 제각각이어서 흥미롭다.

전시를 기획한 김진엽 부장은 “현대미술의 다양한 장르 속에서 대중의 관심에서 조금씩 멀어진 한국화를 다시 들여다보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며 “한국화의 정의를 재료 혹은 한국적 이미지 중 어느 쪽을 기준으로 할지에 대한 결론을 내기보다 양면을 다 제시한 전시”라고 소개했다.

○ 한국화의 정신성을 찾아서

‘겹의 미학’ 전 이구용 씨의 ‘산중’(2011년). 공아트스페이스 제공
‘겹의 미학’ 전 이구용 씨의 ‘산중’(2011년). 공아트스페이스 제공
‘겹의 미학’전도 ‘오늘의 한국화,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모색과 질문을 제시한다. 간략한 선으로 꿈틀거리는 산을 표현한 이구용, 과일 껍질과 음식물쓰레기 등 버려지는 것을 전통산수처럼 그린 백진숙, 향불과 인두로 대상을 형상화한 이길우, 불안한 현대인의 심상을 수간채색으로 표현한 이동현,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풍경의 장현주 씨 등. 출품작에는 우주를 서로 연결되고 변화하는 세계로 인식해온 한국화의 관점이 깔려 있다.

한국화를 특정 장르의 형식에만 국한하는 것이 옳을까, 현재 우리의 의식을 반영한 것은 다 한국화로 봐야 할까. 두 전시는 섣부른 결론에 앞서 논란의 출발은 한국화에 대한 진정한 믿음과 애정에서 시작돼야 함을 일깨운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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