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ning]“요리 빛내는 건 창의력” 향수의 향을 맛으로 재현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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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출신 ‘세계 최고’ 셰프 호안 로카 씨

서울 고메 2011 행사를 위해 방한한 세계적인 셰프 호안 로카 씨가 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프랑스 요리에 주로 쓰이는 ‘트러플(송로버섯)’의 향을 맡고 있다. 그는 과학적 방법을 요리에 접목하고, 향기를 질감으로 표현하는 기법으로 세계적인 셰프 반열에 올랐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서울 고메 2011 행사를 위해 방한한 세계적인 셰프 호안 로카 씨가 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프랑스 요리에 주로 쓰이는 ‘트러플(송로버섯)’의 향을 맡고 있다. 그는 과학적 방법을 요리에 접목하고, 향기를 질감으로 표현하는 기법으로 세계적인 셰프 반열에 올랐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정(情)’은 그가 음식을 만드는 이유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그저 기쁘기 때문에 음식을 만든다. 그걸 나누는 건 더 기쁘기 때문에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든다. 그러다 보니 세계적인 셰프가 됐다. 참 소박하다.

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만난 호안 로카 씨(47)는 “스스로 만든 음식을 통해 친절함과 인심을 나누는 것이 음식을 만드는 이유”라며 “사람들에게 기쁨을 나눠주기 위해 음식을 만든다”고 말했다.

○ 향을 질감으로 표현하는 마술사

소박한 꿈을 안고 음식을 만드는 로카 씨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셰프다. 그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엘 세예르 데 칸 로카’는 세계적인 레스토랑 안내서 미슐랭 가이드에서 최고 등급인 별 셋을 얻은 곳이다.

여기에 4월에는 영국 요리 월간지 ‘레스토랑’이 해마다 발표하는 전 세계 최고의 50개 레스토랑 리스트 ‘산 펠레그리노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에서 2위에 올랐다. 그야말로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을 이끄는 최고의 셰프인 셈이다.

그가 명성을 얻은 배경에는 진공저온 조리법인 ‘수비드’와 물리 및 화학 법칙을 바탕으로 액체질소와 초음파 등 혁신적인 기술을 요리에 접목해 새로운 맛을 내는 방식인 ‘분자(分子)요리’가 있었다.

그는 이런 요리 기법을 활용해 창의성 넘치는 실험을 이어갔다. 로카 씨는 “사람들은 향수의 향을 그냥 맡는 데 그치지 않고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쯤 해보게 된다”며 “그 생각을 현실로 바꿔 향을 질감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향수요리법을 개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랑콤 등 화장품 향수 성분을 분석해 랑콤과 샤넬 등 유명 향수의 냄새를 음식으로 재연해 레스토랑을 찾는 사람들에게 향수를 뿌린 뒤 직접 음식과 비교해 보이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 카탈루냐의 전통을 잇다

그를 지금의 위치로 끌어올린 힘에는 첨단 과학만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에서 태어난 그는 전통을 잊지 않고 카탈루냐 전통 음식에 현대적 기법을 더해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카탈루냐 히로나 지방에서 대대로 내려온 전통 음식을 만드는 레스토랑을 운영하던 부모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요리에 관심이 많았다. 11세가 되던 해부터는 주말에도 레스토랑에 나와 음식 만드는 일을 도왔다. 아예 요리사가 되기로 마음을 먹고는 1978년 요리학교인 ‘에스코엘라 데 오스크레리아 히로나’에 들어갔고 1986년 부모님의 레스토랑 바로 옆에 자신의 레스토랑을 냈다. 카탈루냐 전통 요리를 계승하되 현대적 기법을 접목한 자신의 조리법이 행여나 전통 방식을 고집하는 부모님의 레스토랑 운영에 해가 될까 생각해서였다.

○ 한식, 경쟁력 충분…세계화 전략 필요

전통을 중시하는 만큼 다른 나라의 전통 음식과 식재료에도 관심이 많다. 한식(韓食)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간장과 된장, 흑마늘 등은 그의 요리에 재료로 쓰인다. 이번 방한도 한식 때문이었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4일까지 한식 세계화를 위해 서울 주요 호텔 등에서 열린 ‘서울 고메 2011’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그는 서울 고메 2011 행사 가운데 하나로 3일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스타 셰프 고메’에 참석해 요리 실력을 뽐냈다.

그런 그가 느끼는 한식의 매력은 창의성이다. 한 그릇에 여러 가지 재료가 들어가 모든 영양분을 얻을 수 있는 비빔밥 같은 음식은 다른 나라에서는 감히 흉내 내기 힘든 창의적 사고의 산물이란 설명이다.

서울 고메 행사 기간 찾은 전북 전주에서 만난 요리사 지망생들의 열정이 가장 인상적이었다는 그는 “한식은 이미 충분히 세계화가 가능할 정도의 경쟁력이 있다”며 “한국 음식을 세계적인 셰프들에게 알리고, 세계 각지에 보다 많은 한국 식당을 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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