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업의 예술혼 세 남자를 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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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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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리스트 양성원 교수-佛연주가 2인
3중주단 ‘트리오 오원’ 결성 첫 연주회

첼리스트 양성원, 피아니스트 에마뉘엘 스트로세, 바이올리니스트 올리비에 샤를리에(왼쪽부터). LG아트센터 제공
첼리스트 양성원, 피아니스트 에마뉘엘 스트로세, 바이올리니스트 올리비에 샤를리에(왼쪽부터). LG아트센터 제공
한국인 한 사람과 프랑스인 둘. 음악 하는 친구 셋이서 ‘트리오 오원’이라는 이름을 내건 것은 조선시대 화가 장승업(1843∼1897) 덕분이었다. 장승업의 예술혼을 그린 임권택 감독의 영화 ‘취화선’에 감명을 받은 이들은 그의 호(號)인 오원(吾園)을 따서 3중주단 이름에 붙였다.

첼리스트 양성원 연세대 교수(44)와 에마뉘엘 스트로세(46·피아노), 올리비에 샤를리에(50·바이올린)로 구성된 ‘트리오 오원’의 연주회가 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다. 프랑스 파리음악원 출신인 셋은 20여 년 전부터 함께 콘서트를 열고 음반 녹음도 해왔지만 ‘트리오 오원’으로 무대에 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일 LG아트센터에서 만난 양 교수는 “어제 저녁을 먹으면서 나중에 ‘트리오 오원 10주년 기념 연주회’는 어떻게 될지 얘기를 나눴다.(웃음) 길게 보고, 우리만의 깊은 소리와 앙상블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트로세는 음색이 다양한 피아니스트, 샤를리에는 지적이면서 투명한 소리를 들려주는 바이올리니스트라고 평가했다. 레퍼토리는 장승업이 활동하던 19세기의 독일 낭만주의 작곡가 삼총사 멘델스존, 슈만, 브람스의 피아노 트리오를 골랐다.

“장승업은 예술에 홀린 사람이었죠. 슈만이 장승업과 가장 비슷한 기질이었을 것 같네요. 18세기까지 작곡가들은 누군가를 위해 곡을 썼지만 19세기로 넘어오면서 자신이 가진 이미지와 심경을 악보에 반영했습니다. 그들이 보여준 예술에 대한 열정과 작품의 완성도는 현재의 연주자에게 큰 도전이 됩니다.”

양 교수는 지난달 프랑스의 클라리넷 앙상블 레봉베크와 크로스오버 앨범을 냈고 내년 10월에는 작곡가 진은숙 씨의 곡을 모나코에서 초연할 계획이다. 올여름엔 정명훈 씨가 이끄는 아시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에 단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런 ‘광폭 행보’에 대한 이유를 묻자 그는 웃으면서 “워낙 산만한 탓”이라고 하더니 곧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와 답했다.

“도태될까봐 두렵습니다. 스승인 야노스 슈타커 선생님께서 ‘예술가에게는 오르막길과 내리막길밖에 없다’고 하신 말씀을 늘 생각합니다. 묵묵히 연습하는 것만으로는 오르막길을 올라갈 수 없습니다. 새로운 영역을 지속적으로 개척해야죠.”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i: 4일 오후 7시 반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3만∼5만 원(063-270-8000), 6일 오후 6시 서울 LG아트센터 3만∼6만 원(02-2005-0114), 7일 오후 7시 반 수원 경기도문화의전당 1만∼3만 원(031-230-3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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