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271>子爲長者慮하되 而不及子思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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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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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가 제나라 도성을 떠나 晝(주) 땅에 묵을 때 제나라 왕의 한 측근이 찾아와 제나라 왕을 위해 맹자를 만류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제나라 왕의 명령에 따라 맹자를 찾아온 것은 아니었다. 맹자는 그 사람이 단정히 앉아 말을 하는데도 안석에 기댄 채 누워 응대하지 않았다. 그 사람은 몹시 불쾌해 했다. 그러자 맹자는 그를 다시 불러 앉히고, 옛날 노나라 繆公(목공)은 현명한 군주라 할 수 없지만, 그렇더라도 子思(자사)를 존경해서 항상 사람을 시켜 곁에서 모시게 해서 자신의 성의를 전달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제나라 왕이 맹자가 떠나가는 것만 애석하게 여기고 맹자에게 적절한 예우를 하지 않았음을 넌지시 비판한 것이다. 이어 맹자는 제나라 왕의 명령을 받들지도 않고 그 사람이 개인적으로 찾아와 자신을 만류하려고 하는 것은, 옛날 노나라 목공이 자사를 예우한 수준에 결코 미치지 못하므로 그 사람도 나를 忽待(홀대·소홀히 대함)하는 것이라고 꾸짖었다. 즉, 맹자는 제나라 왕의 측근인 그 사람에게, 내가 안석에 기대어 누운 채로 응하지 않은 것은 결코 내가 먼저 그대를 끊은 것이 아니라 이미 그대가 나를 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위에서 長者는 맹자가 자기 자신을 가리켜 한 말이다.

嗟來之食(차래지식)이라는 성어가 있다. 줄여서 嗟來食(차래식)이라고도 한다. ‘아아, 불쌍하다. 와서 먹어라!라고 하면서 주는 음식’이란 뜻으로 무례한 태도로 주는 음식을 뜻한다. 춘추시대 齊(제)나라에 흉년이 들었을 때 黔敖(검오)란 사람이 길에서 굶주린 사람들을 먹이는데, 한 사람이 소매로 얼굴을 가리고 비실비실 걸어 왔다. 검오가 왼손에는 밥을 들고 오른손에는 마실 것을 들고 그 굶주린 사람을 불러서 ‘아아, 와서 먹어라!’ 하자, 그는 눈을 부릅뜨고 “나는 와서 먹어라 하는 음식을 먹지 않았기 때문에 이 지경에 이르렀다”고 하고는 끝내 음식을 받아먹지 않고 주려 죽었다. 누구든 인간으로서 廉恥(염치)를 알아 존엄성을 지켜야 한다는 이야기이자, 남에게 베풀더라도 춥고 배고픈 그 사람의 인격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맹자의 노여움은 염치를 아는 사람만이 공감할 수 있는 노여움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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