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234>孟子之平陸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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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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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孫丑(공손추)·하’의 제4장이다. 맹자가 제나라의 고을인 平陸(평륙)으로 가서 그 邑宰(읍재)와 대화를 나누며 그의 失政(실정)을 비판하고, 이후 제나라의 왕(제후)을 만나 평륙 읍재와의 대화를 언급하여 군주의 失政을 가만히 비판한 내용이다. 곧 맹자는 제나라의 지방관이나 군주가 모두 牧民(목민)의 職分(직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는 牧民이라 하면 수령이 백성을 다스리는 것만 연상하기 쉽다. 확실히 정약용이 지은 ‘목민심서’의 목민은 수령의 일을 가리킨다. 하지만 ‘管子(관자)’의 첫 편 ‘목민’은 제후의 일을 말했다. 즉, 목민은 수령과 군주의 직분을 모두 가리킬 수 있다.

之平陸의 之는 ‘가다’라는 뜻의 동사다. 大夫는 본래 朝廷(조정)에서의 신분을 나타내지만 여기서는 한 고을을 다스리는 邑宰, 곧 守令(수령)을 뜻한다. 子는 2인칭이다. 持戟之士(지극지사)란 창을 잡은 병사로, 읍재를 호위(護衛)하는 군사를 말한다. 청나라 초기의 학자는 이 말이 兵役(병역)을 지고 전투에 참여하는 戰士(전사)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변경 고을의 읍재를 호위하는 私兵을 가리킨다고 보았다. 失伍는 隊伍(대오)를 벗어나 자신의 직분을 수행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伍는 다섯 사람씩 하나의 그룹을 이루는 것을 말한다. 去는 出去(출거)나 解雇(해고)를 뜻한다. 否乎는 의문문의 꼬리에 붙여 앞의 의문 사실을 반대의 뜻으로 거듭 묻는 표현이다. 不待三은 세 번 이탈하길 기다릴 것도 없이 한 번만 대오를 이탈해도 遲滯(지체) 없이 그를 버린다는 뜻이다.

직분을 지키는 것을 守職(수직)이라 하고 다른 사람의 일에 간섭하는 것을 越職(월직)이라 한다. 徐居正(서거정)은 ‘守職’이란 글을 써서, 자신의 직분을 다하지도 못하면서 다른 직분을 대신하려고 들면 이치를 위배하게 되고 이치를 위배하면 결국 재앙을 입게 된다고 했다. 보수적인 언설이다. 하지만 자기 직분을 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警鐘(경종)의 말이 아닐 수 없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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