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된 일본식 집, 울릉도 탐방 명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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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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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동리 ‘이영관 가옥’ 역사문화체험센터 새단장

울릉도 근대 100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일본식 가옥(옛 이영관 가옥). 이 건물이 보수 복원 공사를 마치고 ‘울릉 역사문화 체험센터’로 다시 태어났다. 문화유산국민신탁 제공
울릉도 근대 100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일본식 가옥(옛 이영관 가옥). 이 건물이 보수 복원 공사를 마치고 ‘울릉 역사문화 체험센터’로 다시 태어났다. 문화유산국민신탁 제공
이상인 전 울릉문화원장(왼쪽)과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이상인 전 울릉문화원장(왼쪽)과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일본식 가옥이라고 해도 울릉도의 역사와 울릉도 사람들의 애환이 담겨 있으니 당연히 보존하고 잘 활용해야 하지요.”(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72)

“제가 이 집에서 32년간이나 살았지요. 그 추억의 공간이 이렇게 문화센터로 다시 살아나다니 감격스럽습니다.”(이상인 전 울릉문화원장·69)

24일 경북 울릉군 도동리 일본식 가옥(옛 이영관 가옥·등록문화재 235호)에서 김종규 이사장과 울릉도 주민인 이상인 전 원장이 만났다. 초면이었지만 이들은 포항에서 울릉도까지의 뱃길 이야기, 울릉도와 이영관 가옥 이야기로 금세 서로 편한 사이가 되었다.

울릉도의 근대사를 한몸에 담고 있는 일본식 가옥이 새롭게 단장돼 ‘울릉 역사문화체험센터’로 다시 태어났다. 이 건물의 역사적 가치를 높게 평가한 문화유산국민신탁이 2008년 매입한 뒤 보수 복원을 거쳐 지난달 ‘울릉역사문화체험센터’로 문을 연 것이다.

이 가옥은 1910년대 일본의 이주민이자 산림벌목업자였던 사카모토 나이지로(坂本來次郞)가 지었다. 광복 이후 잠시 숙박업소(포항여관)로 사용됐고 1954년부터 2008년까지 이영관 씨가 가정집으로 사용했다. 일본식 가옥의 특징과 근대주택사의 흔적을 잘 보여주는 건축 문화재다.

문화센터가 된 이곳에선 울릉도의 문화유산, 울릉도의 근현대사와 가옥 이야기,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의 무단 남획으로 사라진 강치(독도 바다사자) 이야기 등을 소개한다. 1950, 60년대 울릉도와 독도 관련 문화영화 등도 발굴해 보여준다. 2층에는 널찍한 방도 있어 각종 회의 및 토론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근대 건축물 보존 및 활용의 측면뿐 아니라 울릉도의 역사와 생활문화를 보여주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고등학교 3년, 군대생활 3년을 빼고 줄곧 울릉도에서 살아온 이 전 원장은 이영관 씨의 조카다. “제가 살던 집을 이렇게 꾸며놓다니, 좁은 공간인데도 이렇게 짜임새 있게 꾸밀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저는 광복되던 해부터 여기서 살았어요. 어머니가 포항여관으로 운영했었는데 육지에서 온 공무원 경찰이 많이 이용했습니다.”

반응은 뜨겁다. 8월 한 달 매일 100여 명이 이곳을 찾았다. 전국 곳곳에서 학생 단체 관람이 이어지고 있다. 울릉도를 소개한 1959년 대한뉴스도 인기가 높다. 이 씨는 “울릉도 사람들도 예전에 보지 못한 울릉도 뉴스여서 새롭고 재미있어 한다”고 전했다. 카페도 마련해 사람들이 와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김 이사장은 이곳이 ‘제대로 된 울릉도 문화관, 울릉도 지역문화의 거점’이라고 강조했다. “울릉도에 독도박물관이 있지만 아무래도 독도 중심이어서 울릉도의 역사와 생활 민속을 제대로 보여주는 공간은 이곳이 처음입니다. 울릉도 근현대 생활사의 증표가 되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지요.”

문화유산국민신탁은 앞으로 ‘울릉도 근대문화유산 도보탐방’과 ‘주민에게 듣는 생생한 울릉도 이야기’, 울릉도 주민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사진전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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