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된 옛 서울역사 활용방안은? 건축가 안창모 교수-최정심 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장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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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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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도 살리고 소소한 일상도 전시하는 공간으로”

“기차를 타고 내릴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 스며드는 공간으로 되살려야 합니다.” 복원된 옛 서울역사 2층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는 최정심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장(왼쪽)과 안창모 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기차를 타고 내릴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 스며드는 공간으로 되살려야 합니다.” 복원된 옛 서울역사 2층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는 최정심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장(왼쪽)과 안창모 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옛 서울역사 2층 이발소 자리에 마련된 복원전시실.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옛 서울역사 2층 이발소 자리에 마련된 복원전시실.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옛 서울역사(사적 284호)가 1925년 신축 당시의 모습으로 복원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현재 옛 서울역사 안팎에선 다양한 전시와 공연이 열리고 있다. ‘문화역서울 284’로 명명된 이곳은 앞으로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러나 활용방안이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6개월간의 시험 기간을 거쳐 내년 3월 최종 방안을 확정하게 된다.

옛 서울역사는 한국 근현대사 80년의 애환이 담긴 곳. 따라서 활용의 관건도 ‘일상의 복원’이 아닐 수 없다. 자칫 전시와 공연으로만 그친다면 제한된 계층만의 제한된 활용에 머물 우려가 있다. 서울역사 복원을 이끈 안창모 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49)와 앞으로 공간 활용을 책임질 최정심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장(49)이 12일 서울역사에서 만나 이 공간의 활용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기차 타고 내리는 기능 회복해야”


=개관하고 며칠 동안 이곳을 찾는 분들을 지켜보았다. 사람들은 ‘나’와 관계된 것에 각별히 반응했다. ‘내가 바로 여기서 표를 끊어 저쪽으로 가서 기차에 탔었지’, 이렇게 말이다. 그것이다. 장소의 추억. 과거의 흔적…. 이것을 이끌어내는 생동감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그래서 기차를 타고 내리는 승하차 기능을 살려야 한다. 복원을 하면서 플랫폼으로 이어지는 공간을 그대로 열어둔 것도 이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코레일이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관리상의 어려움도 있겠지만 노력하면 해결할 수 있다.

=사실은 역의 기본 기능에 충실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게 바로 일상의 문화를 복원하는 일이다.

=형태의 복원에만 그치지 말고 원래의 기능 복원까지 나아가야 한다.

옛 서울역사 1층 중앙홀 내부와 김홍석, 이불 씨의 설치미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제공
옛 서울역사 1층 중앙홀 내부와 김홍석, 이불 씨의 설치미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제공
KTX는 지금의 서울역에서 타고 내리면 되고, 복원한 옛 서울역사에서는 새마을호 무궁화호 등을 운행하는 것도 하나의 아이디어가 될 것이다. 옛 서울역사 내부 벽에 열차시각표도 붙이고 도시락과 찐 계란을 팔 수 있을 때, 서울역사엔 사람이 절로 모일 것이다. 그래야 살아 있는 공간이 된다.

○ “소소한 일상까지 되살아나는 공간으로”

=조선시대 건축물처럼 근대 이전의 건축물은 이미 가치평가가 끝났다. 그러나 근대건축물은 다르다. 지금도 가치가 형성되고 있다. 이 시대 사람들의 일상이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 서울역의 지나간 80년 역사뿐 아니라 지금 이 시대의 다양한 삶도 이 건물에 담아야 한다.

=내년 3월 그랜드 오픈 때까지 이런저런 서비스 시설을 추가하고 아트숍, 프로젝트카페, 도서실, 회의실 등의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서울역의 역사는 물론이고 이곳과 관련된 사람들의 애환을 글과 영상으로 보여주겠다. 서울역과 관련 사진집 책자도 만들어야 한다. 기획전시도 사람들의 스토리를 담아내는 데 역점을 두고자 한다.

=대통령들이 사용했던 귀빈실의 활용도 중요하다. 사실, 대통령의 공간을 국민이 만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 이곳이 아마 유일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더욱 국민들이 찾아와 무언가 보고 갈 수 있어야 한다. 당시 이곳에서 찍었던 대통령들의 사진을 구해 전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전국의 기차역이 문화역이 되어야 하고 서울역을 그 거점으로 만들고 싶다. 담양 대나무 공예품이 올라오고 무안의 양파가 올라와 서울역에서 만나야 한다. 그래서 도시락을 만들어 공급하고 싶다. 전국의 음식과 일상이 모이고 전국의 마을을 이어주는 거점으로 만들 수 있다.

각 개인의 생생한 역사가 깃든 서울역사를 ‘살아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이들의 생각은 한결같았다. 최 원장의 소망처럼 명절 때 이곳에서 장터를 열 수도 있어야 할 것이다. 전국의 명물과 풍속이 모여 한바탕 난장이 펼쳐질 수도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문화재 보존과 활용에 한층 더 열린 마음이 필요할 것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프로필::

●안창모 교수는
△서울대 대학원 건축학과 박사 학위 취득 △미국 컬럼비아대, 일본 도쿄대 객원연구원 △현재 서울시 문화재전문위원 △저서 ‘덕수궁’ ‘궁궐의 눈물 백년의 침묵’

●최정심 원장은

△홍익대에서 공업디자인, 프랑스 MJM에서 전시 디자인 전공 △계원디자인예술대 전시디자인학과 교수 △2009 서울디자인올림픽 디자인장터 기획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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