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커버스토리]중국-일본인이 본 한국인? 다정男 살뜰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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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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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본인이 본 중국인? 수다男 수다女
한국-중국인이 본 일본인? 세심男 순종女

한국 남성과 중국 여성의 사랑을 그린 영화 ‘호우시절’ 의 한 장면. 동아일보 DB
한국 남성과 중국 여성의 사랑을 그린 영화 ‘호우시절’ 의 한 장면. 동아일보 DB
한중일 3국 사람들은 이성으로서의 서로를 어떤 이미지로 바라보고 있을까. 연중기획 ‘한중일 마음 지도’ 프로젝트는 설문 참가자들에게 상대 국가 사람을 어떤 이미지로 바라보는지를 물어봤다. 응답자들에겐 총 11가지 항목(남성 혹은 여성다움, 다정다감함, 순종적, 유머러스함, 당당함, 능력 있음, 세심함, 미래지향적, 검소함, 사치스러움, 수다스러움) 가운데 떠오르는 이미지 3가지를 선택하게 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중국과 일본 사람들은 한국 남성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로 ‘다정다감함’을 첫손에 꼽았다. 여기서 궁금한 점 한 가지. 그렇다면 한국 남성은 이러한 결과에 동의할까. 그래서 한중일 남녀 한 명씩을 선정해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봤다. 질문은 설문 결과에 동의하는지, 왜 해당 그룹이 그런 이미지로 인식된다고 생각하는지, 당신이 생각하는 이미지에 부합하는 대표 모델은 누구인지 등으로 구성했다.

○ 한국 남성은 다정다감하다?


중국인의 64.7%(11개 항목 가운데 1위), 일본인의 55.3%(1위)가 한국 남성의 이미지로 ‘다정다감함’을 선택

한국 남성 우지원(38·전 농구선수)의 생각은….
한국 남성이 다정다감 하다는 결과에 동의한다.


실제 현역 선수로 활동할 당시 경기를 위해 외국에 나가 보면 한국 선수들이 중국, 일본 선수들보다 가족과 친구를 더 잘 챙겼다. 얼핏 보면 한국 남성들은 무뚝뚝해 보인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표현만 살갑게 안 할 뿐 속으로 챙겨주는 정은 누구보다 깊고 넓다.

중국, 일본 사람들이 한국 남성을 다정다감하다고 느꼈다면 이러한 한국 남성 특유의 배려하는 마음과 매너를 본 것 같다.


또 한류 열풍이 뜨겁다. 한국 드라마에 많이 등장하는 ‘백마 탄 왕자님’ 이미지의 남성 모습 역시 다정다감하다는 인식에 크게 영향을 준 것 같다. 예전에 한 일본 여성 팬이 이런 말을 했다. “한국 남성들은 뭐든지 척척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만큼 믿음이 간다는 얘기 아니겠는가.

이미지 항목 11가지 가운데 내가 생각하는 한국 남성의 대표 이미지 3개를 꼽으라면 ‘세심함’ ‘다정다감함’ ‘미래지향적’이다. 이런 이미지를 대표하는 모델로는 연기자 현빈(29·사진)을 꼽을 수 있다. 부드럽고 따뜻하면서 섬세한 이미지인 데다 책임감 역시 강할 것 같다.

○ 한국 여성은 여성스럽다?

중국인의 71.5%(1위), 일본인의 41.1%(3위)가 한국 여성의 이미지로 ‘여성스러움’을 선택

한국 여성 예지원 씨(38·연기자)의 생각은….
결과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한국인에겐 조선 시대부터 이어져 온 유교 DNA가 있다. 현모양처는 한국 여성의 대표 이미지 가운데 하나 아닌가.

중국, 일본 사람들이 한국 여성을 여성스럽다고 생각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한국 여성의 외모가 가장 큰 이유라고 여겨진다. 한국 여성의 생김새나 스타일은 중국, 일본 여성보다 상대적으로 더 여성스럽다. 최근 한류 열풍 역시 한 요인이다. 외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사극 ‘대장금’ 등에는 여성스러움이 묻어나는 전통 한국 여성의 이미지가 부각된다. 거기에 등장하는 곱디고운 한복 등 문화적인 부분 역시 여성스러운 이미지를 극대화한 계기로 보인다.


‘여성스러움’ 이외에 내가 생각하는 한국 여성의 대표 이미지는 ‘미래지향적’ ‘당당함’ ‘능력 있음’ 3가지다. 육아와 업무 모두 훌륭하게 해내는 당당한 한국 여성의 모습은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는 더욱 주목받는 이미지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엔 현재 20, 30대인 신세대 여성들이 있다.

한국 여성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인물은 신사임당(1504∼1551·그림)이 아닐까. 율곡 이이를 기른 훌륭한 어머니이기도 하지만 예술가로서도 천재성을 인정받은 대표적인 ‘슈퍼 우먼’이기 때문이다.

○ 중국 남성은 수다스럽다?

한국인의 69.6%(1위), 일본인의 60.3%(1위)가 중국 남성의 이미지로 ‘수다스러움’을 선택

중국 남성 진동 씨(26·대학생)의 생각은….
중국 남성이 수다스럽다는 생각엔 동의하기 어렵다.


중국인은 크게 남방인과 북방인으로 나뉜다. 남방인의 대표 주자는 상하이 사람, 북방인의 대표는 베이징 사람이다. 남방인은 이른바 소남자(小男子·소심한 남자)로 불린다. 자신의 생각을 잘 드러내지 않아서다. 반면 북방인은 솔직하고 직설적인 편이다. 북방인만 보면 그나마 중국 남성이 좀 수다스러워 보일 수도 있겠다. 중국은 땅도 넓고, 그 안에 다양한 문화가 존재한다. “중국 사람은 어떻다”라고 하나의 특징으로 한정짓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난 내성적이고 조용하다. 전혀 수다스럽지 않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마주친 중국 사람들이 시끄럽다고? 하지만 그건 실제로 말이 너무 많기 때문만은 아니다. 중국어에는 4성으로 구성된 독특한 성조가 있다. 이 성조 때문에 수다스럽게 들렸을지 모른다.


내가 생각하는 중국 남성의 대표적인 이미지는 ‘능력 있음’이다. 어떤 일이든 척척 잘한다. 또 ‘다정다감함’ ‘세심함’ 역시 부합하는 이미지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이미지를 대표하는 주자는 세계적인 감독 겸 영화배우인 청룽(成龍·57·사진)이다. 청룽에겐 2가지 이미지가 동시에 존재한다. 능력 있는 ‘큰형님’이자 따뜻하게 챙겨주는 ‘아버지’ 이미지다.

○ 중국 여성은 수다스럽다?

한국인의 52.3%(1위), 일본인의 64.1%(1위)가 중국 여성의 이미지로 ‘수다스러움’을 선택

중국 여성 리칭위 씨(27·교사)의 생각은….
중국 여성이 수다스럽다는 생각에 반대한다
.

실제 중국에 가보면 중국사람 여럿이 모여 수다 떠는 모습을 발견하기 힘들다. 특히 젊은 세대는 그렇게 말이 많은 편이 아니다. 난 한국에 온 지 3년이 넘었다. 내가 본 한국의 젊은 여성들과 비교해도 중국 여성들은 말을 적게 한다. 남자친구와 주고받는 통화 시간만 비교해도 훨씬 짧다.


중국에선 나이가 든 가정주부들이 상대적으로 말이 많다. 아침에 친인척 등 가까운 사람들과 1시간 넘게 통화하는 경우도 잦다. 중국 사람에 대한 편견이 수다스럽다는 이미지를 만든 데 한몫한 것 같다. ‘중국인은 촌스럽다, 매너가 없다’는 등의 편견이 수다스럽다는 인식에 영향을 줬다는 얘기다.

내가 생각하기엔 ‘검소함’ ‘당당함’ ‘능력 있음’이 중국 여성을 상징하는 이미지다.

그리고 이 이미지를 대표하는 인물은 양란(43·사업가 겸 전 중국중앙텔레비전 아나운서·사진)이다. 그녀는 언제나 활동적이고 에너지가 넘치고 당당하다.

○ 일본 남성은 세심하다?

한국인의 59.4%(1위), 중국인의 29.6%(5위)가 일본 남성의 이미지로 ‘세심함’을 선택. 한편 일본 남성을 볼 때 ‘남성다움’을 한국인은 10위(11.9%)에 꼽은 반면, 중국인은 2위(34.6%)에 올려 상반된 시각을 드러냄. 중국인은 일본 남성의 이미지 1위(55.3%)로 ‘능력 있음’을 선택

일본 남성 우에다 미쓰아키 씨(37·회사원)의 생각은….
일본 남성이 세심하다는 생각에 동의하기 힘들다.


대부분의 일본 남성이 세심할 거란 생각은 영화, TV 등을 통해 만들어진 이미지일 뿐이다. 현대 사회로 오면서 일본 사람들의 생각, 스타일 등이 엄청나게 다원화됐다. 개성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 일본 남성이 세심하다고 일률적으로 규정짓기 힘들다는 얘기다. 일본 남성 중에는 오히려 한국 남성과 비교해도 더 투박한 사람들도 많다(우에다 씨는 한국인 부인을 둔 지한파). 나만 봐도 세심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한국, 중국 사람들이 일본 남성을 세심하다고 봤다면, 특히 여성의 경우 자국 남성상에 대한 불만 때문이 아닐까. 자국 남성들이 세심했으면 좋겠다는 여성들의 바람이 일본 남성이라면 그럴 거라는 막연한 동경으로 나타난 것 같다. 일본 남성이 상대적으로 경제적인 여유가 있으니 남을 배려하는 세심함도 가졌을 거라는 생각도 있지 않을까.


내가 일본 남성의 이미지를 꼽는다면 ‘능력 있음’을 1순위에 두고 싶다. 다음으론 ‘순종적’ ‘세심함’ 순이다.

일본 남성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인물은 야구선수인 스즈키 이치로(38·사진)다. 그는 약간 까칠하고 무뚝뚝해 보이지만 자기 일엔 엄청나게 집중하고 성실하다. 또 그가 이룬 성과를 보라. 누구보다 능력 있는 남자이지 않은가.

○ 일본 여성은 순종적이다?

한국인의 81.2%(1위), 중국인의 70.9%(2위)가 일본 여성의 이미지로 ‘순종적’을 선택

일본 여성 미즈시마 히로코 씨(37·대학 강사)의 생각은….
일본 여성이 순종적이란 결과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일본인들은 어릴 때부터 남녀를 불문하고 지나치게 남의 말에 반대하면 안 된다는 것을 배운다. 일본 여성들은 대화할 때 기본적으로 “응” “맞아” “나도 그래”란 표현을 많이 쓴다. 심지어 친구 애인이 바람피웠다는 얘기를 들어도 “내 남자친구도 아마 그럴걸”이라고 말할 만큼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애를 쓰는 편이다.

나 역시 순종적인 편이다. 순종적이란 말 자체가 다소 부정적으로 들리지만 그렇게밖에 표현하지 못할 것 같다. 한국 여성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 여성을 봐도 일본 여성보단 훨씬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 같다.

한국, 중국 사람들이 일본 여성을 순종적이라고 보는 이유는 특히 자국 남성들이 그러한 순종적인 여성상을 이상적으로 보기 때문이 아닐까. 자국 여성들이 지나치게 자신의 주장을 많이 하니 그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내가 생각하는 일본 여성의 이미지 3가지는 ‘여성다움’ ‘순종적’ ‘검소함’이다.

일본 여성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인물은 국민 배우인 요시나가 사유리 씨(66·사진)다. 단아하고 지적이면서도 보호 본능을 일으키는 청순한 이미지 때문에 그렇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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