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닷컴 신간소개]꿀벌을 지키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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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일 17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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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간 꿀벌을 찾습니다!”
꿀벌들이 사라져 버렸다. 꿀은 그대로 남겨두고, 벌떼만이 어디론가 증발해버린 사태가 발생했다. 텅 빈 벌집에는 여왕벌 한 마리와 일벌 몇 마리만이 남아서 왱왱거린다.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 전역에서 꿀벌 집단의 3분의 1인 약 100만 군집이 매년 사라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0년 토종벌의 90% 이상이 폐사했다. 올해 안으로 국내 토종벌이 멸종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오는 이때, 꿀벌과 4대째 꿀벌지킴이로 살아온 한 남자의 삶을 통해 자연의 소중함과 작은 생명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꿀벌을 지키는 사람(The Beekeeper's Lament)》이 출간되었다.

◇ 꿀벌을 지키는 사람 / 한나 노드하우스 지음 최선영 옮김 / 더숲 / 357쪽 / 14500원
◇ 꿀벌을 지키는 사람 / 한나 노드하우스 지음 최선영 옮김 / 더숲 / 357쪽 / 14500원
이 책은 미국의 저널리스트가 벌치는 일을 천직으로 알고 열심히 사는 양봉업자 존 밀러와 사라져가는 꿀벌을 5년 동안 관찰하고 취재해서 쓴 논픽션이다. 존 밀러는 1만 여개의 벌통을 트럭에 싣고 미국 전역으로 꽃을 찾아 돌아다니며 꿀을 모은다. 그는 사라져가는 꿀벌과 자신의 천직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이다.

인류가 먹는 식량의 3분의 1 가량을 차지하는 과일과 채소는 곤충 없이 존재할 수가 없다. 곤충들이 가루받이(수분)를 해주는 덕택에 열매를 맺고 대대로 재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가루받이 곤충인 꿀벌은 기적 같은 존재이다. 가루받이를 통해 식물이 열매를 맺게 도와주고 인간에게는 달콤한 꿀을 선사한다. 존 밀러는 겨울에는 캘리포니아 같은 남부지방에서 지내고, 여름이면 클로버와 알팔파 꽃을 찾아 북부 다코타주 등의 농촌지역으로 이동한다. 그의 삶은 꿀벌들의 생체리듬에 맞춰져 있다. 그를 포함한 미국 내 1200여 명의 이주 양봉업자들은 매년 8개월 이상을 가족과 떨어져서 지내는 힘든 생활을 되풀이한다.

게다가 언젠가부터 원인 모를 질병으로 인한 벌떼의 갑작스런 죽음, 가뭄, 꿀 값의 폭락, 은행채무의 급증, 하락된 양봉업자들의 수준 등으로 인해 적잖은 곤경에 처해 있다. 하지만 그는 벌에 대한 사랑과 자신의 일을 멈추지 않는다.

밀러의 증조부인 N. E. 밀러의 후손들 중 여전히 양봉을 직업으로 갖고 있는 사람은 존 밀러와 그의 동생 레인뿐이다. 밀러의 네 자녀들 중 그 누구도 양봉업자가 되려는 사람은 없다. 존 밀러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모든 것이 암울하기만 합니다. 경제는 형편없고, 물류는 골치 아픈 문제이며, 벌들이 사라지는 전염병이 돌고 있지요. 일반적으로 볼 때, 양봉업자들은 불행한 사람들이지요. 우리는 아주 연약하고 변덕스러운 자연에 의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양봉업자 상당수는 일을 그만두고 회계사나 변호사, 벌꿀 포장업자가 되었지요. 나는 왜 여기서 벗어나지 않느냐고요? 벌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벌들은 근면하고 말도 잘 듣습니다. 이기심도 없습니다. 아주 관대한 동물이지요. 나는 이 소명과도 같은 직업이 좋습니다.”

밀러는 대규모로 벌을 잃는 일에도 익숙해져 있다. 병든 벌은 절대로 회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천 마리의 벌들이 매일 자연스럽게 죽는다. 하지만 2005년 2월 그조차도 감당하기 힘든 일을 겪게 된다.

벌들이 겨울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단 몇 주 만에 밀러는 4천 개나 되는 벌통을 잃었다. 이는 약 1억 5천만 마리에 해당되는 전체 벌의 50%에 달하는 수치였다. 그런데 밀러만 그런 일을 당한 것이 아니었다. 어떤 이는 전체 벌통 중 60%를 잃기도 했다. “벌들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이 상황에서 양봉가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손을 들고 항복하고 또 대출을 받아 다시 시작하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벌들은 2006년과 2007년 말, 그리고 2008년 겨울에 사라졌다.

2007년 대규모로 벌들이 사라지자, 세상은 충격을 받았다. 새로운 질병에 관한 양봉가들의 보고가 뒤따랐고 과학계에서는 그 새로운 질병을 ‘벌집 군집 붕괴 현상(Colony Collapse Disorder)’, 즉 'CCD'라고 명명했다. 이미 미국 36개주에서 벌집 군집 중 3분의 1 이상이 사라졌고, 유럽의 일부 지역과 인도, 브라질에서도 같은 현상이 발생했다.

원인 모를 꿀벌 집단의 죽음은 병원균과 여러 변수들, 예컨대 영양, 날씨, 바로아 응애, 살충제, 그리고 장거리 양봉이라는 현대적인 곤욕들 사이에 어떤 상호작용이 일어난 것이다.

밀러는 이 상황에 대해 “스트레스와 병원균의 축적, 화학물질, 극도의 자극, 기아에 가까운 상태 등 우리의 행동으로 인해 누적된 요인들이 어떤 결합작용을 일으켰다”고 추측한다.

꿀벌집단은 스트레스로 고통 받고, 스트레스를 받은 꿀벌 집단은 모든 종류의 질병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난다.

저자는 “나는 아주 오랫동안 꿀을 끔찍하게 좋아했지만 벌에 대해 어떤 특별한 애착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양봉가들은 다르다. 이들은 영웅과도 같고 비극의 주인공과도 같으며 모순 덩어리다. 양봉가들은 힘든 일은 한다. 나는 그 사실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CCD의 시작은 우연히도 타이밍이 좋았다. 꿀벌의 게놈이 해독되어 그 구조와 강점, 약점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이 일로 사람들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꿀벌뿐 아니라 호박벌, 토종벌, 새 등 가루받이 매개자가 모두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또한 미국의 펜실베이니아 주는 지난 150년간의 꿀벌 개체 수에 대해 조사를 했는데 400개 이상의 꿀벌 종을 확인했다. 그 중 32종이 이미 자취를 감췄다. 위기에 빠진 꿀벌은 판다, 북극곰 등과 같은 멸종위기 야생동물들처럼 사람들을 안타깝게 한다. 이제서야 사람들은 꿀벌들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실감하게 되었다.

◇ 꿀벌을 지키는 사람 / 한나 노드하우스 지음 최선영 옮김 / 더숲 / 357쪽 / 14500원

강미례 동아닷컴 기자 novemb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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